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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곰배령에 대한 첫번째 기억은 'MBC 스페셜'이라는 프로그램이다. 카메라라는 것이 늘 그렇듯이 그 프로그램은 우리가 평소에 발견하지 못하는 것들까지 세세하게 우리 앞에 던져 놓았다. '곰배령 사람들'이라는 제목의 그 다큐멘터리는 나를 단박에 매료시켰다. 그래서 나는 "우리 한 번 곰배령 가볼까?"하고 물었고 아내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휴식년제에 들어간 곰배령은 사람들의 발길을 허락하지 않는다, 지만 그래도 가려면 갈 길은 있다. 그 해에는 민박집 주인 아주머니가 곰배령 안에 사는 분의 이름을 가르쳐주면서 입구에서 그분을 만나러 왔다고 얘기하고 들어가라고 일러줬다. 우리 가족은 그 패스워드를 정확히 불러주었고, 그 입구를 막고 있는 관리인은 들어가라고 해주었다. 참 이런 자연이 없었다. 사람 발길..
"야 너 아주 내 얘길 그대로 썼더라." 시골에 갔더니 아버지께서 불쑥 이 얘기부터 건네셨다. 사실 조금 부끄러웠다.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는 뭔가 속내를 들킬 때 어색해하는 감정이 남는 모양이다. 그래도 아버지는 내 속내가 궁금했던지, 책이 나왔다고 하니 단박에 책을 구해서는 읽었다고 하셨다. 책상 위에 놓여진 책은 접어가면서 보았는지 벌써부터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사실 시골 내려가기 전에 어머니가 전화를 했었다. "얘. 네 아버지가 이상하다." "네? 어디가 편찮으세요?" "아니 그런게 아니고 네 책을 읽으면서 깔깔깔 웃다가 또 갑자기 울고 그런다지." 아들이 책을 쓴 것에 대한 과장이겠거니 했다. 그런데 막상 아버지가 내게 그렇게 얘기하니 마음 한 구석이 짠해졌다. 초등학교 때 서울로 온 후, 줄곧 ..
마흔, 그 미친 존재감에 대하여 병수는 제 오랜 친구입니다. 젊은 시절, 신촌에 있는 '도어스'를 드나들고 짐 모리슨처럼 살아야지 하면서 술을 밥처럼 마시던 친구였죠. 뭐 하나 결정된 것이 없지만, 아니 아마도 그랬기 때문에, 우리들은 그처럼 하루하루를 불태웠던 것(?) 같습니다. 그 땐 저도 좀 그랬습니다. 그런데 벌써 마흔을 넘겼군요. 이제 머리도 희끗희끗해지고, 혈압약을 챙겨 먹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지금도 가끔 강남역 '우드스탁' 같은 데서 존 레논을 들으며 하루 동안 귀에 덧씌워진 삿된 것들을 씻어내곤 합니다. 병수는 한때 보험소장을 하다가 지금은 나와서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늘 인상을 잔뜩 쓰고 입만 열면 '죽겠다'는 말을 달고 살죠. 물론 그 말을 곧이곧대로 듣지는 않습니다. 꽤 잘 살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