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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 여성성의 시선으로 바라본 일그러진 우리 사회 꼰대들의 드라마? 애초에 이런 기치를 내걸었다지만 tvN 는 거기서 머무는 드라마는 아니다. 단지 어르신들의 이야기만이 아니게 된 것은, 그들의 삶에 묻어난 많은 것들이 우리 사회 현실의 적나라한 모습들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이 눈물 없이는 보기 어려운 드라마는 일그러진 우리 사회의 종합판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물론 이야기는 어르신들의 삶에서부터 시작했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는 삶. 그래서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 “나는 혼자 살 수 있다”고 되뇌는 희자(김혜자)나, 한 평생 구두쇠에 꼰대 남편 밑에서 살아오며 차라리 같은 자유롭게 살다가 길 위에서 죽는 삶을 꿈꾸는 정아(나문희) 같은 어르신들의 삶이다. 하지만 이렇게 한 세월..
'아가씨' 김민희와 김태리, 그녀들을 지지할 수밖에 없다 (본문 중 영화 내용의 누설이 있습니다. 영화를 관람하실 분들은 참고 바랍니다.) 박찬욱 감독의 신작 영화 의 배경은 일제강점기 어느 곳에 지어진 대저택이다. 하필 박찬욱 감독이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을 일제강점기로 삼은 이유는 명백하다. 그건 이 시대를 다룬 무수한 영화들이 많이 보여주던 민족주의적인 관점과는 무관하다. 다만 그 시기가 가진 혼종적 성격, 즉 문을 지나고 나서도 한참을 차를 타고 들어가 세워져 있는 대저택이 일본식과 영국식 그리고 우리식으로 한 공간에 지어져 있는 모양새와 무관하지 않다. 공간이 그러하듯이 그 공간에 살아가는 이들도 혼종적 성격을 띤다. 일본어를 쓰는 조선인이 있고 조선어를 쓰는 일본인이 있다. 영화가 담는 시공간..
, 박혁권이 만들어낸 악역의 품격 이토록 모스트스러운 악역이라니. SBS 에는 ‘육룡’만 있는 게 아니다. 그들의 활약을 가능하게 해주는 악역들이 있다. 이른바 ‘도당3인방’이라 불리는 이인겸(최종원), 길태미(박혁권), 홍인방(전노민)이 그들이다. 고려 말 혼돈기에 백성들의 고혈을 빨고 전횡을 일삼는 이들이 전제되기 때문에 ‘육룡’이라는 시대의 영웅들이 훨훨 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드라마 구조상 이들 악역은 가장 중요한 인물들이 아닐 수 없다. 그 세 명의 악역이 모두 강렬한 저마다의 캐릭터를 갖고 있다. 이인겸은 정치력을 갖춘 악역이다. 그는 일찍이 이성계(천호진)의 약점을 잡아 무릎 꿇린 바 있고 그의 정계 진출을 막기 위해 갖가지 정치적 책략과 술수를 동원하는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홍인방은..
, 일과 가정의 양립은 불가능한 일인가 김희애가 돌아왔다. 이번에는 워킹맘이다. 그것도 극한 워킹맘. SBS의 새 월화드라마 에서 김희애가 연기하는 최영진이라는 인물은 포장마차에서 주인아주머니와 털털한 이야기를 나누며 잠복근무하는 장면으로 등장한다. 무언가 세련되고 우아한 자태를 늘 보여주던 김희애는 이제 나쁜 놈들을 잡기 위해 좁은 골목길을 달리고, 싸워야 하는 인물로 돌아왔다. 여성들을 잔인하게 유린하고 살해하는 연쇄살인범을 추적하는 그녀가 일하는 현장에서는 자칫 잘못하면 범인들의 칼에 맞아 사경을 헤매게 되기도 하는 그런 살벌한 일들이 벌어진다. 최영진 팀장의 오른팔인 조재덕(허정도) 경사는 범인의 칼에 맞고서야 비로소 자신이 간경화였다는 걸 발견할 정도로 자신을 돌볼 틈조차 없는 이 일의 세계를 ..
