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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기 일주일 전’, 김민하의 절망은 희망으로 바뀔 수 있을까“봄이 제일 힘들다.” 티빙 드라마 에서 정희완(김민하)이 하는 이 말은 역설적이다. 만물이 피어나는 봄을 정희완이 제일 힘들게 여기는 건, 죽은 김람우(공명) 때문이다. 좋아했지만 람우는 사고로 먼저 세상을 떠났다. 그 후 희완은 대학을 갔지만 4년 간 세상과 문을 닫고 살았다. 람우의 죽음이 자신 때문이라고 탓하며. 모든 게 피어나야할 청춘의 시기에 맞이한 람우의 죽음으로 희완은 그 청춘을 제일 힘든 나날들로 보내고 있다. “그 중의 4월은 최악이다.” 희완은 그 중의 4월. 그것도 4월1일 만우절을 최악으로 생각한다. 교생선생님을 속이기 위해 람우와 이름을 바꾸게 된 것이 계기가 되어 친구들도 선생님도 그들을 바꾼 이름을 부르게 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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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환장 기안장’, 기안84의 만화적 상상은 어떻게 현실이 됐을까
“사람들이 집에 쉽게 들어가는 게 싫었거든.”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싶겠지만, 기안84가 상상해 지은 민박집의 문이 2층 꼭대기에 달려 있는 이유가 그렇단다. 기안84가 슥슥 상상해서 그려놓은 민박집 기안장은 들어가려면 벽에 만들어놓은 클라이밍을 해서 문까지 기어 올라가야 한다. 어떻게든 들어가보려 클라이밍을 시도하던 직원 역할의 진이 진입에 실패하고 기안84가 실소를 터트리며 하는 그 말에 또 다른 직원인 지예은이 투덜댄다. “아 집에 못들어가잖아요.” 이것은 넷플릭스 예능 ‘대환장 기안장’의 기막힌 민박집 광경이다. 바지선 위에 지어져 바다 위에 떠 있는 이 민박집은 일단 들어가는 것 자체가 쉽지 않고, 잠도 테라스처럼 생긴 바깥에 고치처럼 매달려 자야한다. 그래서 비라도 오면 쫄닥 젖을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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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럽고 질기게 얽혔다... 이 피카레스크를 빠져서 보게 되는 이유
‘악연’, 악당들끼리의 진흙탕 싸움을 관전하는 재미“그냥 악연이라고 생각해.” 드라마 엔딩에 이르러 접하게 될 이 대사는 넷플릭스 드라마 을 한 줄로 설명해준다. 악당들이 누가 더 악한가를 드러내듯 줄줄이 등장해 서로 얽히고 설키며 벌어진는 사건을 그린 은 피카레스크가 그러하듯이 선한 인물을 찾는 게 어려울 지경이다. 거의 유일하게 등장하는 피해자이자 선역인 의사 이주연(신민아)조차 마약을 이용해 악당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고 사람을 살려야할 메스로 죽이려 할 정도니 말이다. 하지만 유일한 선역인 이주연의 이 분노와 복수심이 너무나 이해될 정도로 여기 등장하는 악당들은 지독하게 악한 자들이다. 사채빚에 몰려 사망보험금 5억을 타내려고 아버지를 교통사고로 위장해 죽이려는 계획을 꾸미는 아들, 아픈 아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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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영웅’, 넷플릭스 공개만으로 글로벌 흥행, 시즌2는?
사춘기 청소년들이 마주한 폭력적 현실은 글로벌 화두가 되고 있는 걸까.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영국드라마 ‘소년의 시간’과, 최근 웨이브에서 넷플릭스로 옮겨 시즌1이 선공개되고 곧 시즌2 공개를 앞두고 있는 ‘약한영웅’ 이야기다. ‘소년의 시간’이 어른들은 모르는 아이들이 마주한 혐오의 폭력을 편집점 없는 원테이크로 그 막막한 현실 그대로를 담아냈다면, ‘약한영웅’은 범죄와도 맞닿은 학교폭력에도 불구하고 이를 방치하는 어른들의 무관심 속에서 아이들이 맞닥뜨리는 무력감을 전형적인 ‘너드 히어로물’의 틀로 그려냈다. 범죄와는 거리가 멀 것처럼 느껴지고 또 응당 그래야 할 아이들이 마주한 끔찍한 폭력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사건들은 자못 충격적이지만, 두 작품 모두 그 폭력의 밑그림을 제공하는 사회 현실의 문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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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진격의 거인’... J콘텐츠의 진격
재패니메이션, J팝에 이젠 K콘텐츠와 협업까지 이젠 인가. 영화로 개봉된 이 50만 관객을 돌파했다. 2023년 신드롬과 최근 불고 있는 J팝 열풍에 한일간 콘텐츠 협업도 늘고 있는 현재, J콘텐츠의 진격은 무얼 말해주는 걸까. 단독 상영작 흥행기록 경신작년 메가박스에서 단독 개봉한 오시야마 키요타카 감독의 애니메이션 은 30만 관객을 돌파하는 저력을 보였다. 57분짜리 중편인데다 다른 멀티플렉스에서는 방영하지 않고 오로지 메가박스에서만 방영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30만 관객 돌파는 이례적인 성공이라 봐야 한다. 그런데 재패니메이션 팬덤이 국내에 그만큼 탄탄하게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 성공을 그저 기적이나 우연처럼 보게 만들지 않는다. 이 작품은 을 그린 후지모토 타츠키의 단편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나의 K오딧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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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88'과 나의 골목길나의 K오딧세이 2025.01.18 11:28
