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2020/01/20 (9)
주간 정덕현
‘사랑의 불시착’, 남북 경계 넘는 판타지 멜로가 주는 설렘의 실체 남북을 가르는 군사분계선에서 이제 헤어져야 하는 리정혁(현빈)과 윤세리(손예진). 윤세리는 혹시 선을 넘어 저기까지만 같이 가면 안 되냐고 묻는다. 조금이라도 더 함께 걷고 싶은 두 사람. 하지만 리정혁은 군사분계선을 가리키며 “여기선 한 걸음도 넘어갈 수 없소”라고 말한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군사분계선을 넘어가는 윤세리. 남과 북의 거리는 그토록 가까우면서도 멀게만 느껴진다. 한 걸음이면 넘어갈 수 있는 거리지만 그만큼 먼 것은 남북으로 갈라지며 만들어진 마음의 거리다. 리정혁은 그 마음의 거리를 한 걸음을 내딛음으로써 좁혀버린다. “한 걸음 정도는 괜찮겠지.” 리정혁과 윤세리는 그렇게 마주하며 이별의 키스를 나눈다. tvN 토..
‘놀면 뭐하니?’의 성공 통해 본 김태호 PD의 유연함 김태호 PD는 계획이 다 있구나. 봉준호 감독의 영화 으로 생긴 유행어를 따서 말한다면 MBC 예능 를 이렇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지난주 MBC 구내식당에서 유재석을 위한 식사가 마련되어 있다고 가보라고 한 김태호 PD. 알고 보니 그건 신년을 맞아 떡국대신 유재석이 100명의 사원들을 위해 라면을 끓여주는 미션이었다. 길게 늘어선 줄을 보는 유재석은 땀을 뻘뻘 흘리며 라면 끓이기에 박차를 가했다. 투덜대며 김태호 PD에 대한 화를 삭이는 모습은 웃음을 주기에 충분했고, 사원들과 유재석이 나누는 대화에는 신년을 맞는 덕담 같은 훈훈함이 묻어났다. 물론 양 분배에 실패하고 면도 어떤 건 꼬들꼬들 했하고 어떤 건 불어서 균질한 맛을 유지하진 못했지만..
'스토브리그' 빌런 오정세 뼈 때리는 남궁민의 일갈 포장마차에서 권경민(오정세) 상무는 백승수(남궁민) 단장에게 소주 한 가득에 맥주를 살짝 채운 술을 권한다. 술을 받지 않자 권경민이 말한다. “술 못해? 술 못하는 구나. 아직 애네. 애야.” 백승수는 좋은 사람하고 마셔도 쓴 걸 내가 왜 마시냐고 대꾸한다. 그러자 권경민은 인생의 쓴맛에 대해 이야기한다. “너 인생 평탄하게 살았구나? 이게 뭐가 써. 인생이 훨씬 더 쓰지. 인생이 얼마나 쓴 지 알면 이게 달어. 어?” 그러면서 건넸던 술을 자신이 마셔버린다. SBS 금토드라마 에서 권경민은 악역이다. 백승수 단장이 만년 꼴찌팀인 드림즈의 시스템 개혁을 통해 우승을 꿈꾸고 있을 때 권경민은 그 야구팀 해체를 계획하고 있다. 그는 노골적으로 백승수에게 ..
‘금금밤’ 실험정신 갉아먹는 밋밋한 내용, 나영석의 다음 수가 필요하다 나영석 PD가 숏폼이라는 새로운 형식 실험을 시도하고 있는 tvN 는 이대로 정착할 수 있을까. 현재의 6개 코너로만 본다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프로그램이 형식 실험만 가지고 성취를 이루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그 형식 실험에 맞는 참신한 내용이다. 에 포진된 6개 코너들은 분량이 15분 내외로 짧아졌다는 것을 빼고나면 어디선가 봤던 익숙한 것들이다. 이승기가 여러 노동의 현장에 뛰어들어 하루의 체험을 보여주는 ‘체험 삶의 공장’은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에서 따온 것이다. 여러 연예인들이 출연하던 것을 이승기 원톱으로 바꾸고 시간을 대폭 줄여 노동의 여러 단계들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이 코너는 나름의 ..
