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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품위녀’, 진짜 품위란 김희선처럼 해야 얻어지는 것도대체 품위란 어떻게 해야 얻어지는 것일까. JTBC 금토드라마 를 보면 특이한 점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마치 모든 걸 던져서 자신의 욕망을 성취하려는 박복자(김선아) 같은 인물이 마치 가시가 바짝 세워진 고슴도치처럼 모든 이들에게 공격적이지만 유독 우아진(김희선) 앞에서만은 약해지는 모습이다. 사무실까지 찾아와 그녀에게 칼을 들이대고 난동을 피운 죄로 안재구(한재영)가 경찰서에 수감되고 그녀는 결코 그를 꺼내줄 의사가 전혀 없어 보이지만, 우아진이 나타나 그녀에게 그걸 요구하자 그녀는 선선히 받아들인다. 어찌 보면 박복자는 우아진이 자신을 찾아주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꺼운 마음이 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고 보면 우아진의 남편 안재석(정상훈)..
'옥자', 감동적인 서사를 위해 봉준호가 심어놓은 상징들(본문 중 영화 내용의 누설이 있습니다. 영화를 관람하실 분들은 참고 바랍니다.) 봉준호 감독의 새 영화 는 단순명쾌한 영화다. 도축될 위기에 처한 유전자 조작으로 탄생한 슈퍼돼지 옥자를 미자(안서현)가 구하는 이야기. 하지만 이 단순한 마치 동화 같은 이야기에 봉준호 감독은 무수히 많은 상징들을 넣어 그 울림을 극대화했다. 영화는 단순하지만 영화 속 인물들(슈퍼돼지 옥자를 포함해)이 처하는 상황과 그 상황에서 그들이 보여주는 선택과 행동은 그래서 곱씹어보면 꽤 많은 의미들로 읽혀진다. 산 속에서 자유롭게 살아가던 옥자와 미자가 초반 보여주는 벼랑 끝에서의 생존 장면은 그저 대상이 아닌 가족으로서의 둘의 관계를 곧바로 드러내고 후에 이어질 옥자 구출..
‘군주’, 가면과 권력에 대한 중독의 상관관계가면의 주인은 과연 누가 될까. MBC 수목드라마 에서 편수회에 의해 죽을 위기까지 처했지만 가까스로 살아남아 보부상 두령이 된 세자 이선(유승호)은 궁 밖에서 힘을 모아 편수회를 무너뜨리고 자신의 왕좌를 되찾으려 한다. 본래 ‘왕세자’라는 가면의 주인은 그였지만 지금 그는 ‘보부상 두령’이라는 가면의 주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흥미로워지는 지점은 세자 이선의 빈자리에 편수회가 허수아비로 세워놓은 천민 이선(엘)에게 일어나는 변화다. 처음 그는 세자를 위해 기꺼이 자신이 가짜 세자 역할을 하겠다고 나섰지만, 이것이 편수회에 의해 발각되고 세자의 죽음(물론 그건 진짜 죽음이 아니었지만)을 목격하며 대신 세자의 자리에 올라 허수아비 왕이 되자 심경의 ..
‘시카고 타자기’, 이토록 문학적 상징들이 가득한 드라마라니독특한 드라마. 아마도 tvN 새 금토드라마 를 한 마디로 말한다면 그런 표현이 적당하지 않을까. 총소리가 타자기 치는 소리를 닮았다고 해서 톰프슨 기관단총에 붙여진 별칭에서 따온 라는 제목은 이 드라마가 어떤 스타일을 추구하고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 그것은 일종의 문학적 해석이 가능한 상징들을 주요 모티브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한세주(유아인)가 시카고에서 발견한 한 타자기는 그에게 기묘한 영감을 불러일으킨다. 그 타자기는 1930년대 경성에서 글을 쓰던 자신과 친구인지 동료인지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인물 유진오(고경표), 그리고 심부름을 도맡아 하는 듯한 전설(임수정)이 함께 어울렸던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그것이..
