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김해숙 (8)
주간 정덕현
이상해서 끌리는 ‘구경이’, 이영애를 비롯 문법을 깨니 참신 과학실험실 같은 곳에서 고등학생이었던 케이(김혜준)가 비커에 담긴 피처럼 보이는 붉은 액체를 용기에 붓는 장면으로 JTBC 토일드라마 는 시작한다. 그 광경은 마치 무언가 묘약 혹은 독약을 만들어내는 광경 같고, 케이는 현재화한 마녀 같은 모습이다. 그가 톱질로 나무를 자르는 장면과 함께, 이번에는 구경이(이영애)가 사는 집이 신나게 두들기는 키보드 소리와 바퀴벌레의 움직임을 따라 보여진다. 영락없는 은둔형 외톨이의 행색을 한 구경이의 입에서는 “죽어! 죽어!”가 연실 흘러나온다. 산더미처럼 쌓인 쓰레기들 속에서 모니터 속으로 빨려 들어갈 듯 게임에 몰두하는 주인공. 의 시작은 이 드라마의 서사가 어떤 구도를 갖고 있는가와 더불어 기존에 봐왔던..
'스타트업', 그래도 마음껏 꿈꾸라 말해주는 어른들이 있다는 건 "왜 사는 데 기를 써야 돼? 그냥 좀 살면 안돼? 새 아빠 보니까 사는 게 되게 쉽더라. 뷔페도 쉽고 여행도 쉬워 옷 사는 것도 쉽고 남일 같던 유학도 내일처럼 쉬워. 근데 아빠 봐. 월급날 겨우 치킨 사오잖아. 그거 먹으면서 세상 맛있는 척 좋아하는 척 하는 거 너 안 질리디? 난 물리던데. 기름 쩐 내 맡기도 싫어. 진절머리가 나." tvN 새 토일드라마 에서 인재(강한나)는 동생 달미(배수지)에게 재혼한 새 아빠로 인해 달라진 자신의 삶을 이야기한다. 인재와 달미는 부모가 이혼한 후 각각 엄마와 아빠를 선택했다. 엄마를 따라간 인재는 부자 새 아빠를 만나 쉽게 성공을 거머쥔다. 반면 아빠를 선택한 달미는 여전히 그 삶에서 벗어나지 못..
‘나인룸’의 영혼체인지, 그 흥미진진함과 복잡함 사이사형수와 변호사. 두 인물의 영혼이 바뀌었다. 장화사(김해숙)는 자신의 애인 추영배를 살해했다는 혐의로 사형수가 되었지만, 영혼이 바뀌어 변호사 을지해이(김희선)의 몸에 들어가 감옥을 나온 후 추영배가 버젓이 살아 SHC그룹의 기산 회장이 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향후 장화사가 어떤 방식이든 을지해이의 몸을 빌어 복수를 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만드는 상황이다. 한편 장화사 사건을 수사하다 끝없이 추락해버린 아버지 을지성(강신일)의 딸 을지해이는, 그 때문에 돈과 출세를 위해서 뛰고 또 뛰는 변호사가 되었다. 기산 회장이 소유하고 있는 법무법인 담장에서 시니어 파트너가 되기 위해 할 짓 못할 짓 다 하던 차에 장화사와 영혼이 바뀌어버린다. 잘나..
'허스토리' 같은 영화가 설 자리가 없다는 건사실 많은 이들이 영화 가 개봉되기 전까지 ‘관부재판’이 무엇인지조차 몰랐다고 말한다. 1992년부터 6년 간 시모노세키와 부산을 오가며 일본 재판부와 맞선 할머니들의 위대한 역사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재판 사상 처음으로 보상판결을 받아낸 재판.워낙 소재가 소재인지라, 여기 등장하는 할머니들의 얼굴 표정 하나 손등의 주름살 하나를 보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나는 영화다. 특히 부산이라는 지역에서 이 할머니들이 자신의 과거를 숨긴 채 남몰래 눈물만 삼키며 살아오셨을 그 세월의 이야기들이 전해주는 묵직한 감동은 영화가 아니라도 그 실제 사실이 주는 먹먹함을 피할 길이 없다.그래서인지 영화는 오히려 과하게 감정선을 끌어올리는 연출 같은 걸 하지 않았다. 다소 ..
