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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걱정 마, 사랑해, 고마워", '너를 만났다', 다시 만난 아내에게 남편이 한 말들 "잘 있었어? 잘 있었어? 이제 안 아파? 이제 안 아파?" 4년 전 떠난 아내를 VR기술을 통해 다시 만나게 된 남편 김정수씨가 가장 먼저 한 말은 그것이었다. 그건 아마도 아내가 떠난 후 김정수씨의 가슴에 묵직하게 남아있던 말이었을 테고, 끝내 전해주지 못했던 말이었을 수도 있었다. 아내는 아픈 모습으로 그와 다섯 아이들을 남긴 채 떠났으니. MBC VR휴먼다큐멘터리 시즌2의 부제는 '로망스'였다. 떠난 아내를 찾아가는 '모험'이자, 그 과정에서 발견하게 되는 남편과 아이들의 아내와 엄마에 대한 가슴 뭉클한 사랑의 이야기. VR이라는 어찌 보면 차갑게 느껴지는 기술이 '휴먼'이라는 뜨거운 감정을 만나 눈물로 녹아내리..
TV조선의 좀 더 센 관찰카메라, 트로트 오디션, 막장드라마의 파괴력 솔직히 말해 TV조선이 이렇게 막강한 콘텐츠 파워를 보여줄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워낙 보수언론의 색깔이 강하고, 채널 또한 그런 정치적 색깔들에 편향된 방송들을 계속 쏟아냈던 게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방송사라기보다는 또 다른 보수 언론 채널 같은 느낌이랄까. 그래서 TV조선 채널을 선택하는 건 마치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는 일처럼 보여 꺼려지는 면이 있었다. 지금도 완전히 그 느낌이 사라진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제는 콘텐츠들이 눈에 띈다. 정치적 성향과는 상관없이 인구에 회자되는 프로그램들도 점점 늘어났다. 이것이 사실이라는 건, 일주일간의 시청률 표를 보면 단박에 드러난다. 월요일에 방영되는 가 7%대(닐슨 코리아) 시청률..
'유퀴즈'가 조명한 숨겨진 주인공들의 가치 "난리 났네 난리 났어-" 부산세관에서 일하는 김철민 팀장이 tvN 에 나와 했던 영화 성대모사는 순식간에 짤이 되어 유행어로 자리 잡았다. 유재석과 조세호가 다른 출연자들이 나왔을 때도 수시로 이를 따라하면서 마치 이 프로그램의 공식 유행어가 됐고, 이는 라는 스핀오프격의 프로그램으로까지 런칭되어 이제 방영을 앞두게 됐다. 이 유행어가 특히 기분 좋게 느껴졌던 건, 그것이 영화나 드라마의 주연배우의 대사에서 탄생한 게 아니라, 주연 옆에서 잘 드러나진 않지만 맛깔스런 연기로 그 장면들을 빛내주는 조연의 대사에서 탄생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건 늘 TV를 틀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이들만이 아니라,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분들이나 세상 구석구석에서 유명하진 않아..
'선배, 그 립스틱', 연하남 판타지로 돌아온 '만찢남' 로운 JTBC 월화드라마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는 먼저 제목부터 여심을 자극한다. 그 제목의 화자는 후배라는 뜻이고, 립스틱을 바르지 말라는 건 짝사랑과 질투, 보호본능 같은 걸 이 후배가 하고 있다는 뜻이니 말이다. 이 드라마에서 윤송아(원진아)의 직장 후배 채현승(로운)은 바로 그 여심을 자극하는 연하남이다. 대학생 때 학교를 윤송아에 처음 시선이 뺏겼고, 점심도 챙겨먹지 못하고 일하는 그를 위해 샌드위치를 갖다 주며 먹을 시간까지 벌어주던(?) 그였다. 그는 그렇게 윤송아에 일찌감치 빠져버렸고, 그래서 그가 다니는 화장품 회사에 입사한다. 먼발치에서 바라보기만 하던 채현승은 그러나 윤송아가 같은 팀 팀장인 이재신(이현욱)과 비밀 사..
