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288)
주간 정덕현
에 나타난 아줌마상 ‘발칙한 여자들’이 꿈꾸는 세상은 끈적임 없는 상큼 발랄 경쾌한 세상이다. 우리네 드라마 세상에서 아줌마들이란 ‘불륜’과 ‘신파’를 오가며 살아왔다. 하지만 이제 구질구질한 관계도 궁상맞은 눈물도 안녕이다. 과거 아줌마 이미지에서 기름기와 물기를 쪽 빼내자 이제 ‘여자’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간에 잘 보이지 않던 새로운 아줌마들의 등장이다. 이름하여 ‘발칙한 여자들’이다. 드라마 속에서 여성의 이미지는 시대에 따라 변신을 거듭했다. 1970년대에는 말 잘 듣고 시어머니에게 구박받는 며느리가 대부분이었다. 요즘 같은 시면 바보스러울 정도로 착한 며느리는 심지어 다른 남자와 바람났다고 모함 받기까지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평 한 마디 없을 정도다(1972년 드라마 ‘여로’에서). 이러..
적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최근 드라마 최대 이슈는 아무래도 사극열풍의 주역인 ‘주몽’과 ‘연개소문’이 될 것이다. 그 중 ‘주몽’의 인기는 실로 대단한 것이어서 저 월드컵 시즌에도 식지 않는 열기를 과시했고 월드컵이 끝나자 마의 시청률 40%를 넘겼다. 심지어 휴가철을 맞은 지금에도 여전히 35% 전후의 시청률을 유지하는 괴력을 보이고 있다. 월드컵도 휴가철도 누르지 못한 ‘주몽’의 독주로 인해 타 방송사의 월화드라마는 아예 시작도 하기 전에 전의를 상실하고 있다. ‘주몽’의 강력한 견제자로 등장했던 ‘연개소문’ 역시 역부족이었다. 간신히 20% 정도의 시청률을 유지하던 것이 휴가철을 맞아 17%대로 떨어지는 수난을 겪고 있다. 이렇게 되자 고개를 드는 것이 주몽의 매너리즘이다. 고산국 소금산 모험에서..
주몽의 인물론영웅이라는 말은 시대와 나라에 따라 그 의미가 다르다. 영웅은 인간의 한계를 넘어 신에 도전하는 인물로서 숭배의 대상이 되기도 했고, 삼국지나 각종 전쟁에서 보여지듯 전쟁지도자나 정복자의 의미를 갖기도 했다. 또한 영웅이 포괄하는 범위는 넓어서 때로는 순교자, 과학자 혹은 예술가가 영웅이 되기도 했다. 이렇게 시대와 나라에 따라 다양한 의미가 존재하는 것은 당대에 살아가는 소시민들이 영웅이라는 ‘현실을 뛰어넘는 이상적 존재’에 투영하는 의미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이제 영웅이라는 말은 월드컵에 나간 축구선수일 수도 있고, 기술적 발견을 해낸 과학자가 되기도 한다. 그것은 심지어 연예인이 되기도 하며, 작게는 가족을 지키는 부모가 되기도 한다. 그만큼 영웅은 이제 저 멀리에서부터 우리 옆으로 찾..
유오성의 복합연기유오성의 연기를 보면 참 복합적(?)이란 생각이 든다. 연기라는 것이 행복하면 웃고, 슬프면 울고, 화가 나면 화를 내면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유오성은 그게 다가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수많은 감정과 심리에 따라 표정과 손짓, 행동이 어찌 다 똑같을 수 있을까. 유오성의 섬세하다고 밖에는 말할 수 없는 복합감정의 표현은 자칫 단순할 수 있는 드라마에 미묘한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런 점에서 ‘투명인간 최장수’는 유오성이 가진 이런 힘이 백분 발휘되고 있는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편의적인 것이지만 ‘투명인간 최장수’를 장르적으로 구분해보면 어떨까. 드라마 첫 회의 장면들은 이 드라마가 마치 조폭이 등장하는 형사액션물이라는 착각에 빠질 정도였다. 쇠파이프와 야구방망이를 든 일단의 조폭들과 대..
