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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소지섭, 김윤진, 나나가 ‘자백’을 통해 보여준 것들 시작과 함께 부감으로 보이는 끝없이 펼쳐진 산세가 마치 앞으로 이 영화가 펼쳐놓을 만만찮은 이야기를 예감케 한다. 서로 겹쳐져 있는 산들은 이야기 뒤에 숨겨진 또 다른 이야기를 말해준다. 그 산세들이 그림으로 변하고 그려진 그림 위에 붓칠이 계속 채워지는 오프닝 신도 마찬가지다. 은 그런 영화다. 진실인 것처럼 보이던 사건이 한 꺼풀을 벗겨내면 거짓으로 바뀌고 또 다른 진실을 드러내는 그런 영화. 그래서 이 시작점에 시선이 포획되면 끝점까지 시선을 돌리기가 어려운 극강의 몰입감을 주는 작품이다.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던 유민호(소지섭)는 불륜 사실을 폭로하겠다는 협박에 돈 가방을 챙겨들고 호텔을 찾아가고, 거기서 엉뚱하게도 불륜 상대인 김세희(나나)를..
‘글리치’, 넷플릭스 ‘인간수업’ 작가가 펼쳐놓은 또 하나의 상상력 과연 외계인은 존재하는가. 본 사람을 만나는 건 어렵지만, 그렇다고 없다고 부정하기도 애매한 알 수 없는 미지의 존재. 외계인이니 UFO니 이야기할 때 우리는 과연 그런 존재가 있는가를 먼저 질문한다. 하지만 실제로 보기 어렵고 증명하기 어려운 존재에 대한 접근은 그것이 있는가 아닌가의 문제가 아니라 그 존재를 믿는가 아닌가의 문제가 아닐까. 마치 우리게 종교에 있어 신의 존재를 그렇게 대하듯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는 바로 그 UFO로 이야기의 문을 연다. 지효(전여빈)가 학창시절 겪은 사건이 그것이다. 어느 들판에서 마주하게 된 거대한 빛. 전부터 UFO와 외계인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갖고 관련 기사들을 꼼꼼히 챙겨 읽으며 자신..
'오! 주인님', 조진국 작가가 보는 인간·공간·시간의 따뜻함 '작가님 좋은 사람인 것 같아요' MBC 수목드라마 의 4회 부제는 극중 인물인 오주인(나나)이 한비수 작가(이민기)에게 하는 대사를 가져온 것이다. 어딘지 결벽증에, 자존감 과잉으로 타인을 무시하고, 퉁명스럽기 이를 데 없는 나르시스트처럼 보였던 한비수 작가가 알고 보니 점점 '좋은 사람'이었다는 걸 오주인이 느끼게 됐다는 것. 물론 이 구도는 멜로에서 늘 등장하는 코드 중 하나다. 까칠하기 이를 데 없어 보였지만 알고 보니 괜찮은 사람이었고, 그래서 마음이 가게 되는 그런 관계의 발전. 하지만 뻔한 코드라고 해도 이걸 어떤 방식으로 드러내느냐 하는 건 시청자들에게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다. 을 쓴 조진국 작가는 한비수 작가가 치매를..
'오! 주인님', 정통 로코를 통해 이 드라마가 전하려는 위로의 정체 한비수(이민기)는 뭐든 완벽하게 정렬, 정리, 정돈되어 있어야만 하는 인물이다. 집에 들어온 그는 빨래집게를 가지런히 줄맞추고, 널브러져 있는 신발을 정돈하고, 열려 있는 서랍을 닫고, 보조작가가 볼일을 보며 살짝 열어 놓은 문을 닫는다. 물을 마시기 위해 열어 본 냉장고 안은 각을 맞춰 생수병들이 정렬되어 있고, 찬장에 살짝 열려 있는 문을 닫자 보조작가가 "저 정도는 괜찮지 않냐"는 말에 "완전히 닫혀 있어야 쓸 데 없는 걸 안 봐"라고 말한다. MBC 새 수목드라마 에서 한비수는 그런 인물이다. 완벽주의자. 유명한 드라마작가지만, 그 완벽주의가 주변인들을 힘들게 만든다. 캐스팅에 있어서도 자기 기준에 맞춰야 하고, 배우가 대본을 ..
