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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비평

‘윤식당’부터 ‘서진이네2’까지 K푸드에 푹 빠진 외국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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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푸드는 어떻게 예능과 함께 진화해왔나

이제 김치는 더 이상 외국인들에게 낯선 한식이 아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김치에 열광하는 외국인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방송과 K푸드가 그간 해온 공생은 어떤 시너지를 만들었을까. 

서진이네2

‘서진이네2’가 보여준 비비고 컵떡볶이 PPL

“아 떡볶이 먹고 싶다-” tvN 예능 ‘서진이네2’에서 점심 한 타임을 보내고 숨을 돌리는 시간, 직원들이 모여 앉아 간식을 먹을 준비를 한다. 그런데 간식은 이들이 직접 해먹는 게 아니라 간편식으로 나온 컵떡볶이다. PPL로 들어간 이 장면에서 박서준은 친절하게 물을 붓고 전자렌지에 3분만 돌리면 완성되는 컵떡볶이를 시연해 보여주며 그 간편함을 설득한다. 컵떡볶이를 받아든 직원들 모두가 그 간편함과 맛에 감탄사를 연발한다. “진짜 신기하다. 그냥 소스넣고 물넣고 렌즈 돌리면 이렇게 음식이 완성되는거야?” PPL이지만 최우식의 이 한 마디에는 이 음식이 갖고 있는 장점이 다 들어있다. 한국인들도 한번쯤 편의점 같은 곳에서 사서 즉석으로 만들어 먹어보고픈 욕구가 생기는데, 외국인들은 어떨까. 한식이 전 세계에서 핫한 음식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만들어 먹기에는 어딘가 낯설었다면 이 간편함에 매료되지 않을까. 외국인들도 쉽게 알아볼 수 있을 커다란 문구로 비비고가 새겨져 있고 ‘Tteokbokki’라고 영문으로도 적혀져 있는 건 이제 이 상품이 겨냥하는 건 국내만이 아니라는 걸 말해준다. 

 

그런데 이 컵떡볶이 PPL은 의외의 효과 또한 제공한다. 그것은 이 ‘서진이네’라는 프로그램이 어찌 보면 하나의 거대한 한식 홍보 프로그램일 수 있다는 걸 가리는 효과다. 장 보드리야르가 디즈니랜드는 실제 미국 전체가 디즈니랜드라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했듯이, 이 껍떡볶이 PPL은 이 프로그램 전체가 한식을 홍보하는 프로그램일 수 있다는 사실을 가리는 효과를 낸다. 물론 그렇다고 ‘서진이네’가 한식 홍보 이상의 예능적 재미요소를 갖추지 못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서진이네’는 이서진의 성장사가 주는 묘미와 그가 동료 연예인들인 직원들(?)과 함께 낯선 타국에서 한식으로 장사를 하는 과정을 리얼리티로 보여주는 재미를 가진 예능 프로그램이다. 그렇지만 그 진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전혀 홍보라는 생각이 들지 않게 한식 홍보를 효과적으로 해내는 성과들을 내고 있다는 건 엄연한 사실이다. 

 

이것은 지난 ‘서진이네’ 첫 번째 시즌에서 멕시코 바칼라르로 갔을 때 시도했던 메뉴들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다. 당시 ‘서진이네’ 음식점의 콘셉트는 분식이었고 그래서 등장한 음식들은 김밥, 떡볶이, 핫도그, 라면(일반 라면, 붉닭볶음면), 치킨이었다. 이 메뉴들은 어찌 보면 이미 전 세계의 K푸드 붐을 이끄는 음식들이라서 프로그램이 이를 수용한 면이 있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비비고가 컵떡볶이를 출시하듯이 간편식으로 상품화가 용이한 메뉴들이기도 하다. ‘서진이네’를 봐온 외국인 팬들이라면 첫 시즌에서 메뉴로 나왔던 떡볶이가 ‘컵떡볶이’로 나왔다는 사실에 호기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만큼 자연스러운 한식 홍보가 있을까. 

 

K예능과 함께 하는 K푸드

‘서진이네’ 첫 시즌이 분식이라는 훨씬 진입장벽이 낮은 한식을 메뉴로 내세웠다면, 아이슬란드에서 펼쳐진 ‘서진이네2’는 이보다는 진입장벽이 좀 있는 한식들을 가져왔다. 추운 나라에서 뜨끈한 음식을 선보이겠다는 취지로 ‘서진뚝배기’라는 음식점을 열고, 꼬리곰탕, 뚝배기불고기, 소갈비찜, 돌솥비빔밥, 닭갈비, 순두부찌개, 육전비빔국수 등을 메뉴로 내놨다. 시즌1에 비해 보다 한식에 가깝게 접근한 것이고, 그래서 이 음식들을 주문에 맞춰 만들어야 하는 출연자들의 미션도 난이도가 높아졌다. 그런데 이렇게 보다 외국인들에게는 낯설 수 있는 한식을 꺼내온 건 두 가지 요인 때문이다. 그 하나는 이제 그만큼 외국인들에게 알려지게 된 한식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방송적으로도 익숙한 맛이 아닌 새로운 맛에 반응하는 외국인들의 모습을 담겠다는 것이다. 

