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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운수 오진 날’이 담은 타인의 고통에 대한 사회적 의미 “저, 고통을 못 느껴요.” 금혁수(유연석)는 사고로 편도체에 문제가 생겨 공포도 고통도 못느끼게 됐다고 한다. 그런데 금혁수(유연석)는 그걸 ‘신기한 능력’이라며, 운전을 하고 있는 택시기사 오택(이성민)에게 굳이 손바닥을 칼로 긋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 모습을 보며 오택은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른다. 마치 제 손을 긋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금혁수는 무표정하다. 고통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장면은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이 이 살벌한 논스톱 스릴러를 통해 담고 있는 게 무엇인가를 정확히 드러낸다. 그건 ‘타인의 고통’에 대한 이야기다. 한 평범한 택시기사가 연쇄살인범을 손님으로 태우게 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스릴러의 근간은 바로 금혁수라..
‘썸바디’, 이 괴물은 왜 살벌한데 쓸쓸할까 “무슨 소리일까요? 이 소리는 여기 직경 20미터 높이 50미터의 사일로 내부의 소리입니다. 여기 사일로 내부에 들어가면 아주 작은 숨소리조차 녹슨 철판에 난반사되어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본인의 숨소리까지 느껴보실 수 있습니다. 이 사일로 내부에 있는 녹슨 철판이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버텨왔을까요? 50년입니다. 50년 동안 여러분들의 목소리, 숨소리를 기다리고 있던 겁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에서 성윤오(김영광)는 나포시청 도시재생 사업 공모전에서 바닷가 옆에 세워진 오래된 사일로에 대해 그렇게 브리핑한다. 거대한 괴물처럼 서 있는 사일로. 바닷가 옆 흉물처럼 보이지만, 성윤오는 그 내부에 들어가 자신이 내는 숨소리, 목소리를 온 몸으로 듣는다...
소지섭, 김윤진, 나나가 ‘자백’을 통해 보여준 것들 시작과 함께 부감으로 보이는 끝없이 펼쳐진 산세가 마치 앞으로 이 영화가 펼쳐놓을 만만찮은 이야기를 예감케 한다. 서로 겹쳐져 있는 산들은 이야기 뒤에 숨겨진 또 다른 이야기를 말해준다. 그 산세들이 그림으로 변하고 그려진 그림 위에 붓칠이 계속 채워지는 오프닝 신도 마찬가지다. 은 그런 영화다. 진실인 것처럼 보이던 사건이 한 꺼풀을 벗겨내면 거짓으로 바뀌고 또 다른 진실을 드러내는 그런 영화. 그래서 이 시작점에 시선이 포획되면 끝점까지 시선을 돌리기가 어려운 극강의 몰입감을 주는 작품이다.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던 유민호(소지섭)는 불륜 사실을 폭로하겠다는 협박에 돈 가방을 챙겨들고 호텔을 찾아가고, 거기서 엉뚱하게도 불륜 상대인 김세희(나나)를..
‘작은 아씨들’, 김고은의 판타지, 남지현의 진실, 박지후의 탈출 쉴 틈 없는 폭풍전개다. tvN 토일드라마 의 스토리 전개는 머뭇거림이 없다. 곧바로 사건을 전개시키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건들이 이어지며 그것을 한꺼번에 뒤집는 반전도 벌어진다. 싱가폴에 오인주(김고은)의 명의로 있는 비자금 7백억을 둘러싼 진실이 밝혀지는 8회는 이러한 의 폭풍전개가 짜릿할 정도로 긴박한 속도감을 낸 대표적인 사례처럼 보였다. 처음부터 시청자들은 자신의 집에서 목매달린 채 죽은 진화영(추자현)이 살아있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진 바 있다. 워낙 미스테리한 행적을 보인 인물인지라 그가 성형을 하려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가 자살을 위장하고 싱가폴로 도주해 그 곳에서 오인주의 이름으로 또 다른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하는..