의 최지우, 멜로와 법정극을 잘 봉합할 수 있을까 MBC 새 월화드라마 는 법정극에 멜로가 섞여있는 드라마다. 법정극이지만 주인공인 차금주(최지우)가 변호사가 아닌 사무장이라는 점은 이 법정극이 인물의 성장드라마 역시 담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또한 법정극이라도 법정보다는 현장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담을 거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좀 특이해 보이지만 제목이 인 것은 이 캐릭터를 잘 설명해준다. 차금주가 사무장이라는 설정에서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건 에서 나나가 맡았던 매력적인 사무장 김단일 것이다. 일에 있어서 차금주와 김단은 실제로도 닮은 점이 많다.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떤 면에서는 변호사들 뒤에서 실제로 문제를 해결하는 해결사다. 하지만 멜로에 있어서는 이 두 인물을 다르게..
준비되지 않은 연기돌에게 유리한 위치란 없다 연기하는 아이돌, 이른바 ‘연기돌’들은 연기에 있어서 훨씬 더 냉정한 평가를 받기 마련이다. 당연한 것이 배우를 지망하는 신인 연기자들이 오랜 시간을 거쳐 차근차근 밟아도 오르기 어려운 자리에 아이돌로서의 인지도가 높다는 이유로 떡하니 캐스팅 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대중들은 훨씬 더 까다로운 잣대를 갖고 이들의 연기를 들여다보게 된다. 그래도 작년부터 연기돌에 대한 평가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tvN 에서 혜리가 덕선이 역할로 괜찮은 평가를 받았고, SBS 에서 민아 역시 그리 큰 이물감을 주지 않는 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특히 tvN 의 나나는 지금껏 예능에서 가졌던 비호감적인 요소마저 김단이라는 컬크러시 캐릭터를 통해 한 방에 일소해버..
, 그 어려운 걸 해낸 연기자들의 놀라움이란 tvN 는 종영했지만 이 작품이 남긴 연기자들의 잔상은 여전히 남아 있다. 드라마가 끝나고 기자간담회를 통해 전도연이 눈물을 보였다고 한다. 그 정도로 연기자에게 감정적으로 쉽지 않은 작품이었다. 미드 리메이크작으로서 정서적 충돌이 분명히 있었지만 이걸 넘게 해준 건 역시 연기자들의 빛나는 연기 덕분이었다. 그 중심에 서 인물은 단연 전도연이다. 사실 김혜경 같은 인물이 우리네 정서에서 심정적 지지를 받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전도연은 이 인물이 어떤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서는 과정에서도 섬세한 연기를 통해 시청자들을 설득한 면이 있다. 남편의 외도와 자신을 이용하려는 속내를 알아차리고, 억누르며 살았던 자신을 끄집어내 그 욕망을 분출시키는 과정들이 그저 ..
, 불륜 미화인가 미러링 효과인가 제목은 인데 불륜은 무슨 의미일까. tvN 의 선택은 자못 도발적이다. 이 드라마는 우리네 정서에 통상적으로 ‘좋은 아내’라면 떠올리는 그런 이미지에 정면으로 대결하고 있는 듯하다. 김혜경(전도연)이 바로 그 장본인이다. 그녀는 남편의 성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남편을 이해하려 애썼지만 자신의 조사관인 김단(나나)과 남편이 과거 관계를 맺은 일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결국 참지 못한다. 남편과 별거를 선언하고 호감을 갖고 있던 서중원(윤계상)과 마음을 나누고 불륜까지 감행한다. 그것은 분명 불륜이지만 시청자들은 김혜경의 이런 선택에 대한 공감이 적지 않다. 그녀가 사실 할 만큼 했다는 반응이다. 정치적 야심을 갖고 심지어 아내의 좋은 이미지를 이용하려는 남편이지만 그 남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