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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안나’, 수지의 천연덕스런 거짓 연기가 좋다 “항상 그랬어요. 난 마음먹은 건 다 해요.”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시리즈 는 유미(수지)의 다소 역설적인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그 목소리는 차분하고 단호하다. 이 내레이션이 역설적이라는 건 바로 이어지는 차량 사고(혹은 사건)으로 드러난다. 거대한 기둥을 받아버린 차가 위태롭게 연기를 뿜어대고 힘겹게 열린 문에서 유미가 피를 흘린 채 내린다. 유미는 스카프를 풀어 백에 얹고 불을 붙여 차량 안으로 집어던진 채 걸어간다. 그러면서 내레이션이 이어진다. “사람은 혼자 보는 일기장에도 거짓말을 씁니다.” 이 첫 시퀀스는 앞으로 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것인가를 말해준다. 항상 마음먹은 건 다 한다는 유미의 말은 그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현실에 놓여 있었고, 그..
'악의 꽃', 이준기의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슬픈 거짓말 "아니 단 한 순간도 그렇게 생각해본 적 없다. 난 그런 마음 모른다." 오랜만에 다시 만난 누나 도해수(장희진)가 차지원(문채원)을 사랑하냐고 물었을 때 백희성(이준기)은 그렇게 선을 그었다. 안타깝게도 그 순간 차지원은 그들의 대화를 듣고 말았다. 상심한 차지원은 돌아서 홀로 눈물을 흘렸다. tvN 수목드라마 에서 백희성은 왜 그렇게 말했을까. 그는 진정 차지원을 사랑하지 않는 걸까. 그의 말대로 단 한 순간도 사랑한 적이 없는 걸까. 그간 백희성이 차지원과 그의 딸 백은하(정서연)를 대해온 걸 보면 결코 그렇진 않은 것 같다. 그 누구보다 가족을 챙겼던 백희성이 아니었던가. 그 증거는 죽은 아내의 시신을 찾겠다며 백희성의 가족까지 위협하던 박..
‘골목식당’, 식당 선정의 중요성 새삼 느낀 여름 특집 만일 이게 드라마라면 이런 막장도 없다. SBS 예능 이 여름 특집으로 다시 찾은 이대 백반집. 이 프로그램이 처음 찾아간 골목이 바로 그 곳이고, 거기서 특히 백종원이 마음을 썼던 집이 바로 그 집이다. 하지만 고집 센 주인아주머니와 음식대결까지 벌여가면서 솔루션을 줬던 백종원은 다시 찾은 그 집의 ‘참상’을 보고 분노와 절망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불시에 백종원이 찾아가자 이대 백반집 아주머니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넉살 좋게 변명을 늘어놓는 아주머니는 이미 백종원이 찾기 전 몰래 그 곳 상황을 비밀요원(?)들이 찾아가 촬영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맛이 없다는 손님에게 “백종원 음식이 원래 짜고 맵고 하다”며 자신들..
, 왜 하필 어우야담의 인어이야기일까 “넌 좋은 사람이야. 내 손 놓고 갈 수 있었는데 잡았잖아 여러 번.” 인어 심청(전지현)의 한 마디에 순간 허준재(이민호)의 눈빛이 흔들린다. 늘 입만 열면 거짓말만 늘어놓는 머리 좋은 사기꾼 허준재는 여자에게도 진심보다는 허세와 너스레만 늘어놨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달콤한 거짓말에 넘어가던 여자들과는 달리, 심청의 말은 너무 진심이라 오히려 그를 뜨끔하게 만든다. SBS 수목드라마 이 굳이 ‘어우야담’에 수록된 담령과 인어이야기에서 모티브를 가져와 이런 ‘전설’과는 어딘지 어울리지 않는 현재에 새로운 인어이야기를 이어가려한 이유는 뭘까. 그건 어째서 동서양을 망라해 어디서든 인어의 전설이 사람들에게 회자되어 왔고 그 전설들은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가와 무관하..
