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21>이 포착한 연예사병 실태, 심각하네
연예사병들이 일반사병들보다 편할 것이라는 막연한 심증은 있었지만 정말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SBS <현장21>이 포착한 연예사병의 실태는 PD의 표현대로 실로 충격적이었다. 연초에 불거졌던 비의 특혜성 외출 문제로 인해 국방부가 이른바 ‘연예병사 특별 관리 지침 복무 관리 강화안’을 내놓았지만, 그것은 무마용이었을 뿐 규정대로 지켜지고 있는 건 없었다.
'현장21(사진출처:SBS)'
행사가 끝나고 부대로 복귀해야할 연예사병들을 태운 차는 그들을 유흥가 모텔에 내려놓았고 그들을 인솔하고 책임져야 할 공연팀장은 일찌감치 서울로 올라가버렸다. 사복을 입고 유흥가를 활보하며 아무 거리낌 없이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고, 저녁을 먹으며 소주와 맥주를 당연한 듯 마시고 심지어 안마시술소를 찾아 새벽까지 이곳저곳을 헤매고 다니는 연예사병들을 과연 어떻게 군인이라고 볼 수 있을까.
안마시술소에서 나온 연예사병 두 사람은 취재기자의 팔을 꺾고 마이크를 빼앗으려 했다. 그리고는 “저희는 맹세코 불법 이런 걸 한 게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술 냄새를 풀풀 풍기면서도 “술은 한 잔도 안 먹었습니다”라고 거짓말을 했다. PD가 던진 질문처럼 이들은 ‘연예인인지 군인인지’ 알 수 없는 행동을 하고도, 거기에 대한 사죄는커녕 당장을 모면하려는 행동으로만 일관했다. 군인정신은 물론이고 연예인으로서의 공인 의식도 없었던 셈이다.
물론 ‘현금으로 하면 17만원’이라는 안마시술소의 ‘서비스’는 PD가 확인한 것처럼 그저 ‘안마’만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여기에 대해서 국방홍보원의 입장은 ‘아파서 치료 목적으로’ 안마시술소를 찾은 것이라는 것이었다. 물론 같이 간 병사가 왜 따라갔는가에 대해서는 변명조차 하지 못했다. 도대체 언제부터 안마시술소가 군인들을 치료하는 곳이 되었던가. 변명도 이 정도면 창의적이지 않은가.
마치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듯 취재진을 따돌리고, 따라오는 취재차량을 피하기 위해 신호도 무시하고 줄행랑을 치는 버스의 모습은 부끄러운 연예사병들의 뒷모습을 보는 것만 같아 씁쓸하기 이를 데 없다. 특히 문제를 발본색원해 또다시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사죄하는 모습이 아닌 너무도 당당하게 발뺌만 하려는 국방홍보원의 태도는 실로 심각한 윤리의식 부재가 아닐 수 없다.
가능한 해당 부대 내에서 숙박해야 하며, 22시 이전에는 원칙적으로 복귀해야 하고 늘 해당 간부가 인솔해야 하며 병사의 개인 출타는 금지되는 홍보지원대 특별관리 지침은 있으나 마나한 것이었다. 그 무엇 하나 지켜지지 않고 심지어 일반인들도 하지 못할 행동들을 하고 있는 병사들을 바라보는 대중들의 마음은 참담할 수밖에 없다. 만일 군대에 귀한 아들을 보낸 부모라면 이들의 ‘화려한 외출’을 바라보며 어떤 감정을 갖겠는가. 분노가 치밀 일이다.
<현장 21>이 방영된 일자는 공교롭게도 6월25일이었다. 또 프로그램에서 연예사병들이 참석한 행사는 강원도 춘천시 수변공원에서 열린 ‘6.25전쟁 춘천지구전투 전승행사’였다. 나라를 지킨 호국선열들 앞에 실로 낯부끄러운 장면들이 아닐 수 없다. 무단이탈, 직무 유기, 군 보안 규정 위반 등등. 이들이 위반한 규정들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연예사병이라는 이름으로 연예인인지 군인인지 알 수 없는 이런 군 생활이 특혜가 아니고 무엇인가.
물론 군 사기 진작을 위해 연예 사병이 해야 할 역할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특수한 역할과 위치를 빌미삼아 군인으로서 해서는 안 될 일들을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행하게 만든다면 그것은 바로 그 연예 사병이라는 존재 근거를 뿌리째 뒤흔들 것이다. 제발 열심히 군 생활을 하고 있는 일반 사병들을 허탈하게 만드는 일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이번 기회에 연예사병이 가진 문제들을 낱낱이 공론화하고 또 군 기강을 바로잡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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