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이별도 사랑의 일부... 송혜교가 전한 어른들의 사랑(‘지헤중’) 본문

동그란 세상

이별도 사랑의 일부... 송혜교가 전한 어른들의 사랑(‘지헤중’)

D.H.Jung 2022. 1. 10. 11:19
728x90

‘지헤중’, 헤어져도 사랑이 영원한 이유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

“평생 2월이면 애들 졸업시키는 게 업이었는데 내 인생에서 네 엄만 어떻게 졸혼시켜야 될지...” SBS 금토드라마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에서 하영은(송혜교)의 아버지 하택수(최홍일)는 딸에게 그렇게 말한다. 그는 중학교 교감선생님으로 매년 아이들과의 헤어짐을 반복했다. 하영은이 그게 힘들지 않았냐고 묻자 아버지는 말한다. 

 

“못 본다고 인연이 끊기나 어디? 교문 밖으로 나갔다 뿐이지. 살다가 어려운 문제 부딪쳤을 때 아 택수 선생님이 이러라고 했지? 그 때 그 녀석은 잘 사나? 가끔 궁금해 하고. 그렇게 인생의 어느 자락에 늘 있는 거지.” 아버지는 헤어짐이 끝이 아니라는 걸 말한다. 하지만 정작 오래도록 함께 살아왔던 아내와의 헤어짐 앞에서는 난감해 한다. 그러면서도 집을 고쳐 놓고 나가겠다고 아내에게 말한다. 아내가 원하는 졸혼을 해주겠다는 것. 아버지에게 헤어짐은 또 다른 사랑의 표현인 셈이다. 

 

하영은은 결국 파리로 떠나는 윤재국(장기용)과 함께 가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떠나는 그의 짐을 함께 싸준다. 여기 이 곳에 자신이 해야 할 일들과 함께 하는 이들이 있고 무엇보다 자신의 삶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하영은을 윤재국도 애써 잡아 끌지 않는다. 물론 미련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의 선택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같이 떠날 비행기 티켓을 산 이유를 그는 이렇게 말한다. 

 

“영은씨 입장, 상황 안 되는 이유 충분히 이해하고 납득하니까. 그런데도 티켓을 끊고 같이 가자고 한 건 내 마음 그대로라는 거. 그건 말해야 될 것 같아서. 내가 혼자 떠난다고 해도 내 마음이 식어서거나 내 마음이 죽어서가 아니라, 나는 여전히 하영은이란 여자를 사랑하고 내일도 모레도 그럴 거라는 거. 그렇게 이어갈 거라는 거. 그건 꼭 말해야 될 것 같아서.” 그는 헤어짐을 선택하지만 그것이 사랑의 끝은 아니라고 한다.  

 

그 말을 건네는 윤재국과 그 말에 담긴 그의 마음을 너무나 잘 아는 하영은 앞에는 이제 따로 가야할 갈림길이 놓여있다. 하영은의 엄마 강정자(남기애)는 인생을 갈림길에 비교해 이렇게 말했다. “인생이라는 게 구불구불한 길을 가는 거 같아. 갈림길도 만나고 절벽도 만나고. 같이 가던 사람들도 누군 이쪽 길 가고 누군 저쪽 길 가고. 아쉽지. 같이 가고 싶지. 그래도 어떡해? 갈 길이 다 다른데...” 그렇게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 우리네 삶이라고 그는 얘기한다. 

 

보통의 멜로들은 대부분 ‘만남’과 ‘결실’의 과정을 담는다. 그래서 그 흔한 동화 속 해피엔딩은 늘 “그들은 함께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가 아니던가. 하지만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는 그렇게 함께 오래오래 사는 것만이 해피엔딩도 아니고, 사랑의 완성도 아니며 서로를 끝까지 행복하게 하는 일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는 저마다 주어진 각자의 길을 가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만나고 사랑하지만 또 헤어질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헤어졌다 해도 그 사랑이 남긴 향기가 그 삶에 묻어있는 한 그 사랑은 끝난 게 아니라고.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는 그래서 잘 만나는 것만이 아니라, 잘 헤어지는 것이 그 사랑을 얼마나 완성하는가를 보여준다. 그것은 사랑만이 아니라 일도 삶도 그렇다. 황대표(주진모)가 하영은에게 그가 만든 브랜드 소노를 갖고 독립하라 제안하는 건 일에 있어서의 아름다운 헤어짐을 추구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대해 하영은이 홀로 퇴사해 소노가 아닌 다른 자기만의 브랜드에 도전하겠다고 나서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황대표의 호의에 감사를 표하면서도 자기가 가야할 길을 가겠다 선택한 것. 이 선택에 황대표도 기꺼이 고개를 끄덕여준다. 

 

하영은의 친구 전미숙(박효주)이 결국 암으로 사망하게 되는 그 과정을 통해서 이 드라마가 그리려 한 것 역시 헤어지는 과정으로서의 삶에 대한 이야기였다. 남편과 아이 그리고 친구들과 잘 헤어지는 과정을 통해 그는 모두에게 사진 속 그 밝았던 그 모습으로 남았다. 그런가 하면 민여사(차화연)가 죽은 아들과 끝내 헤어지지 못하고 집착하는 모습은 정반대의 의미를 전한다. 잘 헤어지지 못하는 삶은 결코 행복해질 수도 없다는 걸. 

 

만남의 스파크를 다루곤 하는 청춘들의 멜로와 달리, 헤어짐도 사랑의 과정이라고 말하는 이 드라마는 어른들의 멜로다. 잘 헤어지는 일은 쉽지 않지만, 그것이 삶과 사랑을 영원으로 만드는 길이라고 드라마는 말한다. “어느 계절인들 아쉽지 않은 계절이 어딨어. 어느 꽃인들 꺾어서 곁에 두고 싶지 않은 꽃이 어딨어. 그런데 보내야지. 놔둬야지.” 하영은의 어머니인 강정자의 말처럼, 그렇게 만나고 사랑하고 헤어지는 게 우리네 삶이 아닌가. 그럼에도 살아가다보면 또 어느 순간 기적처럼 다시 만나는 그런 일들이 가능할 지도. 잘 헤어질 수 있다면.(사진: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