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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외상센터’, 의학드라마가 활극을 더해 얻게된 것들이거 의학드라마 맞아? 넷플릭스 드라마 의 첫 시퀀스를 보고는 많은 시청자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척 봐도 국내가 아닌 풍광이고,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는 백강혁(주지훈) 위로 전투기가 날아가며 미사일을 쏴대는 장면이 등장한다. 폭탄이 터지며 난장판이 된 분쟁지역의 도시를 질주하던 오토바이는 결국 폭격에 날아가고 간신히 살아남은 백강혁은 무사히 병원에 혈액을 전달한다... 이건 급박한 수술 장면이 채워지곤 하던 의학드라마의 오프닝 시퀀스와는 너무나 다르다. 국제 분쟁지구를 배경으로 하는 액션활극이다. 하지만 이건 가 아예 내걸고 있는 ‘활극 의학드라마’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잘 보여주는 오프닝이다. 백강혁이라는 인물은 실제로 병원보다 야전이 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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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물고 욕하며 성수 붓는 송혜교가 속시원한 이유
‘검은 수녀들’, 송혜교의 거침없는 행보는 왜 이리도 속시원할까이번 설 명절 극장가는 단연 이 채우고 있다. 예매율 1위에 공개 3일만에 60만 관객을 돌파했다. 사실 오컬트처럼 마니아틱한 장르도 없지만 한국이 재해석한 오컬트는 이제 대중적인 장르가 되어간다. 음산하고 오싹하지만 스타일리시하고 때론 시원시원하기까지 한 새로운 오컬트의 세계. 바로 이것이 이른바 ‘K오컬트’라고까지 불리는 한국형 오컬트의 독특한 색깔이다. 에서 을 거쳐 각종 좀비물들과 같은 독특한 오컬트물이 쏟아지면서 생겨난 K오컬트라는 영역은 작년 로 정점을 찍더니 올해 초부터 이 그 바톤을 이어받고 있다. 서구의 오컬트라면 악령이 깃든 부마자를 구마사제가 나서 싸우는 장면이 떠오르지만, K오컬트는 여기에 무속인 같은 한국적인 요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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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수, 대체불가 호방본색
‘트리거’의 열혈 탐사보도 팀장, 사이다 캐릭터의 귀환“야 임마! 넌 사내새끼가 기집X 밑에서 일하냐, 쪽팔리게!” 다짜고짜 총부터 들이대는 사이비 종교 교주가 탐사보도 프로그램 ‘트리거’의 팀장 오소룡(김혜수)이 여자인 걸 알고는 남자 팀원에게 영 감수성 떨어지는 시대착오적 발언을 던진다. 그러자 오소룡이 여유있게 웃으며 말한다. “제가 또 보통 기집X은 아니거든요.” 디즈니+ 드라마 ‘트리거’의 시작과 함께 등장하는 이 장면은 오소룡이라는 이름부터 예사롭지 않은 인물에 대한 기대감을 세워 놓는다. 그건 바로 이 진실을 알리는 탐사보도를 위해서는 물불 가리지 않는 캐릭터의 매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역할을 연기하는 김혜수에 대한 기대감도 빼놓을 수 없다. 똑같은 역할을 해도 김혜수가 하면 어딘가 다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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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주영의 쓸쓸한 눈빛이 ‘원경’을 살렸다
‘원경’, 운명을 알면서도 피하지 않는 자의 쓸쓸함차주영이 이토록 매력적인 배우였던가. tvN, 티빙 월화드라마 ‘원경’의 힘은 이 배우의 아우라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다. 특히 우아함 속에 슬쩍 드러나는 쓸쓸한 눈빛은 작품 속 원경(차주영)이라는 인물의 깊은 내면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그 눈빛은 마치 앞으로 자신이 마주할 비극적인 운명을 알면서도 피하지 않는 자의 쓸쓸함을 담고 있다. ‘원경’이 흥미로운 건 조선 초기의 혼돈기를 다루면서 이성계(이성민)와 이방원(이현욱)이 아닌 원경왕후라는 인물에 초점을 맞춘 점이다. 그 역사적 사실은 이미 여러 차례 사극으로 재현된 바 있어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이처럼 관점을 바꿔 놓으니 또 다른 서사가 가능해졌다. 지금껏 주목하지 않았던 원경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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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사롭지 않은 이준혁과 추영우의 급부상, 그만한 이유가 있다
‘나완비’의 이준혁, ‘옥씨부인전’의 추영우, 외조하는 남성 판타지에 쏠린 시선배우 이준혁과 추영우에 대해 쏠린 대중적 시선이 어딘가 예사롭지 않다. 이준혁은 최근 출연하고 있는 SBS 금토드라마 ‘나의 완벽한 비서’로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OTT 라쿠텐 비키에 따르면 이 작품은 전 세계 123개국에서 시청자 수 1위를 기록하며 이준혁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을 만들어내고 있다. 한편 JTBC 토일드라마 ‘옥씨부인전’으로 추영우 역시 대세 배우로서 급부상중이다. 이 작품에 이어 올해 방영될 차기작 세 편(중증외상센터, 광장, 견우와 선녀) 또한 기대를 모으고 있는 것. 이 두 배우가 주목되는 건 역시 이들이 출연하고 있는 작품 덕분이다. 올해 들어 시청률과 화제성에서 가파른 성..
