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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드라마

손현주에 김명민, 이 드라마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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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어 아너’, 나락 간 손현주와 폭주하는 김명민 그 연기대결만으로도

유어 아너

‘존경하는 재판장님(Your honer).’ 법정에서 검사나 변호사가 판사를 부를 때 붙이는 말이다. 법정의 신성함과 판사의 권위를 표현하는 그 말을 제목으로 삼은 ENA 월화드라마 ‘유어 아너’는 실제로도 공정한 판결을 내림으로써 명망 있는 송판호(손현주) 판사가 마주하게 된 위기를 그리고 있다. 아들 송호영(김도훈)이 뺑소니를 저질렀는데 죽은 피해자가 알고 보니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고 있는 우원시의 조직 보스 김강헌(김명민)의 아들이었다. 

 

자식이지만 죄를 저질렀으면 피할 것이 아니라 그대로 받아들이고 벌을 받는 것이 가장 온당한 길이라는 소신을 가진 송판호는 아들을 데리고 자수를 하러 경찰서에 갔다가 피해자의 아버지가 김강헌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충격에 빠져 발길을 돌린다. 자식의 죄가 법으로 처벌받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거라는 걸 직감해서다. 송판호의 아들을 살리기 위한 위험한 선택이 시작된다. 자신이 오래도록 쌓아온 모든 명망(아너)이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 있는 위기 속으로 빠져든다. 

 

‘유어 아너’는 바로 이 송판호라는 인물이 빠져 버린 딜레마가 강력한 몰입감을 만든다. 그는 판사로서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도 아버지로서는 못할 게 없는 사람처럼 보인다. 2년 전 아내가 사망했고 이제 남은 건 아들뿐이다. 그 아들이 어쩌다 저지르게된 뺑소니를 덮기 위해 송판호는 자신이 가진 지위 또한 이용해 사건을 저지르고 도망친 아들의 동선을 되짚으며 증거를 하나하나 지워나간다. 

 

그가 겪는 갈등과 가책에서 느껴지는 인간적 고통을 이 역할을 연기하는 손현주는 기막힌 디테일 연기로 소화해내며 시청자들을 그 세계 속으로 인도한다. 자신에게 ‘훌륭한 판사’라 칭송하는 이들 앞에서 그는 자신이 저지르고 있는 이들을 떠올리며 괴로워한다. 하지만 아들 송호영 앞에서는 흔들리지 않는 모습으로 살기 위해서 해야할 일들을 하나하나 일러준다. 

 

문제는 그의 이런 선택이 자신만 나락으로 끌고 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사실을 알고 그를 도와준 친구 국회의원 정이화(최무성) 또한 목숨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 됐고, 증거인멸을 위해 차량털이범을 이용하지만 그 일은 엉뚱하게도 무고한 이들의 죽음으로 이어진다. 차량털이범의 집에서 의문의 폭발이 벌어지고 이로 인해 무고한 그의 엄마와 딸이 사망하게 되는 걸 송판호는 눈앞에서 목격하고는 충격에 빠져버린다. 

 

딜레마의 위기에 빠진 송판호 역할의 손현주가 ‘유어 아너’를 앞에서 끌고 간다면, 아들의 죽음으로 폭주하기 시작하는 조직 보스 김강헌 역할의 김명민은 작품을 뒤에서 밀어주며 추진력을 만든다.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는 김강헌은 그 힘을 이용해 송판호가 지워나가려 하는 범죄의 증거들을 추적한다. 송판호가 아들을 위해 뭐든 할 수 있는 것처럼 아들을 잃는 김강헌 역시 못할 게 없는 인물이다. 

 

범죄에서는 손을 떼겠다고 선언했지만, 어딘가 그는 이제 다시 손에 피를 묻힐 것 같은 조폭 보스의 모습으로 돌아와 송판호를 추격한다. 걷는 모습 하나, 살짝 찡그리는 얼굴 표정이나 낮게 깔린 음성 하나만으로도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김명민은 이 인물의 내면에 활활 타고 있는 분노와 적개심을 잘 표현해낸다. 꽤 오래도록 작품활동에서 멀어져 있었지만 등장과 함께 만들어내는 강렬한 존재감이 느껴진다. ‘연기본좌’의 귀환이다.

 

과거 ‘추적자 The Chaser’에서 뺑소니로 사망한 딸의 죽음을 파헤치며 권력의 심장부를 향해 비수를 들이댔던 백홍석 역할을 연기했던 손현주는, 공교롭게도 이번 작품에서는 정반대 상황에 놓인 판사 아빠의 역할을 연기한다. 마찬가지로 ‘로스쿨’에서 형법을 가르치는 교수인 양종훈 역할을 연기했던 김명민은, 이번 작품에서는 정반대로 범법자 아빠의 역할을 연기한다. 정반대의 역할을 연기하는 그들이지만 이질감 같은 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바로 그 사람이 된 듯한 모습으로 선 두 배우가 팽팽하게 대치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유어 아너’의 긴장감이 생겨난다. 그래서 이 극중 아빠들의 절절한 부성애를 깔고 부딪치는 대결은 마치 손현주와 김명민이라는 배우들의 연기 대결처럼 보이는 면이 있다. 그것만으로도 시청자들의 보는 맛이 쏠쏠하다. 그러니 이 존경스러운 연기 앞에 작품에 대한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하랴. (사진:E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