, 한국형 판타지 히어로물의 탄생 사실 이라는 영화의 제목은 낮설다. 홍길동이라는 고전적 영웅 서사의 인물에 ‘탐정’이라는 현대적인 직업(?)을 덧붙였으니 그런 낯선 느낌은 어쩔 수 없을 게다. 게다가 은 사극도 아니고 그렇다고 현대극이라고 할 만큼 현실적인 바탕을 내세우고 있지도 않다. 마치 의 고담 시티 같은 가상의 공간이 에도 주요 배경이 된다. 마치 프랭크 밀러와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이 만들었던 를 우리 식으로 재해석한 것 같은 장르의 혼용과 만화와 실사의 결합이 놀랍게도 에는 그리 부자연스럽지 않게 시도되어 있다. 이야기는 그래서 배경보다는 홍길동(이제훈)이라는 미스테리한 인물에 맞춰지고 그가 속한 활빈당이라는 비밀조직과 그들이 대항하는 광은회의 대결구도가 영화의 주요골격이 된다. 어린 시절의..
아이유의 질문, 가수는 무릇 어떠해야 하나 이 또 음원을 낸 줄 알았다. 음원차트에 1위부터 7위까지 아이유의 새 음원 전곡이 올라 있었다. 그저 화제성이겠지 했다. 하지만 웬걸? 노래를 들어보니 하나하나 버릴 게 없다. 물론 ‘마음’ 같은 시적 가사를 써낼 때부터 어딘가 일을 낼 것 같은 아이유였다. 하지만 지난 23일 발매된 네 번째 미니앨범이자 그녀의 첫 프로듀싱 앨범인 ‘챗셔(CHAT-SHIRE)’의 타이틀곡인 ‘스물셋’을 들어보니 그 가사가 농익었다. ‘어느 쪽이게? 뭐든 한 쪽을 골라. 색안경 안에 비춰지는 거 뭐 이제 익숙하거든.’ 그녀는 스물셋 먹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를 수수께끼처럼 내놓고는 끊임없이 이런 모습일까 저런 모습일까를 추론하게 만든다. 물론 답을 주지 않는다. 사랑을 하고 싶..
MBC 교양국 해체에 왜 이승환은 분노했을까 좋은 다큐멘터리 한 편이 가진 힘은 얼마나 될까. 아마도 가수 이승환에게는 각별했던 모양이다. 2006년 MBC 에서 방영된 ‘너는 내 운명’편 이야기다. 간암 말기 3개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서영란씨와 이를 알고도 결혼한 정창원씨의 이야기를 본 이승환은 깊은 감동을 받고 다큐멘터리를 보자마자 곡을 써내려갔다. 그 노래가 바로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다. 아마도 이 감흥은 이승환에게만 해당되는 건 아닐 게다. 당시 ‘너는 내 운명’을 본 시청자들이라면 당시 죽음을 앞둔 서영란씨와 정창원씨가 보여줬던 병원에서의 결혼식이 다시금 눈앞을 가릴 것이고, 앞에서 차마 눈물을 흘리지 못하고 인터뷰 도중 PD를 껴안고 울어버린 정창원씩의 모습이 여전히 아른거릴 것이기 ..
세월호 유족에게 죽어라? 배우가 어떻게 영화 의 보이콧 논란으로까지 번진 막말 댓글 논란은 당사자인 배우 정대용의 30년 배우 인생 포기 선언으로 이어졌다. 정대용은 사과문에서 “아파하시고 힘들어하시는 세월호 유가족분들과 생사를 오가며 힘겹게 단식을 이어가시는 김영오님께 무릎 꿇어 사죄를 드립니다”라고 밝히며, “저의 30여년 무명배우이지만 너무나 사랑했었던 배우라는 직업을 내려놓기로 결정을 하였습니다”라고 배우 포기선언을 했다. 사과문에 거듭해서 가 피해를 보고 있는 것에 대한 언급한 걸로 봐서 자신의 부절절한 댓글로 영화의 보이콧 논란이 생긴 것에 대한 상당한 심적 부담감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실로 정대용씨의 한 줄 댓글은 라는 영화에 직격탄을 날릴 만큼 중대한 과오일 수밖에 없었다. 이 영화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