나의 K오딧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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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88'과 나의 골목길나의 K오딧세이 2025.01.18 11:28
달리는 속도에서 걷는 속도로급한 일이 없는 날이면 약속장소에 늘 30분 정도 일찍 나간다. 서촌이나 북촌, 인사동, 종로에서 주로 약속을 잡는데 그곳 골목길들을 걷는 게 재미있어서다. 30분 정도 먼저 도착해 골목길들을 슬슬 걸어 다니며 돌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지금은 카페와 음식점들로 가득 채워져 말 그대로 인파가 몰리는 익선동 골목도 7,8년 전만 해도 한옥의 처마를 그늘 삼아 슬슬 걷기 딱 좋은 길이었다. 비 오는 날 우산 하나 들고 그 길에 들어서면 고즈넉한 분위기에 순간 도시 한 복판에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 아늑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당시에는 그 골목길에 '거북슈퍼' 하나가 달랑 있었는데, 비 오는 날 그 가맥집에서 병맥주를 마시며 빗소리를 듣는 기분이 그만이었다. 물론 거북슈퍼가 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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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저씨'와 서소문 아파트나의 K오딧세이 2025.01.09 16:00
중년기의 한국사회 “이 건물 밑이 원래 하천이야. 야 봐봐. 물길 따라 지어가지고 이렇게 휘었잖아. 복개천 위에 지어가지고 재건축도 못하고. 그냥 이렇게 있다가 수명 다하면 없어지는 거야. 터를 잘못 잡았어... 그것도 나랑 같아. 나도 터를 잘못 잡았어. 지구에 태어나는 게 아닌데...”- '나의 아저씨' 중에서'나의 아저씨'가 방영될 때 내 나이도 오십을 막 넘기고 있었다. 87학번인 나의 대학시절만 해도 최영미 시인이 '서른, 잔치는 끝났다'고 할 정도로 서른만 넘으면 인생이 꺾어지는 줄 알았다. '또 하루 멀어져 간다'로 시작하는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도 그렇다. 지금은 달라졌다. 서른에 결혼하는 이들은 거의 없어졌고 마흔이 넘어야 이제 중년에 들어선다고 여긴다. 중년과 노년의 나이 개념이 달라..
죽고 싶지만 TV는 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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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와 배우 그리고 연기죽고 싶지만 TV는 보고 싶어 2025.01.22 10:06
배우의 연기와 우리의 삶 우리에게 스타란 무엇일까. 젊은 시절 멀리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을 설레게 만들었던 연인이자, 언제나 피곤한 몸을 기댈 수 있는 넉넉한 어깨를 가진 친구 같은 존재일까. 우리와는 다른 별세계에 있으면서 가끔 우리에게 그 빛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화려한 삶을 살아가는 꿈의 존재일까. 아니면 도무지 우리가 범접할 수 없는 우리와는 다른 신적인 아우라를 가진 존재일까. 그저 냉정하게 바라봐 자본주의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만들어낸 신을 대체하는 인간상품의 하나일까. 스타를 바라보는 시각은 이처럼 극에서 극으로 달린다. 한없이 찬사의 대상이 되다가도, 어느 순간에는 끝없는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한없이 동경의 대상이 되다가도, 어느 순간 동정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화려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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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키드와 TV의 작은 역사죽고 싶지만 TV는 보고 싶어 2025.01.09 16:07
프롤로그 : 바보상자에서 똑똑한 TV까지상자 속의 바보상자, 그저 물건의 하나였던 TV엉뚱한 소리로 들리겠지만 TV에 대한 가장 강렬한 첫 기억으로 무엇이 떠오르냐고 묻는다면 나는 '자물쇠'라고 말할 것이다. 70년대 내가 아이였을 때, 큰맘 먹고 아버지가 모셔온(?) TV는 방 한가운데를 떡 하니 차지하고 있었지만 우리에게는 도무지 접근 불가의 물건이었다. 무슨 보물이라도 되는 양 가구 속에 꼭꼭 숨겨져 있는 TV라니! 지금으로서는 아마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겠지만 당시 그 TV는 가구와 일체형으로 되어 있었다. 그래서 TV를 보려면 먼저 가구에 달린 커다란 자물쇠를 풀고 문을 양옆으로 연 후에야 비로소 그 속에 놓인 TV를 볼 수 있었다. 이른바 'TV는 바보상자'라는 말이 공공연했던 시절, 교육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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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위와 다리 밑소소하지만 빛나는 일상의 리뷰 2025.01.09 16:10
삶이 흘러가는 곳, 천변을 걸으며 다리 밑에 서니 다리 위가 보였다. 그 위에서 사람들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걸어간다. 출근 시간이라 대부분이 정장차림이다. 다리 밑에도 사람들이 천변을 따라 걸어간다. 그들은 다리 밑을 가로질러 천을 따라 오르거나 혹은 내려간다. 다리 위를 지나면 전철역이 나온다. 아침이면 사람들은 거기서 전철을 타고 서울로 출근한다. 다리 밑을 지나 천을 따라 오르면 저 앞에 북한산이 보인다. 사람들은 그 천변을 따라 구불구불 나 있는 산책로를 뛰거나 걷는다. 딱 구분되는 건 아니지만 다리 위를 지나는 사람보다 다리 밑을 가로질러 가는 사람들의 나이가 많은 편이다. 아마 그들도 조금 젊어서는 그 다리 위를 매일 같이 지나갔을 게다. 하지만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다 어느 날 '어 몸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