올스타전으로 돌아온 '팬텀싱어', 팬들에게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JTBC 가 돌아왔다. 그런데 시즌4가 아니라 '올스타전'이다. 시즌3까지 방영되며 최종 결승에 올랐던 최강 9팀의 자존심을 건 빅 매치. 지금껏 를 매 시즌 빼놓지 않고 봤던 팬이라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매치가 아닐 수 없다. 포르테 디 콰트로, 인기현상, 흉스프레소, 포레스텔라, 미라클라스, 에델라인클랑, 라포엠, 라비던스, 레떼아모르가 한 무대에 서는 것이니. 사실 콘서트 무대에서도 자주 섰던 이 팀들을 한 자리에 모아 오디션 방식의 팀 대결을 굳이 꾸리게 된 건, 그 방식이 갖는 긴장감과 몰입감이 훨씬 더 크기 때문일 게다. 그리고 그건 실제 무대로 나타났다. '팀 색깔을 가장 잘 드러내는 무대'라는 1차전 팀 미션에서 첫..
'우이혼', 섣부른 재결합 요구보다 그들에게 더 필요한 건 이하늘의 집, 그것도 이하늘의 방을 떡하니 차지하고 하룻밤을 자고 일어난 전 아내 박유선이 아침을 차리는 모습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편안하다. 그들은 이혼했고 그래서 더 이상 부부가 아니지만, 마치 친구처럼 편해 보인다. 연애 시절 함께 들었던 노래를 들으며 그 때 이야기를 하는데도 그다지 주저함이 없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서로가 서로를 챙겨주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모습이지만, 이들은 이혼한 부부로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다. TV조선 예능 에서 이들의 모습을 스튜디오에서 관찰하는 신동엽과 김원희는 이혼한 것 말고는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관계가 혹여나 '악순환'이 될 수도 있다는 걸 박유선과 자연스럽게 이야기 ..
'싱어게인', 이렇게 개성이 다른 오디션 톱10 있었던가 JTBC 오디션 의 톱10이 결정됐다. 이무진, 이승윤, 이정권, 최예근, 김준휘, 소정, 정홍일, 태호, 요아리 그리고 패자부활전에서 올라오게 된 유미가 그들이다. 놀라운 건 이들 톱10에 오른 가수들의 너무나 다른 개성이다. 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탄생한 톱10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개성을 가진 출연자들이 이렇게 한 무대에 서 있다니. 찐무명으로 올라온 이무진은 통기타 하나만 갖고도 제대로 그루브를 갖고 놀 줄 아는 뮤지션으로 한영애의 '누구 없소'의 첫 소절만으로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줬던 가수다. 이문세의 '휘파람'이나 조용필의 '꿈'을 부르는 이무진은 놀랍게도 그 젊은 나이에 옛 감성과 현재의 트렌드를 모두 아우르는 ..
'범바너3', 서사예능이라는 결코 쉽지 않은 길이 가능했던 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가 시즌3로 돌아왔다. 이번 시즌은 지난 2018년 시즌1이 공개된 후, 지금껏 달려온 대장정의 마무리다. 사실 이 대장정의 시작점은 SBS 이었다는 걸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끝에서 되새겨보면 과는 다른 지점에 서 있는 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그것은 이른바 '서사예능'이라는 색다른 지점이다. 이번 시즌3의 부제는 '잠재적 범죄자 리스트'다. 그래서 매 회 각각의 사건들이 펼쳐지면서도 그 사건들이 하나로 연결되는 이야기 구성을 갖고 있다. 법으로 심판하지 못하는 범죄자들을 직접 처단하는 사건 배후의 조직이 존재한다는 점이 그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이것은 시즌3 이야기의 구성이면서, 각각의 사건들이 갖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