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나 혼자 산다 (24)
주간 정덕현
같은 것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재미를 주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먹방과 쿡방이 이미 대세일 때 불현듯 나타나 새로운 판도를 만들어버린 백종원이 대표적이다. 음식에 진심인 데다, 요리실력은 기본이고, 프랜차이즈를 해오며 몸에 밴 사업가 기질과 무엇보다 재미있게 이끌어가는 방송능력까지 더해져 그는 ‘요식업계의 사부님’으로 급부상했다. 이렇게 되면 이제 정반대의 기획들이 나오게 된다. 백종원을 세워 할 수 있는 방송을 기획하는 식이다. 최근 여행예능에는 기안84가 바로 ‘백종원’ 같은 존재다. MBC 에서 간간히 기행에 가까운 여행을 선보이며 웃음을 줬던 기안84는 를 통해 제 물을 만났다. 마치 옆집 놀러가듯 대충 가방에 옷가지 몇 개 넣고 여행을 떠나는 기안84는 아마존강이나 갠지즈강에도 ..
'나 혼자 산다'가 연예인 일상 지겹다는 시청자들과 함께 가려면 군대 소재는 그 경험을 한 사람들에게는 큰 공감을 주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는 소외감을 주기 마련이다. 그래서 어디에서건 군대 이야기는 조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것이 마치 경험자들만의 세계에 머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MBC 예능 의 이시언이 과거 백골부대에서 복무했던 추억을 떠올리기 위해 당시 군 생활을 같이 했던 부산 후배와 우정여행을 떠나는 소재는 어딘지 적절할까 하는 의구심을 만든 게 사실이다. 물론 특유의 넉살과 유머로 군대 경험의 이야기들 또한 재밌게 전하는 이시언이기에 그런 불안감이 상쇄되었지만. 부산 후배와는 함께 조교로 백골부대에서 복무했다는 이시언은 차 안에서도 군가를 검색해 따라 부르고, 부대 앞에서..
진한 페이소스 담은 김광규의 '나 혼자 산다' "될 수 있는 대로 멀쩡한 척 하고 살아야 돼... 그래야 섭외가 돼." MBC 예능 에서 오랜만에 김광규를 만난 김태원은 무심한 듯 그렇게 말했다. 물론 그건 김태원 특유의 농담 섞인 말이었다. 이제 나이가 들어 섭외가 들어와도 앉아 있기 힘들고, 누워 있으면 몸이 아프고, 서면 어지럽다는 김태원. 웃음이 나오는데 어딘지 짠한 김태원 특유의 농담. 하지만 언제 힘이 나냐는 육중완의 물음에 김태원은 기타리스트다운 답변을 내놨다. "기타를 메면 힘이 나고 무대 올라가면 날아다니지." 몸은 예전 같지 않지만 그래도 무대가 그에게는 비타민이나 다름없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 때문에 그런 무대가 없어졌다 말하는 김태원의 목소리에는 애잔함이 담겨 있었다. 잠..
김지훈의 배우는 삶, '나 혼자 산다'의 의미 되살려 "혼자 산다는 건 굉장히 많은 걸 배우게 되는 과정인 거 같아요. 부모님과 함께 살 때 그 때는 사실 세상이 그냥 저절로 돌아가는 줄 알았잖아요. 근데 저절로 돌아가지가 않거든요. 혼자 살아봐야 알 수 있는 것들이 많고 세상과 부딪치며 배우는 게 많아지는 거죠. 혼자 살면서 이렇게 남는 시간에 배움의 시간을 갖는 것도 정말 중요한 것 같고... 논어의 시작구절이 그거거든요 '학이시습지 불역열호'. 배우고 때때로 익히니 즐겁지 아니한가. 정말 죽을 때까지 배움의 자세를 가지고 살아야겠습니다." MBC 예능 에 나온 배우 김지훈은 그의 하루를 보여주고 난 정리 인터뷰에서 그렇게 말했다. 그것은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한 김지훈 나름의 생각을 담은 것이었다..