잘 나가는 ‘미스터트롯’, 어째서 외모와 식스팩에 집착하나 TV조선 오디션 프로그램 은 이미 큰 성공을 거두었다. 시청률이 17%(닐슨 코리아)를 넘어섰고 화제성도 뜨겁다. 예선을 치렀을 뿐이지만 벌써부터 주목되는 실력자들이 한둘이 아니다. 테너에서 트로트로의 변신을 보여준 김호중, 안정적인 정통트로트의 맛을 선사한 임영웅, 트로트계의 BTS로 불린 장민호는 물론이고, 입덕하게 만드는 아이 대장부 홍잠언이나 트로트 아이돌 그룹을 결성해도 좋을 법하다는 평가를 받은 신동부의 양지원, 이찬원, 김희재, 김수찬, 김경민 등등. 너무 많은 신예들이 대중들의 눈도장을 찍었다. 그런데 트로트의 묘미만으로도 충분한 에 가끔씩 눈살이 찌푸려지는 불편한 장면들이 등장한다. 지나치게 외모와 몸을 강조하고 거기에 호들갑을 ..
‘휴머니멀’, 끔찍한 인간들 속 공존을 위한 안간힘들 덴마크령 페로제도의 흐반나준트 마을. 북유럽의 보석이라고 불릴 만큼 아름답고 평화로워 보이는 마을에 무슨 일인지 시끌시끌한 소리들이 들려온다. 해안가에 잔뜩 모여든 사람들. 아이들은 물론이고 그 부모들과 건장한 사내들까지 무얼 하려는 걸까 싶은 순간 저 편에서 배 몇 척이 무언가를 몰고 들어온다. 자세히 보니 놀랍게도 돌고래 수십 마리가 배들의 위협적인 소리에 밀려 해안가로 오고 있다. 그런데 이 평화로운 풍경 속에서 갑자기 마치 호러 무비를 보는 듯한 믿기 힘든 광경들이 벌어진다. 해안가 근처로 온 돌고래들을 향해 마을 장정들이 달려 들어가 쇠꼬챙이로 머리를 찍어 뭍으로 끌어올리는 광경. 꼬챙이에 찔리고 머리가 잘린 돌고래들로 해안가는 순식간에 핏 ..
‘머니게임’, 쉽지 않지만 빠져 볼 수밖에 없는 이유 tvN 새 수목드라마 은 ‘경제’라는 만만찮은 소재를 다룬다. BIS(국제결제은행)가 어떻고 신자유주의니 정부의 관여니 하는 이야기들이 등장하니 머리가 복잡해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다루는 이야기에 집중하게 되는 건, 어쩌면 우리가 노력해도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거나, 열심히 잘 살고 있다가도 순식간에 길거리에 나앉게 되는 일이 저 ‘경제’ 때문이라는 걸 경험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린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와 미국 리먼 브러더스 파산으로 전 세계로 확산됐던 금융위기를 겪지 않았던가. IMF 시절, 갑자기 주거래은행이 문을 닫아 버리자 길바닥에 주저앉아 통곡하는 이들이 뉴스에 등장하곤 했던 것처럼 이 드라마에 나오는 이혜준(심은경..
‘검사내전’, 억지 사이다보다 현실 공감 택한 검사드라마 학교폭력에 자식이 휘말렸다. 그런데 그 부모가 검사다. 과연 그 검사는 자식을 위해 아는 연줄의 힘을 쓸까. 대부분의 검사가 등장하는 드라마에서라면 그 부모는 자식을 위한답시고 할 수 있는 모든 연줄을 다 동원해서라도 그 사건을 무마하려 했을 게다. 하지만 JTBC 월화드라마 은 다르다. 이선웅 검사(이선균)는 자식이 학교폭력의 가해자가 된 사건에 자신의 힘을 쓰지 않는다. 조민호 부장(이성재)과 홍종학(김광규) 수석검사가 관할서에 연줄이 있다며 도와주겠다 했지만 그 도움을 받지 않는다. 아이와 함께 조사를 받기 위해 출두한 경찰서에서 직업을 묻는 경찰관에게 이선웅은 검사가 아닌 “회사원”이라고 말한다. 그가 그런 선택을 하는 이유는 일선에서 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