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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촌구석의 따뜻함과 위로 “나 회사 안가.” 출근과 퇴근을 반복하며 매일 아무 생각 없이 살던 어느 날, 문득 바람결에 날아온 벚꽃 잎을 발견하고 여름(설현)은 충동적으로 일탈을 선언한다. 모두가 서울로 출근하는 길, 그 정반대로 가는 전철을 타자 늘 지옥 같던 출근길과는 너무나 다른 마법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바쁜 사람 하나 없는 한가한 전철을 타고 목적지 없이 낯선 곳을 향해 가는 발걸음. 번아웃이 일상이 되어버린 도시인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상상해봤을 일이 아닐 수 없다. ENA 월화드라마 는 그 도발적인 제목이 먼저 지친 마음을 툭툭 건드리며 시작하는 작품이다. 마음의 양식이라는 책을 만드는 출판사지만, 사람의 영혼을 갉아먹는 얌체 상사가 어떻게든 부려먹고 갈취하고 ..
‘나의 해방일지’, 망가진 이들은 과연 진짜 행복해질 수 있을까 “사람들은 천둥번개가 치면 무서워하는데 전 이상하게 차분해져요. 드디어 세상이 끝나는구나. 바라는 바다. 갇힌 거 같은데 어딜 어떻게 뚫어야 될지 모르겠어서 그냥 다 같이 끝나길 바라는 것 같아요. 불행하지 않지만 행복하지도 않다. 이대로 끝나도 상관없다. 다 무덤으로 가는 길인데 뭐 그렇게 신나고 좋을까. 어쩔 땐 아무렇지 않게 잘 사는 사람들보다 망가진 사람들이 더 정직한 사람들 아닐까 그래요.” JTBC 토일드라마 에서 염미정(김지원)은 이른바 해방클럽에 들어온 이유를 묻는 질문에 그렇게 답한다. 그 해방클럽은 직원들의 복지를 위해 만들어진 행복지원센터에서 하도 동호회에 가입을 권유받지만 도무지 동호회에 들어가고픈 마음이 없는 세 사람..
‘나의 해방일지’, 흰자의 삶에 대한 박해영표 위로 “넌 그냥 딱 촌스러운 인간이고, 난 그 말이 상처가 될 수 있는 경계선 상의 인간이고. 걔가 경기도를 보고 뭐라는 줄 아냐? 경기도는 계란 흰자 같대. 서울을 감싸고 있는 계란 흰자.” JTBC 토일드라마 에서 창희(이민기)는 여자친구와 헤어지게 된 이유로 경기도에 살아가는 자기 삶의 환경을 이야기한다. 서울과 경기도를 계란 노른자와 흰자로 비유해 말하는 대목이 웃음을 준다. 그런데 그 뒤에 어딘가 짠한 페이소스 같은 게 남는다. 이건 대체 뭐지? 는 경기도 남쪽 수원 근처 산포(가상의 지명이다)라는 곳에 살아가는 창희, 미정(김지원), 기정(이엘) 남매의 이야기를 가져왔다. 사실 어느 정도는 과장이 들어가 있는 것도 있고 어떤 건 너무나 공감가는 대..
‘라켓소년단’, 변방으로 가 중심 강박을 털어버리다 “저는 내일 어떻게 하면 될까요?” 뉴질랜드에서 열리는 배드민턴 국제대회에 나간 한세윤(이재인)은 코치에게 다음 날 경기를 어떻게 해야 할까를 묻는다. 다른 선수들에게는 일일이 조언을 해주는 코치가 단식대회에 나가는 한세윤에게는 아무런 얘기도 해주지 않아서다. 그러자 코치는 말한다. “하던 대로. 그냥 너 하던 대로. 하고 싶은 대로.” 물론 이런 말은 코치가 한세윤을 무시하거나 무관심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늘 대회에 나가기만 하면 무조건 이기는 선수. 그래서 이기는 게 ‘당연한’ 선수이기 때문에 뭐라 코치를 해줄 게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코치의 말에 한세윤은 어딘지 시무룩한 얼굴이다. 그 ‘당연한 우승’에 대한 기대가 만만찮은 부담이었기 때문..
