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김여진 (7)
주간 정덕현
문제작 '붉은 달 푸른 해'의 미로에서 느끼는 끔찍한 현실보면 볼수록 미궁에 빠져드는 것만 같다. 하지만 이 미궁은 이상하게도 자꾸만 그 안을 더 들여다보고 싶게 만든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이고, 또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MBC 수목드라마 는 오랜만에 보는 문제작이다. 이를 문제작이라고 말하는 건, 기존의 드라마 문법을 따라가기보다는 오히려 색다른 길을 찾아감으로써 시청자들을 혼돈에 빠뜨리고, 그 미궁의 늪에서 허우적대게 만들고 있지만, 그럼에도 그 미궁 속으로 더 깊이 들여다보게 만드는 드라마의 독특한 힘 때문이다.드라마는 서로 연관이 없는 듯한 여러 개의 살인사건들을 시작부터 툭툭 던져놓는다. 아동학대 치사 혐의로 형을 살고 나온 박지혜(하주희)가 폐놀이공원에 세워진 자동차 안에서 불에 ..
유쾌한 드라마가 그리웠나, ‘테리우스’에 빠져드는 이유드라마 전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신작드라마들이 쏟아져 나왔다. 특히 수목은 어느새 지상파에서부터 케이블까지 가세해 각축전을 벌이는 형국. 그런데 그 대전의 결과로서 MBC 드라마 가 전체 드라마들 중 9.4%(닐슨 코리아)로 시청률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건 흥미롭다. 어찌 보면 조금은 가벼운 스파이액션이 가미된 로맨틱 코미디라, 상대적으로 심각한 경쟁작들과 비교해 약하게 느껴지는 면이 있지만, 오히려 그 점이 주효했다는 생각이 든다. 숨 쉴 틈 없이 전개되는 SBS 같은 작품은 생사가 오가는 수술방에서의 사투에 가까운 수술들과 그 속에서 갈등과 선택을 해야 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 한번 보면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지만 그걸 계속 ..
‘내 뒤에 테리우스’ 소지섭, 육아도 사랑도 첩보도 다 잡을 수 있을까제이슨 본이 시터가 됐다? MBC 새 수목드라마 의 발칙한 상상은 아마도 여기서 시작되지 않았을까. 아이를 돌보고 키우는 일이 국정원의 첩보보다도 더 힘들다고 말하는 는 그 이야기 자체가 빵 터지는 풍자다. 아마도 살림하고 육아하는 주부들이라면(남녀를 막론하고) 한참을 웃으며 공감했을 그런 이야기.코미디를 밑바탕에 깔고 있는 첩보물은 이미 나 같은 영화를 통해 시도된 바 있다. 거기에는 평범한 인물들이 어느 날 중대한 국제적 사안 속에서 벌어지는 첩보전에 투입되어 엄청난 활약을 하게 되는 이야기가 주로 다뤄졌다. 하지만 는 정반대다. 전직 NIS 블랙요원으로 활약하던 김본(소지섭)이, 남편이 죽어 일과 육아전쟁을 홀로 마주하게 된 고애..
‘마녀의 법정’의 사회적 의제 vs ‘사랑의 온도’의 사적 멜로사실 액면으로만 봤을 때 SBS 월화드라마 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이 이토록 차갑게 식어버릴 줄 누가 알았을까. , , 같은 작품을 통해 믿고 보는 작가로 자리매김한 하명희 작가의 작품이고, 작년 에 이어 로 스타덤에 오른 서현진과 신인배우답지 않게 급성장하고 있는 양세종이 출연한 작품이다. 실제로 이 드라마는 초반 괜찮은 반응을 이끌었다. 인물들 간에 벌어지는 섬세한 심리묘사가 돋보였고 드라마의 색깔에 맞게 따뜻한 연출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무엇보다 서현진, 양세종, 김재욱 같은 배우들의 호연이 그 인물의 섬세한 심리변화를 제대로 표현해줘 잔잔하면서도 결코 약하지 않은 극적인 감정이입을 가능하게 해줬다. 반면 KBS 은 방송 전까..
‘마녀의 법정’, 사이다 정려원과 반가운 김여진의 등장만으로도“내가 부장님을 흥하겐 못해도 망하겐 할 수 있죠. 어차피 나도 못 들어가는 특수부 부장님도 못 들어가야 공평하지 않겠어요? (발로 정강이를 걷어차며)웁스 쏘리. 죄송한 김에 야자타임도 잠깐 하겠습니다. 야 오수철. 만지지 좀 마. 너 왜 내가 회식 때 맨날 노래만 하는 줄 알아? 니 옆에 앉기만 하면 만지잖아. 그리고 굳이 중요한 일도 아니면서 굳이 귓속말 하면서 귀에 바람 좀 넣지마. 무슨 풍선 부니? 아 맞다. 너 처음에 회식할 때 내 얼굴 뽀뽀하면서 딸 같아서 그랬다고? 어우 이걸 친족 간 성추행으로 확 그냥.”일상화 되어 있는 성추행과 성폭력. KBS 새 월화드라마 이 첫 회에 꺼내놓은 화두는 그 시작부터 강렬하다. 성추행과 성폭력을 ..
, 역사를 뛰어넘으려면 이야기가 흥미로워야한다 MBC 월화 사극 의 그 시작은 대단히 야심찼다. 사극이나 역사가 그러하듯 한 사람의 시각을 따라가기보다는 다양한 시각들을 욕망의 차원에서 다루겠다는 포부. 그래서 광해군 시절을 그리지만 거기에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욕망과 그 좌절이 그려진다. 인목대비(신은정)는 자식들을 지키려는 보호본능에 외척 세력들이 더해지면서 오히려 두 자식을 모두 잃어버리는 결과를 맞이한다. 그 중 한 명인 정명공주(이연희)는 그러나 구사일생으로 살아나 왜국으로 팔려가게 되고 거기서 유황을 다루는 기술을 배워 조선으로 돌아와 광해에 대한 복수를 꿈꾼다. 한편 강주선(조성하)은 광해를 끌어내리기 위해 배후에서 음모를 꾸미는 인물이고, 김개시(김여진)나 이이첨(정웅인)은 광해에게 충성..
이 흥미로워지는 지점, 욕망하는 존재들 차승원이 연기하는 광해군은 무엇이 다를까. MBC 월화 사극 이 다루고 있는 광해는 최근 들어 수차례 사극의 주인공으로 등장할 정도로 재평가됐다. 역사에서 광해군은 사후에 ‘군’이 붙여졌고 죽었을 때 붙는 ‘묘호’도 갖지 못한 왕이다. 하지만 역사는 시대에 따라 다른 시각으로 해석되기 마련이다. 최근 다뤄지는 광해군은 그의 인간적인 면모가 훨씬 더 부각되는 면이 있다. 의 광해군이 여타의 사극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그가 일면으로 그려지기보다는 다양한 입장에서 다양한 감정들이 뒤섞인 존재로서 그려진다는 점이다. 에서 광해군은 어린 정명공주(허정은)에게 둘만 있는 자리에서는 세자저하가 아니라 오라버니라 부르라고 말할 정도로 자애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어린 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