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나의 해방일지 (7)
주간 정덕현
변방에서 오히려 도드라지는 김지원의 페르소나 “좋아한다, 싫어한다, 좋아한다, 싫어한다, 좋아한다, 싫어한다 오? 좋아한다고? 아, 진짜? 아... 나는 아닌데.. 나는... 사랑하는데...” tvN 토일드라마 ‘눈물의 여왕’에서 술에 취해 집으로 돌아오는 백현우(김수현)는 꺾은 가지에서 잎 하나씩을 떼어내며 홍해인(김지원)을 두고 좋아한다, 싫어한다를 점쳐본다. 그러다 문득 마지막 하나에 ‘사랑한다’는 잎 하나를 발견하자 수줍은 듯 속내를 꺼내놓는다. 좋아하는 게 아니라 사랑한다는 속마음을. 결혼해 어느 정도 세월을 겪어낸 부부들이라면 이 짧은 장면에 담긴 이들의 사랑표현에 공감할 게다. 사랑이라는 말은 어딘가 낯설고 그래서 좋아하거나 싫어한다는 말로 그 애증(?)의 속내를 꺼내놓기 마련인 부부들. 사..
‘살인자o난감’의 장난감 형사로 돌아온 구씨 끔찍한 살인자와 그를 추적하는 형사는 역할이 다르지만 때론 비슷해 보일 때가 있다. 영화 의 마석도(마동석)를 떠올려 보라. 산만한 덩치에 건들건들 사건 현장에 나타날 때면 사람들은 조폭인 줄 알고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치곤 하지 않던가. 하지만 그 살벌해 보이는 이가 사실 민중의 지팡이(마석도는 민중의 몽둥이라고 말하지만)이고 그래서 더 살벌한 범죄자들을 때려잡을 때 우리는 더 큰 반전의 안도감을 갖게 마련이다. 이처럼 살인자와 형사는 겉으로 보고는 구분할 수 없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이 그리는 세계가 흥미로운 건 바로 이 경계 구분을 할 수 없는 인물들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평범한 대학생 이탕(최우식)은 어느 날 우발적인 살인을 저지른다. 그러니 ..
편안함과 해방을 꿈꾸는 박해영 작가의 세계 JTBC 토일드라마 가 화제다. “날 추앙해요”라는 비일상적인 대사가 일종의 밈이 되어 유행처럼 번져나가고 있을 정도다. 예사롭지 않은 는 무슨 이야기고, 이 작품을 쓴 박해영 작가가 일관되게 그리고 있는 세계는 무엇일까. 와 의 평행이론 박해영 작가의 드라마 속 인물들은 자주 길을 걷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 길은 출퇴근길이다. 에서는 주로 퇴근길 풍경이 담겨졌다. 하루 종일 직장에서 시달리고 스트레스에 쩔은 박동훈(이선균)은 그렇게 퇴근길에 정희네 선술집에 들러 그 곳에 모인 사람들과 술 한 잔으로 피로를 푼다. 그 곳에는 한때는 이사님 소리도 들었지만 지금은 퇴직해 아파트 경비나 청소 같은 일을 하게 된 중년의 아저씨들이 모여든다. 아저씨들은 한바탕 술자리..
‘나의 해방일지’가 해방시킨 배우들의 무한 매력들 김지원 하면 먼저 떠오르던 작품이 였다. 윤명주라는 캐릭터는 서대영(진구)과의 애틋한 사랑이야기로 사랑받았고 김지원은 인생캐릭터를 얻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이제 김지원의 인생캐릭터는 JTBC 토일드라마 의 염미정으로 경신되지 않을까. “날 추앙해요”라는 처음엔 낯설었지만 이제는 거의 유행어가 된 대사가 한동안 김지원이라는 배우를 따라다닐 것일 테니 말이다. 좋은 작품은 좋은 캐릭터들이 있기 마련이고, 좋은 캐릭터들은 배우들의 매력을 끄집어내기 마련이다. 가 그간 숨겨져 있던 배우들의 무한한 매력을 해방시키고 있다. 김지원이 염미정이라는 인생캐릭터로 툭툭 던지는 엉뚱한 말들은 묘하게도 이 배우가 가진 차분하면서도 내면에 뜨거운 용암을 품고 있..
‘나의 해방일지’, 손석구에 대한 추앙이 말해주는 것들 “날 추앙해요. 난 한 번도 채워진 적이 없어. 개새끼, 개새끼 내가 만났던 놈들은 다 개새끼. 그러니까 날 추앙해요. 가득 채워지게. 조금 있으면 겨울이에요. 겨울이 오면 살아있는 건 아무 것도 없어요. 그렇게 앉아서 보고 있을 것도 없어요. 공장에 일도 없고 낮부터 마시면서 쓰레기 같은 기분 견디는 거 지옥 같을 거예요. 당신은 어떤 일이든 해야 되요. 난 한 번은 채워지고 싶어. 그러니까 날 추앙해요. 사랑으론 안돼. 추앙해요.” JTBC 토일드라마 에서 미정(김지원)은 구씨(손석구)에게 뜬금없이 ‘추앙’이라는 단어를 쓴다. 일상적으로 쓰이지 않는 말. 그래서 시청자들은 그 대사가 너무 현실과 동떨어진 붕뜬 느낌을 준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나의 해방일지’, 망가진 이들은 과연 진짜 행복해질 수 있을까 “사람들은 천둥번개가 치면 무서워하는데 전 이상하게 차분해져요. 드디어 세상이 끝나는구나. 바라는 바다. 갇힌 거 같은데 어딜 어떻게 뚫어야 될지 모르겠어서 그냥 다 같이 끝나길 바라는 것 같아요. 불행하지 않지만 행복하지도 않다. 이대로 끝나도 상관없다. 다 무덤으로 가는 길인데 뭐 그렇게 신나고 좋을까. 어쩔 땐 아무렇지 않게 잘 사는 사람들보다 망가진 사람들이 더 정직한 사람들 아닐까 그래요.” JTBC 토일드라마 에서 염미정(김지원)은 이른바 해방클럽에 들어온 이유를 묻는 질문에 그렇게 답한다. 그 해방클럽은 직원들의 복지를 위해 만들어진 행복지원센터에서 하도 동호회에 가입을 권유받지만 도무지 동호회에 들어가고픈 마음이 없는 세 사람..
‘나의 해방일지’, 흰자의 삶에 대한 박해영표 위로 “넌 그냥 딱 촌스러운 인간이고, 난 그 말이 상처가 될 수 있는 경계선 상의 인간이고. 걔가 경기도를 보고 뭐라는 줄 아냐? 경기도는 계란 흰자 같대. 서울을 감싸고 있는 계란 흰자.” JTBC 토일드라마 에서 창희(이민기)는 여자친구와 헤어지게 된 이유로 경기도에 살아가는 자기 삶의 환경을 이야기한다. 서울과 경기도를 계란 노른자와 흰자로 비유해 말하는 대목이 웃음을 준다. 그런데 그 뒤에 어딘가 짠한 페이소스 같은 게 남는다. 이건 대체 뭐지? 는 경기도 남쪽 수원 근처 산포(가상의 지명이다)라는 곳에 살아가는 창희, 미정(김지원), 기정(이엘) 남매의 이야기를 가져왔다. 사실 어느 정도는 과장이 들어가 있는 것도 있고 어떤 건 너무나 공감가는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