가 경계해야 할 TV의 만용폭력은 어떤 식으로든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법은 너무 멀다. 그래서 이제 방송사가 나선다. 카메라는 이제 폭력이 은밀히 자행되고 있는 사생활 속으로 몰래 들어간다. 그 장면들은 충격적이다. 가족관계에서의 상식의 선은 넘어선 지 오래고, 그것은 상식을 넘었기에 비정상으로 다뤄진다. 21세기에도 불구하고 노예 할아버지, 노예청년, 노예 며느리... 왜 그리도 ‘노예들’은 많은지. 정신적인 문제를 가진 이들을 위해 ‘긴급출동 SOS24’는 이른바 솔루션 위원회를 결성해 각종 해결책을 제시해준다. 그런데 여기서 한번 짚어보아야 할 것이 있다. 과연 TV가 이렇듯 사람을 구원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이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TV는 이 시대에 남은 마지막 정의의 기사인 것 같다..
vs 수목 드라마가 아줌마, 아저씨들의 장이 됐다. 기혼자들의 시각을 제대로 담아낸 드라마 두 편이 호평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투명인간 최장수’와 ‘돌아와요 순애씨’다. ‘투명인간 최장수’는 이 시대에 가족에게 있어 ‘투명인간’이 되어버린 가장의 이야기다. 드라마는 시작부터 조폭들과의 일전을 보여준다. 각목이 난무하고 피가 튀는 그 현장에 최장수는 깨지면서도 유쾌한 웃음을 짓는다. 상황은 극적이고 과장된 면이 있지만 이 장면은 우리네 가장들에게는 익숙하다. 가정을 지키기 위한 아버지들의 사회생활은 최장수가 벌이는 사투와 다르지 않다. 그것이 아무리 전쟁 같을 지라도 그것을 가족에게 일일이 늘어놓지 못하는 처지 역시 최장수가 우리 시대의 가장들과 같은 점이다. 그래봤자 이해는커녕, 괜한 불..
와 이데올로기‘서울 1945’는 현재 이데올로기와 전쟁 중이다. 가까운 근대사를 드라마화 한다는 것은 여러모로 많은 논쟁거리를 낳는다. 예를 들어 박정희 전 대통령과 삼성, 현대가를 다룬 ‘영웅시대’의 조기종영이 그랬다. 이것은 그 때의 역사가 지금 현재까지 바로 영향을 끼치는 근거리에 있어 외압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웅시대’의 극본을 쓴 이환경씨가 다시는 근대사를 드라마로 쓰지 않겠다고 한 것은 바로 그런 어려움을 말해주는 대목이다.‘서울 1945’의 경우에도 상황은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 일제시대의 이야기에서는 잠잠하던 것이 해방 후부터는 시끄러워졌다. 이른바 친일파에 대한 문제와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평가 등이 불거져 나온 것이다. 이 논쟁에서 우리는 다시 해묵은 ‘좌익과 우익..
과 탈역사월드컵의 집중포화 속에서도 유일하게 살아남은 드라마가 있었다. 바로 ‘주몽’이다. 월드컵으로 인해 결방되는 ‘주몽’을 틀어달라는 시청자들의 요청은 그 인기를 실감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월드컵이 끝난 현재, 주몽의 시청률은 마의 고지, 40%를 넘는다.‘주몽’과 함께 뜬 단어는 바로 ‘퓨전 사극’이다. 역사적인 사실에 바탕을 두지만 극중의 대부분 인물과 설정은 작가의 상상에 의거한다는 점에서 ‘주몽’은 시작과 함께 역사왜곡의 논란에 휘말려야 했다. ‘주몽’의 인기와 더불어 불거져 나온 역사왜곡이라는 논란은 마치 드라마 ‘주몽’이 민족주의를 표방한 작품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그런데 드라마 초반부에 ‘주몽’에 댔던 역사적인 잣대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 걸까. 드라마가 시작되기 이전, 홍보 마케팅의 일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