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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 시국 정조준 '낭만닥터', 이런 사이다가 없네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6. 12. 15. 08:21728x90
<낭만닥터>, 어째서 모든 게 현 시국으로 읽힐까
SBS 수목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탄핵 정국을 미리 읽었던 걸까. 마치 현 시국을 예견이라도 했던 것처럼 <낭만닥터 김사부>의 이야기들은 그 하나하나가 예사롭지 않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드라마가 아무리 빨리 기획되고 제작된다고 해도 최소 1년 정도의 시간은 필요하다는 점을 떠올려보면 이 작품이 읽어낸 우리 사회의 치부들이 놀라울 정도다.
'낭만닥터 김사부(사진출처:SBS)'
‘병사’냐 ‘외인사’냐를 두고 진실을 밝힐 것인가 아니면 눈 한 번 감는 것으로 출세를 지향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강동주(유연석)의 이야기는 지금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고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에 ‘병사’로 기록된 사망진단서 문제를 떠올리게 한다. 물론 <낭만닥터 김사부>가 이런 일을 예상했을 리 없다. 하지만 인터넷 창에 ‘외인사’를 치면 이제 ‘백남기’라는 이름과 함께 ‘낭만닥터 김사부’도 연관 검색어로 뜨게 됐다.
“출세 만능의 시대. 출세를 위해서라면 양심도 생명도 이해타산에 밀려버리는 시대. 어쩔 수 없다는 변명으로 타인의 희생조차 정당화해버리는 사람들. 힘이 없다는 이유로 힘 있는 자들에게 찍히고 싶지 않아서 반쯤 눈감은 채 진실을 외면하는 사람들. 그러한 이들의 비겁한 결속력이 기득권이란 이름으로 세상에 군림하고 있었으니.” 지난 5회에 등장했던 이 내레이션에서 ‘비겁한 결속력’, ‘기득권’, ‘군림’ 같은 단어들은 우리에게 ‘최순실 게이트’로 낱낱이 드러난 그 ‘비겁한 결속’을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지난 10회에는 도로에서 벌어진 6중 추돌사고로 인해 현장과 돌담병원 응급실이 긴급하게 돌아가는 상황을 드라마는 그려냈다. 절체절명의 순간들 속에서 김사부(한석규)는 감사팀에 의해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진료를 할 수 없게 된 상황이었지만 그 순간 그는 외친다. 환자들을 살리는 게 자신의 룰이라고. 이 장면 속에서 우리가 떠올린 건 지금 현재 다시 이슈화되고 있는 세월호 7시간 부재했던 콘트롤타워와의 비교점이다. 김사부 같은 리더만 있었더라도.
물론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이나 ‘최순실 게이트’ 같은 것들을 <낭만닥터 김사부>가 미리 예견했을 리 없다. 그리고 지금 같은 탄핵 시국이 벌어질 것이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이 드라마가 마치 지금의 고구마 시국을 읽어내듯 사이다 드라마로 쓰여질 수 있었을까.
이 이야기는 안타깝게도 이런 일들이 지금 갑자기 터진 사안이 아니라, 이미 예전부터 잠재적인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로 존재하다 ‘최순실 게이트’라는 어떤 촉발점에 의해 밖으로 터져 나온 것이라는 걸 확인시켜준다. 고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 이전에도 우리는 이미 병사냐 외인사냐를 두고 벌어진 많은 논란들을 마주한 바 있고, 특히 군에서의 가혹행위로 인해 벌어진 사건사고들을 접한 바 있다. 그 당시 그 사건들은 과연 제대로 그 진실이 알려졌던가.
가진 자들이 기득권이라는 이름으로 갑질하는 모습들은 무수한 논란들로 터져 나왔던 바 있다. ‘땅콩 회항’ 같은 사건들이 우리에게 상기시키는 건 가진 자들의 횡포 앞에 분노하는 서민들이 아니던가. 콘트롤 타워의 부재는 이미 세월호 참사 이전에도 그 많고 많은 사고들이 천재가 아닌 인재였다는 것에서 여러 번 지목됐던 것들이다.
<낭만닥터 김사부>는 그런 점에서 보면 독특한 의학드라마가 아닐 수 없다. 병원에서 벌어지는 의사들과 환자들의 이야기지만, 이 드라마는 우리 사회의 부조리한 면들을 적나라하게 고발하는 사이다 드라마로 자리해 있다. VIP 환자 때문에 먼저 왔지만 제 때 수술을 받지 못해 사망한 환자의 딸이 강동주를 ‘살인자’라고 지목하며 치를 떨 때, 그가 진심으로 그녀에게 사죄하는 모습이 우리에게 더 깊은 감흥을 주는 건 ‘진정한 사과’라는 그 행위가 지금 같은 시국에는 더더욱 진중한 느낌으로 다가오기 때문일 것이다. 고구마 시국에 이런 사이다 드라마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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