달리는 속도에서 걷는 속도로급한 일이 없는 날이면 약속장소에 늘 30분 정도 일찍 나간다. 서촌이나 북촌, 인사동, 종로에서 주로 약속을 잡는데 그곳 골목길들을 걷는 게 재미있어서다. 30분 정도 먼저 도착해 골목길들을 슬슬 걸어 다니며 돌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지금은 카페와 음식점들로 가득 채워져 말 그대로 인파가 몰리는 익선동 골목도 7,8년 전만 해도 한옥의 처마를 그늘 삼아 슬슬 걷기 딱 좋은 길이었다. 비 오는 날 우산 하나 들고 그 길에 들어서면 고즈넉한 분위기에 순간 도시 한 복판에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 아늑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당시에는 그 골목길에 '거북슈퍼' 하나가 달랑 있었는데, 비 오는 날 그 가맥집에서 병맥주를 마시며 빗소리를 듣는 기분이 그만이었다. 물론 거북슈퍼가 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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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저씨'와 서소문 아파트나의 K오딧세이 2025.01.09 16:00
중년기의 한국사회 “이 건물 밑이 원래 하천이야. 야 봐봐. 물길 따라 지어가지고 이렇게 휘었잖아. 복개천 위에 지어가지고 재건축도 못하고. 그냥 이렇게 있다가 수명 다하면 없어지는 거야. 터를 잘못 잡았어... 그것도 나랑 같아. 나도 터를 잘못 잡았어. 지구에 태어나는 게 아닌데...”- '나의 아저씨' 중에서'나의 아저씨'가 방영될 때 내 나이도 오십을 막 넘기고 있었다. 87학번인 나의 대학시절만 해도 최영미 시인이 '서른, 잔치는 끝났다'고 할 정도로 서른만 넘으면 인생이 꺾어지는 줄 알았다. '또 하루 멀어져 간다'로 시작하는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도 그렇다. 지금은 달라졌다. 서른에 결혼하는 이들은 거의 없어졌고 마흔이 넘어야 이제 중년에 들어선다고 여긴다. 중년과 노년의 나이 개념이 달라..
죽고 싶지만 TV는 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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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와 배우 그리고 연기죽고 싶지만 TV는 보고 싶어 2025.01.22 10:06
배우의 연기와 우리의 삶 우리에게 스타란 무엇일까. 젊은 시절 멀리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을 설레게 만들었던 연인이자, 언제나 피곤한 몸을 기댈 수 있는 넉넉한 어깨를 가진 친구 같은 존재일까. 우리와는 다른 별세계에 있으면서 가끔 우리에게 그 빛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화려한 삶을 살아가는 꿈의 존재일까. 아니면 도무지 우리가 범접할 수 없는 우리와는 다른 신적인 아우라를 가진 존재일까. 그저 냉정하게 바라봐 자본주의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만들어낸 신을 대체하는 인간상품의 하나일까. 스타를 바라보는 시각은 이처럼 극에서 극으로 달린다. 한없이 찬사의 대상이 되다가도, 어느 순간에는 끝없는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한없이 동경의 대상이 되다가도, 어느 순간 동정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화려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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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키드와 TV의 작은 역사죽고 싶지만 TV는 보고 싶어 2025.01.09 16:07
프롤로그 : 바보상자에서 똑똑한 TV까지상자 속의 바보상자, 그저 물건의 하나였던 TV엉뚱한 소리로 들리겠지만 TV에 대한 가장 강렬한 첫 기억으로 무엇이 떠오르냐고 묻는다면 나는 '자물쇠'라고 말할 것이다. 70년대 내가 아이였을 때, 큰맘 먹고 아버지가 모셔온(?) TV는 방 한가운데를 떡 하니 차지하고 있었지만 우리에게는 도무지 접근 불가의 물건이었다. 무슨 보물이라도 되는 양 가구 속에 꼭꼭 숨겨져 있는 TV라니! 지금으로서는 아마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겠지만 당시 그 TV는 가구와 일체형으로 되어 있었다. 그래서 TV를 보려면 먼저 가구에 달린 커다란 자물쇠를 풀고 문을 양옆으로 연 후에야 비로소 그 속에 놓인 TV를 볼 수 있었다. 이른바 'TV는 바보상자'라는 말이 공공연했던 시절, 교육열이..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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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위와 다리 밑소소하지만 빛나는 일상의 리뷰 2025.01.09 16:10
삶이 흘러가는 곳, 천변을 걸으며 다리 밑에 서니 다리 위가 보였다. 그 위에서 사람들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걸어간다. 출근 시간이라 대부분이 정장차림이다. 다리 밑에도 사람들이 천변을 따라 걸어간다. 그들은 다리 밑을 가로질러 천을 따라 오르거나 혹은 내려간다. 다리 위를 지나면 전철역이 나온다. 아침이면 사람들은 거기서 전철을 타고 서울로 출근한다. 다리 밑을 지나 천을 따라 오르면 저 앞에 북한산이 보인다. 사람들은 그 천변을 따라 구불구불 나 있는 산책로를 뛰거나 걷는다. 딱 구분되는 건 아니지만 다리 위를 지나는 사람보다 다리 밑을 가로질러 가는 사람들의 나이가 많은 편이다. 아마 그들도 조금 젊어서는 그 다리 위를 매일 같이 지나갔을 게다. 하지만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다 어느 날 '어 몸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