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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TV의 비만 차별, 이대로 괜찮을까 tvN 라는 프로그램은 제목 그대로 ‘먹고 자고 먹는’ 것이 콘셉트다. 말레이시아 쿠닷의 한 리조트에서 백종원은 현지 재료들을 사다가 갖가지 음식들을 만든다. 그 산해진미를 온유와 정채연이 만끽하는 것이 이 프로그램이 보여주려는 전부다. 그런데 그렇게 모든 걸 내려놓고 현실을 살짝 벗어나 먹고 자고 먹으러 온 정채연의 가방에서 불쑥 저울이 나온다. 그녀는 실컷 음식을 먹고 난 다음날 저울 위에 올라보고는 마치 굉장한 잘못이라도 한 듯 운동을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늘 살찌는 걸 경계해야 하고 따라서 다이어트를 거의 생활화하며 살아가는 걸 그룹 아이돌의 살에 대한 강박을 살짝 드러내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첫 회에 출연한 조금 살집이 있어 보이는 참가자 이지은이 제시제..
TV 앞의 여론, “미쳤네. 저 여자.” 어린이집 폭행 교사의 뉴스를 보던 김기용씨는 그 충격적인 CCTV 장면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곽희경씨는 “저거 저거 정신 나갔네. 저게 선생이야?”하고 되물었고, 이학규 할아버지는 “저게 진짜인가? 진짜?”라며 도무지 믿지 못하겠다는 모습을 보였다. 김부선의 딸 이미소가 “엄마 내가 저러면 어떻게 할 거야?”하고 묻자 김부선은 마치 자기 일이나 된다는 듯이 “내가 저거 죽여. 내가 죽여버려.”라고 말했다. 장동민의 아버지인 장광순씨는 “우리 손자를 그랬다면 나는 때린 손모가지를 딱 부러뜨려야지.”라고 했고, 어린이집 교사 10년차인 박은주씨는 “보호자가 어떻게 아동을 학대하냐? 직장 다니는 어머니들을 얼마나 답답할까. 잘하는 교사들도 많은데.. 저런 일 터지면 ..
'무도-TV전쟁', TV의 욕망을 담다 '무한도전' TV전쟁 특집이 앞으로 다가올 종편시대의 시청률 경쟁이 가져올 풍경을 풍자했다고 해석될 수 있는 건, 이 코너가 하나의 생존게임의 형식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에 살아남은 유재석TV와 하하TV가 라이브 방송을 통해 누가 더 많은 시청자를 끌어 모으는가 하는 그 경쟁은 그 자체로 시청률 경쟁이 가질 수 있는 폐해를 떠올리게 하는 풍경을 애초부터 내포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물론 '무한도전'은 결말을 세워두고 방송을 찍은 적이 없다. 흐름에 의해 만들어진 풍경은 그래서 자연발생적인 것이다. 처음에는 '개국방송'을 위해 나름의 야심찬(?) 기획이 세워졌다. 하하TV는 초호화 게스트를 초대하는 쇼로 주목을 끌려 했고, 유재석TV는 '개국 축하쇼', '무한..
그 때 우리는 동해안의 어느 바닷가에 있었다. 도시의 폭염을 피해, 도시의 돈 냄새를 피해, 달아난 우리를 비웃기라도 하듯, 하늘은 잔뜩 찡그린 채 빗줄기를 쏟아내고 있었다. 텅 빈 백사장 위에 설치된 천막 옆에서 우리는 비에 젖은 생쥐마냥 떨면서 빗물을 안주삼아 소주를 마셨다. 집으로부터 3백 킬로미터는 떨어진 외딴 곳에 잘 곳도 없는 우리들에게, 주머니에 마지막으로 남겨진 돈을 톡톡 털어서 마시는 소주 맛이란, 막막함과 설렘이 뒤섞인 기막힌 맛이었다. 그 대책 없는 상황은 오히려 즐거움이었다. 천막 안에서 흘러나오는 쿵쿵 대는 음악에 맞춰 우리는 천막 바깥에서 춤을 추었다. 소주에 취해 빗물과 바닷물에 취해. 자연 속에 적당히 자신을 방치해버린 듯한 그 기분. 그것은 어디로 가야할 지 몰라 눈을 깜박..
똑똑한 TV의 시대, 새로운 가족의 풍경 자물쇠를 찬 바보상자, 옛날TV 엉뚱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TV에 대한 첫 기억으로 무엇이 떠오르느냐고 묻는다면 ‘자물쇠’라고 말할 것이다. 큰 맘 먹고 아버님이 모셔온(?) TV는 방 한 가운데를 떡 하니 차지하고 있었지만 우리에게는 접근 불가능의 물건이었다. 가구와 일체형으로 되어 있던 그 녀석은 커다란 자물쇠를 풀고, 문을 양옆으로 연 후에야 겨우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은 아마도 교육열이 유난히도 뜨거웠던 그 시기, 이른바 ‘TV는 바보상자’라는 말에 아이들의 눈을 가리고 저희들끼리만 보려고 누군가 고안했던 고약한 아이디어가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가린다고 안볼 우리들이었을까. 저녁 시간마다 TV를 볼 수 있는 친구 집으로 달려가는 건 우리의 일상이 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