'써치', 멜로가 죄는 아니지만, 굳이 멜로 없어도 충분한 멜로가 죄는 아니지만, 굳이 멜로가 없어도 충분히 괜찮을 법한 드라마가 있다. 팽팽한 긴장감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 전개만으로도 이제 장르물에 익숙한 시청자들은 더 열광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OCN 드라마틱 시네마 가 딱 그렇다. 이 작품이 흥미로운 건 좀비 장르의 보편적인 재미를 주는 괴생명체라는 소재에 비무장지대라는 우리식의 차별적인 요소가 더해져 있어서다. 민간인들이 들어가지 않은 천혜의 자연 속에서 탄생한 괴생명체와 군인들의 피 튀기는 대결은 그래서 영화 의 공포감을 유발하고, 여기에 겹쳐진 남북한 대치국면은 상황을 더 쫄깃하게 만들어준다. 처음에는 비무장지대에서 출몰하던 괴생명체가 DMZ내 민간인이 거주하는 천공리 마을에 출몰..
'악의 꽃', 악조건 속 이준기를 피워낸 문채원의 사랑 사랑은 얼마나 위대할 수 있을까. 아마도 tvN 수목드라마 은 그런 질문을 던져보려 했던 것 같다. 사랑해 결혼했고 아이까지 낳아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던 차지원(문채원)은 남편 백희성(이준기)이 사실은 연쇄살인범 도민석(최병모)의 아들 도현수라는 걸 알게 된다. 혼수상태로 15년간을 지내온 진짜 백희성(김지훈)으로 신분세탁을 한 후 그 집 아들 행세를 해온 것. 보통 이런 설정이라면 드라마는 멜로에서 스릴러로 바뀌기 마련이다. 믿었던 남편의 모든 것이 거짓으로 다가오고 심지어 연쇄살인범과의 공범이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도 드리워져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그는 그의 누나 도해수(장희진)가 저지른 살인 누명까지 스스로 뒤집어쓴 채 살아가는 인물이다..
'미씽', 고수와 허준호의 살벌한데 유쾌하고 훈훈한 스릴러라니 잔인하게 살해된 시체들이 등장하는 살벌한 스릴러가 아닐까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참혹하게 살해되고 아무도 모르는 곳에 유기되어 '실종'처리된 사건들. 장판석(허준호)이 삽자루를 들고 어딘가를 찾아다니고 죽은 사체들을 하나씩 찾아내 끌어내는 이 드라마의 첫 시퀀스는 당연히 그 인물이 연쇄살인범일 거라는 심증을 갖게 만든다. 하지만 그건 일종의 트릭이다. 그는 실종처리 되어 사라진 사체들을 찾는 것이었을 뿐이니 말이다. OCN 토일드라마 에서 장판석이 사체를 찾는 이유는 죽었지만 사체조차 발견되지 못한 억울한 영혼들을 저승으로 보내기 위함이다. 그 영혼들이 머물고 있는 곳은 바로 두온마을. 산 자들의 눈에는 그 장소도 영혼도 보이지 않지만 무슨 일..
'악의 꽃' 이준기와 문채원, 멜로도 스릴러도 깊어진 까닭 멜로도 스릴러도 더더욱 깊어졌다. tvN 수목드라마 은 그래서 가슴 절절한 감정이 솟아오르면서도 동시에 긴장감 넘치는 전개가 이어진다. 멜로에 익숙한 시청자들이라면 깊어진 감정에 놀랄 것이고, 스릴러 취향을 가진 시청자라면 갈수록 궁금해지는 진실과 어디로 튈지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의 반전에 빠져들 것이다. 실로 은 멜로와 스릴러가 적절히 결합해 이질적인 두 장르를 어떻게 강화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것이 가능해진 건 실제는 연쇄살인마의 아들로 자신 또한 공범이라 의심받으며 숨어 지내온 도현수지만 백희성(이준기)이라는 이름으로 신분 세탁해 차지원(문채원)과 가정을 꾸린 독특한 인물의 설정에서 나온다. 이 인물은 그래서 도현수와 백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