하석진과 김광규, '나혼산' 조상님들의 극과 극 캐릭터 이것이 본래 MBC 예능 의 진짜 매력이 아니었을까. 최근 들어 가 예전 같지 않다는 비판이 슬슬 나오고 있는 와중에 추석특집으로 초대된 의 조상님들(?) 김광규와 하석진 편은 간만에 이 프로그램만의 맛을 보여줬다. 빵빵 터지는데 어딘지 느껴지는 짠함. 웃음 속에 담기는 공감대와 더불어 느껴지는 일상의 페이소스 같은 것들이 이번 편에서는 솔솔 피어났다. 애초 구성 자체가 김광규와 하석진의 비교체험 극과 극에 맞춰져 있었다. 먼저 하석진의 화려한(?) 솔로의 삶을 보여주고 김광규의 웃픈 일상을 비교해 끄집어낸 웃음이 그것이다. 하석진이 버튼 하나를 눌러 자동으로 커튼을 열자 보이는 한강뷰는 마치 아파트 광고의 한 장면처럼 보였지만, 김광규는 힘겹게 일..
설정 1도 없는 찐 캐릭터 기안84, '나혼산'에 그가 최적인 이유 운전하고 가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빵빵 터트릴 수 있을까. MBC 예능 에서 장도연을 픽업해 이천의 복숭아밭까지 차를 몰고 가는 기안84는 그 어색함 하나로도 큰 웃음을 줬다. 차를 타고 가면서도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 지 어색해하며 헛웃음을 짓는 기안84와 역시 혼자 차타고 갈 걸 후회하는 장도연의 만남. 차를 타고 함께 가는 시간 동안의 어색한 공기가 그 웃음의 진원지였다. 어색함을 풀기 위해 문어발, 졸음껌 같은 걸 잔뜩 준비해온 장도연도 그렇지만,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몰라 엉뚱하게 고향이 어디냐고 묻는 기안84는 그것이 진짜 그의 모습이라는 점에서 스튜디오에서 그걸 보는 출연자들은 물론이고 시청자들도 웃게 만들었다. 그건 스튜디오..
단편영화 같았던 '나혼산' 유아인의 일상.. 뻥튀기마저 쓸쓸하네 한 편의 단편영화를 보는 것만 같았다. 화려한 성공을 거둔 한 배우지만, 그 화려함 이면에 담긴 한 인간의 어쩔 수 없는 쓸쓸함 같은 게 MBC 예능 가 비춰 보인 유아인의 일상에 담겼다. 쉴 새 없이 계단을 오르내리는 커다란 집이나, 늘 손에 들고 다니며 먹는 뻥튀기, 함께 지내는 반려묘 도비와 장비를 위해 하기 싫어하는 목욕을 애써 시키는 모습과, 홀로 차려먹는 저녁, 비 오는 날 더더욱 인적 없는 곳을 걷는 산책과 가득 채워져 있지만 풍요롭기보다는 어딘지 버거워 보이는 옷들과 신발들까지 유아인의 일상은 특별하면서도 지극히 평범했다. 그 화려함이 이토록 쓸쓸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걸 가 담아낸 유아인의 하루를 통해 볼 수 있었다. 하필이..
'나 혼자 산다', 작품·시상식·SNS 뺀 진짜 유아인은 유아인 하면 떠오르는 몇 가지 이미지들이 있다. 첫 번째 이미지는 아무래도 그가 배우로 활동하며 일관되게 만들어낸 '청춘의 초상'이다. 영화 , 가 미생으로서의 청춘의 아픔과 성장통을 겪는 유아인의 모습이 담겼다면, 에서는 그 힘겹게 버텨내는 청춘이 쏟아내는 절규의 목소리가 담겼고, 은 꾹꾹 눌러 드러나지 않던 어두운 욕망까지 깨워냄으로서 청춘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가질만한 허세를 끄집어냈다. 에서 그가 연기한 종수는 그래서 이런 청춘의 다양한 얼굴들이 복합적으로 뭉쳐진 느낌을 줬다. 그리고 떠오르는 두 번째 이미지는 시상식에서의 모습이다. 스스로도 "수상소감만 하면 논란이 된다"고 말할 정도로 그의 시상식에서의 모습은 과도한 허세처럼 보이지만 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