, 가면 놀이가 돼서는 곤란하다 SBS 이 다루려는 건 정체성에 대한 문제다. 살아있지만 죽은 사람의 삶을 살아야하는 자(변지숙)와 죽었지만 타인의 욕망에 의해 유령처럼 떠도는 자(서은하)의 이야기. 도플갱어인 그들은 가면이란 장치를 통해 삶을 바꾼다. 흥미로운 주제가 아닐 수 없다. 변신 욕구는 시대를 불문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소재지만, 이러한 범죄에까지 와 닿는 변신에 대한 욕망은 그 사회의 건강하지 못함을 드러낸다. 즉 이 드라마는 가면이란 설정 자체가 이미 진지해질 수밖에 없는 특징을 만들어낸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막상 가면을 씌우고 나니 거기 보이는 많은 놀이(?)들이 있다는 점이다. 드라마적으로 이런 놀이들은 극성을 높여주고 때론 달달하게 때론 자극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게 해..
입소문에 의해 희비 엇갈린 과 영화 의 선전은 놀랍다. 19금 영화로서 400만 관객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애초에 이 영화에 대한 홍보가 그리 대단하게 이뤄지지 않았던 점을 떠올려보면 이런 기록은 이례적으로까지 여겨진다. 그저 많은 외화 중 하나일 뿐으로 여겨졌던 은 관객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흥행에 급물살을 탔다. 반면 영화 시작 전부터 ‘주부들의 포르노’니 전 세계 영화계를 강타한 작품이라는 문구들로 화제가 되었던 19금 영화 는 애초의 기대와 달리 관객들의 발길이 뚝 끊어진 모양새다. 지난달 말에 개봉했지만 지금껏 30만 관객을 조금 넘어서는 기록을 보이고 있다. 무엇이 이런 희비쌍곡선을 만들었을까. 결국 입소문의 영향이 컸다고밖에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은 애초의 기대보다 훨씬 흥미..
, 이 청춘들이 처한 현실 과연 옳은가 SBS 에서 최인하(박신혜)는 ‘피노키오 증후군’이라는 이유로 MSC 입사 시험 최종 면접에서 떨어진다. 거짓말을 못한다는 건 기자로서 결격사유에 해당한다는 것이 이유. 그녀를 떨어뜨린 MSC 보도국의 에이스이자 그녀의 엄마이기도 한 송차옥(진경)은 이렇게 말했다. “무수한 거짓말들 위에 떠오르는 게 진실”이라고. 이것은 아마도 우리네 언론이 가진 현실일 것이다. 일단 보도 아이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거짓말이 아니라 그 이상도 해야 하는 게 작금의 언론이다. 과거 송차옥이 보도를 좀 더 ‘임팩트’ 있게 만들기 위해 아이들이 사고를 당한 현장에서 아이 신발(사실은 마트에서 산)을 들고 리포트를 하거나, 홍수보도를 하면서 무릎밖에 물이 안차는 데도 무릎을 꿇고 허리까지 ..
, 제2의 ? 그 이상인 까닭 는 변호사라는 직업을 통해 사회적 범죄를 다루면서 타인의 속내를 읽어내는 초능력과 그 과정에서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멜로까지를 다 잡은 이른바 ‘복합장르’ 드라마의 진수를 보여준 바 있다. 박혜련 작가가 다시 들고 온 라는 작품을 대중들이 기대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그 연장선에 있을 것이다. 기대한대로 는 그 첫 회만으로도 만큼의 잘 봉합된 ‘복합장르’의 틀을 보여주었다. 가 변호사라는 직업을 가져왔다면 는 기자라는 직업을 다루었다. 다루는 내용도 ‘사회적 범죄’에서 사람을 죽음으로까지 내모는 ‘언론의 문제’로 바뀌었다. 남다른 명석한 두뇌와 암기력의 소유자인 최달포(이종석)와 벌써부터 핑크빛 기류를 만들고 있는 최인하(박신혜)와의 멜로도 있다. 하지만 를 더욱 기대하게 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