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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연상호 감독의 ‘기생수:더 그레이’, 원작과 달리 가족, 조직에 집중한 건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인간도 기생을 합니다. 인간은 조직이라는 거대한 존재에 기생을 합니다. 그리고 그 조직이라는 무형의 존재에 기생을 하며 그것을 위해 희생을 하고 자신의 생존과는 아무 상관 없이 우리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벌이며 그것을 위해 그 조직을 위해 충성합니다. 그것이 인간이 우리보다 강한 힘을 가진 이유입니다.” 넷플릭스 시리즈 ‘기생수:더 그레이’에서 기생생물의 우두머리이자 세진교회의 목사인 권혁주(이현균)는 자신들의 종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인간이 다른 점에 대해 그렇게 말한다. 여러모로 이 작품을 연출한 연상호 감독의 초창기 애니메이션인 ‘사이비’를 떠올리게 하는 이 장면에서 목사가 꺼내놓는 연설은 이 ..
가족드라마의 모든 클리셰를 뒤집고 있는 이 드라마, ‘남남’ 예사롭지 않게 봤는데 이 드라마는 그 흔한 출생의 비밀도 신박하게 풀어낸다. 지니TV 이야기다. 진희(수영)의 숨겨진 아빠인 진홍(안재욱)이 등장하는 회차는 제목부터가 어딘가 ‘불순(?)’하다. ‘엄마의 남자’라니. 지금껏 그 흔한 가족드라마들에서 엄마의 남자라면 ‘남편’이거나 ‘불륜 상대’가 아니었던가. 그런데 에서 진홍은 진희의 엄마 은미(전혜진)의 남편도 아니고 그렇다고 불륜 상대도 아니다. 고등학생 시절 사랑했지만 어쩌다 헤어진 남자이고, 하룻밤에 덜컥 낳게 된 딸 진희의 유전자적 아빠다. ‘엄마의 남자’라는 불순해 보이는 제목은 그래서 어딘가 신박하게 다가온다. 출생의 비밀을 그토록 활용한 드라마들이 갑자기 나타난 부모가 “내가 네 애..
‘남남’, 도대체 누가 진짜 남남이고 누가 가족인가 도대체 누가 진짜 남남이고 누가 가족일까. 지니TV 오리지널 드라마 의 3화 부제는 ‘가 ‘족’ 같은’이다. 흔히 가족이라고 내세우지만 사실은 그렇지 못한 상황을 에둘러 꼬집을 때 쓰는 표현. 이 부제를 가진 3회의 내용은 ‘가정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은미(전혜진)가 물리치료사로 일하는 병원에 찾아온 한 노인의 등에 난 상처. 은미는 그게 누군가에게 맞은 폭력의 흔적이라는 걸 단박에 알아차린다. 또 은미는 그 노인과 함께 온 아이 또한 다가가자 흠칫 놀라는 모습에서 역시 마찬가지로 가정폭력의 피해자라는 걸 예감한다. 급기야 은미는 관할경찰서에 이 일을 신고하고, 사건을 접수한 은미의 딸 진희(수영)는 그 집을 방문해 그 집 아들의 상습적인 ..
스티븐 스필버그의 ‘파벨만스’, 기술과 예술, 현실과 상상 사이 극장 앞에서 어린 샘(마테오 조리안)은 겁에 질려 있다. 영화에는 거인이 등장한다는 이야기를 어디서 들었던 모양이다. 그런 샘에서 아버지 버트(폴 다노)는 영화가 사진과 다르지 않으며 여러 사진을 빠르게 돌려 빛에 투과시키면 동영상이 된다는 ‘모션 픽처’의 원리를 설명한다. 그것이 그저 기술이고 허구라는 걸 알려줌으로써 샘이 겁먹지 않게 하려는 아버지의 노력이다. 버트는 컴퓨터 천재 공학도로서 산업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문제들을 기술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극복해가며 기술을 발전시키는 인물이다. 그래서 그가 샘에게 하는 영화에 대한 설명은 다소 어린 아이에게는 과하고 딱딱하게 느껴지지만 이해되는 면이 있다. 하지만 그런 버트와 달리 피아노에 천재..