 

이 자신감은 ‘서진이네2’에서는 확실한 성과로 돌아왔다. 즉 보통은 입소문이 나지 않아 한산했던 첫날부터 오픈런이 이어졌고, 음식들에 대한 만족도는 거의 모두가 최상급이었다. 그래서 ‘서진이네2’의 관전 포인트는 장사가 잘 될까 안될까 하는 불안감을 극복해가는 과정이 아니라, 문만 열면 오픈런하는 손님들의 주문들을 과연 잘 소화해낼 수 있을까 하는 것에 맞춰졌다. 일 잘하는 고민시가 단번에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끌었고, 이제 주방일에 익숙해진 출연자들의 부지런함에 사장인 이서진이 “쉬면서 해”라고 얘기하는 반전의 스토리텔링이 생겨났다. 즉 한식에 대한 좋은 반응은 거의 기정사실이 됐다는 것. 대신 이 인기를 감당할 수 있는가가 새로운 한식의 스토리로 떠올랐다. 

 

그런데 알다시피 이 복잡해 보이는 음식들도 대부분 간편식으로 상품화되는 추세다. 곰탕도 불고기도 비빔밥도 또 찌개도 이제는 저 ‘컵떡볶이’치럼 상품화가 가능해진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러니 K예능이 담아내는 음식 관련 콘텐츠들은 K푸드와 동반성장하는 시너지를 더욱 낼 수 있게 됐다. 그 간편식으로 한식에 익숙해진다면 그 다음은 직접 해먹는 단계로 넘어갈 수 있지 않겠는가. 

 

뉴욕에 뜬 한국식 기사식당의 위용

K푸드 열풍은 물론 드라마, 영화, K팝 같은 K콘텐츠가 촉발시켰다. 드라마, 영화 속에 등장하는 라면이나 김밥은 외국인들이 먹고 싶어하는 한식이 됐고, 좋아하는 K팝 아이돌이 먹은 음식들 역시 큰 화제를 불러 일으키며 외국인들을 입맛 다시게 했다. 여기에 음식을 소재로 하는 예능 프로그램들의 지분 역시 적지 않다. 특히 나영석 사단이 ‘삼시세끼’에 이어 ‘윤식당’ 그리고 ‘서진이네’로까지 이어온 일련의 음식 관련 여행 예능프로그램은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특히 ‘서진이네’ 시즌1은 아마존 프라임에 소개되면서 화제가 됐는데 여기에 방탄소년단 뷔는 물론이고 ‘기생충’의 최우식 그리고 ‘이태원클라쓰’의 박서준 같은 글로벌 스타들이 포진한 건 우연이 아니었다. 또 백종원을 중심으로 내세운 ‘장사천재 백사장’ 같은 프로그램도 외국 현지에서 한식을 선보임으로써 보다 친숙하게 외국인들에게 다가간 면이 있다. 이 일련의 흐름을 CJ가 전면에서 끌어간 건 콘텐츠는 물론이고 푸드 산업 또한 유기적으로 연결된 그 시스템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K콘텐츠를 통해 낮춰진 한식 열풍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건 뉴욕 맨해튼에 지난 봄 등장한 한국식 기사식당이다. 어찌 보면 국내의 기사식당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돼지불백이나 계란찜 같은 한국식 백반을 메뉴로 하는 이 기사식당은 개점부터 길게 늘어선 대기줄이 화제가 됐다. 그저 김밥이나 떡볶이 같은 이제는 일상화된 한식이 아니라 좀더 깊게 경험해보고 싶은 한식에 대한 외국인들의 욕구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뉴욕에는 뉴욕타임즈가 선정한 2024년 뉴욕 최고의 레스토랑 100곳에 한식당만 7곳이 들어 있다고 한다. 

 

‘서진이네2’에서 한식에 대한 외국인들이 갖는 호감을 가장 잘 드러내는 장면은 김치에 열광하는 모습이다. 한 때는 냄새 난다며 외국인들이 인상을 찌푸리기도 했던 음식이 아닌가. 그만큼 한식에 친숙해진 이들은 김치 맛에 깊게 빠져들고 있는데 김치 맛을 안다는 건 한식을 그만큼 이들 역시 이해하게 됐다는 걸 의미한다. 직접 집에서 김치를 담근다는 외국인들의 이야기나, 한식을 맛보기 위해 한국에 너무 가고 싶다는 이들의 이야기까지 K푸드는 어느새 세계인들의 음식으로 자리하게 됐다. 물론 여기에는 ‘서진이네’ 같은 전혀 한식 홍보 같지 않지만 그 효과는 200%인 방송과의 시너지도 빼놓을 수 없다. (글:시사저널, 사진: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