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당신도 ‘선친자’인가... ‘선업튀’ 이러니 점점 빠져들 수밖에...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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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선친자’인가... ‘선업튀’ 이러니 점점 빠져들 수밖에...

D.H.Jung 2024. 5. 13.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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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재 업고 튀어’, 이 드라마가 ‘선친자’를 만드는 몇 가지 이유

선재 업고 튀어

‘상친자’에 이은 ‘선친자’의 탄생인가. 한때 대만드라마 ‘상견니’에 푹 빠진 이들을 지칭하던 ‘상친자(상견니에 미친 자)’라는 표현이 최근에는 tvN 월화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에 빠진 이들을 말하는 ‘선친자’라는 표현으로 재연되고 있다. 혹은 ‘솔친자’나 ‘업튄자’라고도 하는데, 도대체 ‘선재 업고 튀어’의 무엇이 이런 신드롬급의 과몰입 반응들을 쏟아내게 만드는 걸까. 

 

그 중심에는 역시 임솔(김혜윤)이 시간까지 되돌려 그토록 구해내려 하는 최애 류선재(변우석)가 있다. 이미 ‘청춘기록’에서부터 큰 키에 조각 외모로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찍었던 변우석 배우인데다, 노래하는 아이돌이자 수영선수 그리고 무엇보다 첫 눈에 반해 임솔에 대한 그 첫사랑을 끝까지 이어가는 순애보의 주인공인 류선재라는 캐릭터를 입어 선친자들 사이에서는, 선재 보는 맛에 월요병이 사라졌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선재 업고 튀어’는 이야기 구조상 바로 이 선재의 위기 상황을 전제로 하고 있고, 그걸 애써 되돌리려는 임솔의 타임리프 판타지를 그린다. 최정상 아이돌이었지만 어느 날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과거로 돌아가 선재가 그 가수의 길로 들어서지 않게 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류선재가 괴한에게 피습당하고 그 사건이 2009년 임솔을 납치했지만 류선재에 의해 제압된 범인의 보복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임솔은 역시 그 때로 돌아가 과거를 바꾸려 한다.

 

여기서 시청자들은 선재를 구해야 한다는 욕망과 더불어, 그걸 대리해줄 존재로서 임솔에 몰입할 수밖에 없다. 시청자들의 마음을 대리해주는 인물로 선 임솔을 통해 그가 갖게 되는 슬픔, 안타까움, 기쁨, 설렘 같은 것들이 온전히 전해지는 것. 변우석이라는 배우를 통해 시청자들에게도 ‘최애’로 서게 된 선재가 전제되고, 그를 구해내기 위한 임솔의 고군분투에 시청자들이 빠져들게 됨으로써 이 드라마는 강력한 몰입감을 만들어낸다. 

 

역시 중요해지는 건 시청자들의 마음을 대리해주는 임솔이라는 인물의 감정을 제대로 몰입하게 만드는 배우의 연기다. 김혜윤은 어떤 칭찬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다양한 감정들을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듯 변화무쌍하게 보여준다. 2009년으로 돌아가 대학생으로 만나게 된 선재 앞에서 진심을 말하지 못하고 애써 밀어내면서도 술에 취해 화를 내기도 하고 또 슬퍼하기도 하는 그 감정의 진폭들을 김혜윤은 고스란히 시청자들에게 이입시킨다. 

 

선재와 임솔의 이 끈끈한 관계성을 연결시켜주는 장치로서 타임슬립과 연쇄살인범의 범죄가 갖는 힘도 빼놓을 수 없다. 드라마가 계속 긴장감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과거를 바꿔 놓았지만 그래서 또 다른 방향으로 튀어가는 긴장감이 필요해진다. 여기서 연쇄살인범이라는 범죄스릴러적 요소가 중요한 힘을 발휘한다. 또한 그 사건을 막기 위한 타임슬립이라는 판타지도 시청자들이 계속해서 그저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그 운명을 바꾸려는 욕망에 동승하게 만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선재 업고 튀어’가 가진 과몰입 반응을 만드는 요소는 이러한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끝까지 해피엔딩에 대한 전망을 복선처럼 깔아 놓는 지점이다. 대학생이 되어 MT를 가는 중에 선배가 “매년 신입생 첫 MT 때 키스한 사람은 결혼까지 간다”는 전설이 있다고 말하고, 에필로그에서 술에 취한 임솔이 선재와 사고처럼(?) 키스하는 장면이 나오는 건 우연이 아니다. 그러한 해피엔딩에 대한 전망들이 깔려 있어 시청자들의 마음은 더욱 애닳게 드라마에 빠져들게 된다. “이러니 빠져들지” 라고 말하는 ‘선친자’들의 호소가 납득되는 과몰입 장치들이 균형있게 포진되어 있는 드라마가 아닐 수 없다.(사진: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