입소문 탄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원스’, 삶을 꿰뚫는 멀티버스 가족코미디 다니엘 콴과 다니엘 쉐이너트 감독의 영화 는 일단 제목이 너무 길어 머릿속에 단번에 입력되지 않는다. 포스터만 봐도 머리가 복잡해진다. 마치 만다라를 들여다보는 것 같은 그 포스터에는 중심에 주인공 에블린(양자경)이 서 있는데 그 뒤로 눈알을 이마에 붙인 복면의 존재가 마치 그를 조종하는 듯 보인다. 그리고 양자경 주변으로 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딸 조이(스테파니 수), 세무국 직원 디어드리(제이미 리 커티스), 남편 웨이먼드(키 호이 콴), 아버지(제임스 홍)가 원형으로 포진되어 있다. 멀티버스를 소재로 한다는 것을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포스터만으로 그 세계의 복잡함이 느껴진다. 실제로 영화는 시작과 함께 세탁소를 운영하며 ..
개그맨 오지헌, ‘유퀴즈’가 끄집어낸 세상 따뜻한 사람냄새 “등반을 하다 보면 셰르파들이 필요하잖아요. 셰르파들이랑 같이 등반을 할 때 우리나라 사람들이 굉장히 급하고, 잘하니까 3일 정도 갈 길을 하루 만에 간 거죠. 근데 셰르파들이 인제 나 더 이상 못가겠다고 주저앉은 거에요. 왜 못가냐. 이대로 가면 히말라야 등반할 수 있는데. 셰르파들이 이렇게 이야기했대요. 내가 몸은 여기까지 왔지만, 아직 마음은 못 따라왔다. 제가 그런 상태였던 거 같아요.” tvN ‘DNA편’에 젊어서 국사 1타 강사로 유명했던 아버지와 함께 출연한 개그맨 오지헌은 20대 때의 자신의 감정을 셰르파의 이야기로 전해줬다. 부모가 이혼한 후 지냈던 아버지와도 서로 표현이 어긋나 각자 살아가게 된 그는 재수를 하고 대학을 간 후 ..
'펜트하우스', 진짜 복수극은 아이들이 한다 "적당히 좀 하세요! 제가 잘못 살았다면 그건 다 아버지 때문이에요." SBS 월화드라마 에서 오윤희(유진)에 의해 불륜과 이혼을 청아재단 이사장인 아버지 천명수(정성모)에게 들통 나 버리고 이사장 자리는 물론이고 모든 걸 잃게 된 천서진(김소연)은 빗속에서 그렇게 항변한다. 자신과 동생을 끝없이 비교 경쟁시키고 채찍질했던 아버지 때문에 사랑에 굶주렸다는 천서진. 하지만 그런 항변을 하는 천서진을 천명수는 어디다 말대꾸냐며 뺨을 올려붙이며 결국 하지 말아야 할 말까지 한다. 너는 더 이상 내 딸이 아니라고. 그리고 결국 드라마는 끝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는다. 유서가 든 가방을 두고 부녀가 몸 싸움을 벌이다 아버지는 쓰러져 계단 밑으로 구르고, 도와달라는 ..
'18어게인'이 판타지 설정을 가져와 들여다본 가족 JTBC 월화드라마 에는 18년 전으로 돌아간 홍대영(윤상현, 이도현)이 자신의 가족을 뒤에서 지켜보는 장면들이 자주 등장한다. 고등학생 고우영(이도현)이 되어 자신의 딸 시아(노정의)와 시우(려운)를 들여다보고, 아내였던 정다정(김하늘)의 삶과 아버지 홍주만(이병준)의 무거운 어깨를 다시금 본다. 정다정이 어렵게 들어간 방송사 JBC에서 이혼 프로그램을 맡게 되고 그의 활약으로 정규 편성이 되었지만 MC 자리에 엉뚱한 인물이 들어가게 된 사실을 알게 된 홍대영은, 그 힘겨웠던 하루를 보내고 돌아가는 정다정을 길 건너편에서 안타깝게 바라본다. 딸 시아가 사실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 하고, 그래서 대학보다는 학원을 다니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