‘알쓸신잡2’와 유홍준·윤선도·정약용·하멜의 평행이론그들이 이 땅의 끄트머리 해남과 강진에서 발견한 건 뭐였을까. tvN 가 해남과 강진에서 벌인 지식 수다의 향연은 그 어느 때보다 흥미진진했다. 그것은 이 곳에 특히 유명한 분들의 삶의 족적이 남아 있어서다. 가까이는 유홍준 교수가 의 첫 장을 연 곳이고, 조선으로 가면 윤선도, 정약용이 유배를 갔던 곳이다. 심지어 조선에 표류되어 들어온 네델란드인 하멜이 유배되어 지낸 곳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익숙한 그 유명한 이름들이 모두 이 한 곳에 머물러 있으니 얼마나 이야깃거리도 많을 것인가.그런데 이게 우연이 아니다. 해남과 강진에 이렇게 유명인사들의 족적이 남게 된 건 아이러니하게도 그 곳이 이 땅의 끄트머리에 위치해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유홍준 교수는 ..
빼고 다? 정형돈의 행보 이해하려면 ‘무한상사’에 깜짝 출연한 이후 정형돈의 행보는 하루가 짧은 정도다. 이 아닌 MBC 에브리원 로의 복귀를 선언했고, 연달아 100억대 규모의 한중 합작 웹 영화의 시나리오 작가로 데뷔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리고 오는 22일 형돈이와 대준이의 신곡이 발매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 마디로 열일 하는 정형돈이다. 그런데 그럴수록 의구심이 드는 건 왜 다 돼도 복귀는 피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점이다. 그것은 아무래도 이 주는 부담감이 여타의 행보들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심각한 공황장애로 갑자기 모든 행보를 접었던 것의 진원지에 이라는 큰 부담이 있었다는 것이다. 정형돈의 이런 행보는 이라는 이제는 국민예능이 되어버린 프로그램이 갖고 있는 특징을 이해..
, 덕후도 일반인도 재밌어질 수 있었던 까닭 은 80년대 아케이드 게임에 푹 빠졌던 이들에게는 대단히 특별한 영화다. 그들은 PC 게임 이전, 오락실에서 동전을 넣어가며 했던 갤러그나 동키콩, 팩맨을 기억할 것이다. 50원 짜리 동전을 집어넣고 한 시간 넘게 게임을 하면 마치 구경이라도 난 듯 아이들이 모여 감탄사를 흘리고, 주인아저씨는 동전을 되돌려주며 다신 오지 말라고 했던 그 기억. 은 그 기억을 회고하는 것을 넘어서 그 게임 속으로 들어가는 영화다. 어찌 열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물론 이 영화의 장르는 코미디다. 홍보용 영상을 보면 마치 같은 외계인 침공의 액션 블록버스터처럼 오인될 소지가 있다. 만일 그런 영화를 기대했다면 은 실망감만 안겨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가 80년대 아케이드 게임의..
‘라디오 스타’ 변방에서 중심을 치다 ‘왕의 남자’에서 광대들이 시대를 갖고 걸판지게 한 마당을 놀았다면, ‘라디오 스타’에서 이준익 감독은 이제 한물 간 스타를 매개로 이 시대의 주변인들을 끌어 모아 라디오라는 마당 위에 펼쳐놓는다. ‘왕의 남자’에서 장생과 공길이 저 왕궁이라는 본진으로 들어가 스스로 민중의 입이 되어주었다면, ‘라디오 스타’의 최곤(박중훈 분)은 영월이라는 변방으로 날아가 DJ의 마이크를 고단한 민중들에게 넘긴다. 한 예술인의 삶으로서 장생과 공길이 왕 앞에서도 거침없이 사설을 늘어놓았다면, ‘라디오 스타’에서 최곤은 라디오 방송이라는 규범적 공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솔직한 이야기들을 엮어낸다. 그리고 ‘왕의 남자’가 그러했던 것처럼 ‘라디오 스타’ 역시 변방의 민중들을 끌어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