송중기, 세상 어디에도 없는 캐릭터 된 사연 이 누적 관객수 52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 영화를 순수한 멜로영화라고 할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만일 그렇다면 멜로영화 중에서는 최고의 관객수를 기록한 셈이다. 작품의 완성도가 대단한 작품은 아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대중들을 사로잡는 묘한 매력이 있다. 그 중심에 서 있는 건 다름 아닌 늑대소년 철수라는 독특한 캐릭터와 그걸 연기해낸 송중기라는 아우라다. 멜로라는 장르가 영화에서 그다지 힘을 발휘하지 못해왔던 것처럼 드라마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그런데 드라마 는 2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냈다. 여기서도 역시 그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은 강마루라는 캐릭터와 그걸 연기한 송중기다. 겉면으로는 스릴러와 판타지가 섞여있고 또 복수극의 요소들이 깃들여있지만 모..
여성을 버리자 여성이 된 문근영, 그리고 신윤복 문근영은 국민여동생이라는 이미지를 얻는 순간 딜레마에 빠졌다. 귀엽고 순수함이 묻어나는 미소, 특유의 선해 보이는 커다란 눈망울은 그녀를 순식간에 스타덤에 올려놓았지만, 그것은 또한 족쇄이기도 했다. ‘어린 신부(2004)’, ‘댄서의 순정(2005)’으로 구축된 여동생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그녀는 ‘사랑따윈 필요없어(2006)’의 비련의 여주인공을 맡는 한편, 모 이동통신사의 CF를 통해 섹시한 이미지로의 변신을 시도했다. 하지만 대중들은 여전히 그녀를 여동생 이미지로 두고 싶어했다. 2년여의 공백기를 거쳐 문근영에게 다가온 ‘바람의 화원’의 신윤복이라는 캐릭터는 그녀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다. 남장여자란 그녀가 강요받아온 국민여동생이라는 이미지와, ..
님의 질문이 님에게 다시 되돌아간 이유 [한 장면으로 읽기] 순이(수애)는 자신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는 남편을 꼬박꼬박 면회 갑니다. 달거리에 맞춰 보내는 시어머니의 마음은 아마도 삼대독자의 대를 이어보자는 심산이겠죠. 여인숙에 어색하게 앉은 순이는 상관조차 하지 않고, 남편 상길(엄태웅)은 소주를 마십니다. 상길은 사실 따로 사랑하던 여자가 있었죠. 가만히 앉아있는 순이에게 넌 모를 거라는 식으로 묻습니다. “니 사랑이 뭔지 아나?” 그리고 혼자 돌아 누워버리죠. 사실 이렇게 사랑 받지 못했던 순이가 이역만리 전쟁통인 베트남까지 남편을 찾아 나선다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저 남편이기 때문에? 혹은 남편은 사랑을 주지 않았지만 자신은 깊이 사랑했기 때문에? 시어머니가 시켜서? 시집에서도 쫓겨나..
‘놈놈놈’의 남성성 vs ‘님은 먼곳에’의 여성성 여름시장에 등장한 ‘놈’과 ‘님’은 그간의 부진을 씻고 한국영화의 부활을 알릴 것인가. 지금 극장가를 달구고 있는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과 이준익 감독의 ‘님은 먼곳에’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미 ‘놈놈놈’은 개봉 첫 주에만 219만의 관객을 올리면서 벌써부터 올 최고 기록인 550만의 ‘추격자’를 따돌리는 것이 시간문제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어 개봉한 ‘님은 먼곳에’ 역시 여름 극장가의 최대 관심작으로 떠오르며 매년 반복되어왔던 여름시장 쌍끌이 흥행을 기대하게 만들고 있다. 주목해야할 점은 이 두 작품이 모두 대작이지만 완전히 상반된 특징을 가진 영화들이란 점이다. 남성적인 ‘놈놈놈’, 스토리보다는 볼거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