‘아버지가 이상해’, 이 시대에 가족드라마는 여전히 유효한가과연 이 시대에도 가족드라마는 여전히 유효한가. 한 때는 가족드라마가 우리네 드라마의 근간이었던 시절이 있었다는 걸 떠올려보면 이 같은 질문은 우리 시대가 얼마나 많이 달라졌는가를 말해준다. 이른바 ‘가족 해체 시대’가 아닌가. 물론 뿌리 깊은 가족주의의 틀은 여전하지만, 우리가 사는 삶의 양태는 1인 가구로 대변되는 ‘개인주의’ 시대로 접어든 지 오래다. 홀로 살아가는 것이 하나도 이상하지 않은 시대에 가족의 가치를 내세우는 가족드라마의 풍경들은 그래서 낯설거나 혹은 향수어린 추억처럼 다가오는 면이 있다. KBS 주말드라마는 그래도 이 가족드라마라는 틀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최후의 보루다. 그래서 세상은 바뀌어도 여기 포진되는 가족..
‘아버지가 이상해’가 드러낸 동거·결혼에 대한 세대 차이결혼 전 동거는 잘못된 일일까. 차정환(류수영)과 변혜영(이유리)의 동거사실을 알게 된 부모들은 식음을 전폐하고 밤잠을 자지 못할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 그런 사실을 숨겨 충격을 안겨준 것에 대해서 변혜영 역시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자신이 ‘동거’를 한 것이 그렇게 잘못된 일인가를 모르겠다고 부모들 앞에 대놓고 말했다. 그건 변명이 아니라 솔직한 마음이었다. KBS 주말드라마 가 화두로 꺼내 놓은 건 최근 달라진 결혼관과 동거에 대한 생각이다. 동거는 변한수(김영철)와 나영실(김해숙) 같은 부모 세대들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특히 그다지 넉넉지 않은 환경 속에서도 똑 부러지게 잘 자라 변호사가 된 딸 변혜영이 ..
에는 왜 현실 갈등이 잘 보이지 않을까 SBS 에 등장하는 어르신들, 유종철(이순재)과 김숙자(강부자)의 존재감은 사실상 이 드라마의 주제의식에 맞닿아 있다. 많은 걸 겪으며 살아온 이 어르신들은 이 바람 잘날 없는 가족의 크고 작은 갈등들이 사실은 별 거 아니라는 시점을 제공함으로써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맏딸이 결혼한 지 일주일만에 교통사고로 남편을 잃고 수절 아닌 수절을 하며 시댁 아버지와 함께 살아가는 걸 보는 엄마의 마음이 오죽할까. 그런데 둘째딸마저 그 사돈네 아들과 사랑에 빠져 야반도주를 해버렸다. 그 엄마인 이태희(임예진)는 사돈댁을 찾아와 어르신인 김숙자 앞에서 대놓고 “재수 없는 집안”이라는 말을 해버린다. 그러니 그 말은 들은 맏며느리 한혜경(김해숙)도 참을 수 없다. 김수자..
, 이렇게 갈등 없는 드라마도 가능하다? 세상에 이렇게 갈등이 없는 드라마도 있을까. 김수현 작가의 SBS 주말드라마 는 소소한 수다와 말다툼은 있어도 가족을 파국으로까지 몰고 가는 갈등은 없다. 사돈지간이어서 사랑할 수 없는(사실 이게 왜 문제되는지 모르겠지만) 나영(남규리)과 세준(정해인)은 마치 야반도주라도 할 듯이 무작정 경주로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는 이 드라마가 가진 갈등과 해결양상을 잘 보여준다. 즉흥적으로 떠나긴 했지만 이래선 안 될 것 같다는 세준이 나영에게 먼저 서울로 올라가라고 하면서 말다툼이 벌어진다. 그리고 진짜 두 사람은 헤어질 것처럼 싸우고 고개를 돌리지만 갑자기 나영이 다시 세준에게 다가와 붙잡자 그는 돌아서 나영을 껴안는다. 그리고 다음 장면은 이들이 언제 싸웠느냐고 보일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