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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혼례대첩’, 이 퓨전사극은 무엇이 달라 정주행을 부르나 퓨전사극은 뻔하다? 글쎄 적어도 KBS 월화드라마 은 예외다. 아니 예외 정도가 아니라 이 퓨전사극은 과거의 것들과 확연히 선을 긋는 진화의 면면들을 갖췄다. 거기에는 몇 가지 근거들이 있다. 그 첫 번째는 ‘옛이야기 사극’을 흥미롭게도 복원해냈다는 점이다. 사극하면 언제부턴가 옛이야기가 아니라, 역사와 관련된 어떤 것이라는 경향이 생겼다. 역사를 제대로 다루는 정통사극, 역사와 상상력을 적절히 섞은 퓨전사극, 현대적 장르를 옛 역사적 시공간에서 재해석하는 장르사극 등등. 그래서 역사에 무게를 주면 무거워지고 상상력에 무게를 주면 가벼워지는 방식의 사극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과거에 사극 중에는 처럼 옛이야기나 설화 등을 마치 할머니가 들려주는 ..
'스위트홈', 좀비와는 다른 선택권이 있는 괴물이라는 건 세상이 갑자기 종말을 맞이하는 아포칼립스 장르는 이제 우리에게도 익숙한 세계가 됐다. 영화 에서부터 에 이르기까지, 좀비들이 창궐해 온통 세상을 핏빛으로 뒤바꾸는 광경이 여러 콘텐츠들 속에서 등장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역시 그 연장선이다. 그런데 이 드라마에는 좀비와는 다른, 색다른 괴물(뭐라 부르기가 애매한)이 등장한다. 아포칼립스 장르들이 그러하듯이 왜 갑자기 그런 괴물들이 나타났는가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그린홈'이라는 사뭇 역설적인 이름의 거의 폐건물에 가까운 아파트에 생존한 사람들 역시 그 원인을 정확히는 알지 못한다. 다만 그것이 '욕망' 때문이라는 다소 막연해 보이는 원인이 등장할 뿐이다. 막연해 보이지만, 등장한 ..
, 살벌한 흑주술 말고 달달한 멜로를 기대해 도대체 언제쯤 허준(윤시윤)과 서리(김새론)의 달달한 멜로를 볼 수 있을까. JTBC 은 그 무엇보다 윤시윤과 김새론이라는 밝은 이미지의 연기자들이 펼칠 멜로 연기를 기대하게 만든 작품이었다. 하지만 그런 기대와 달리 드라마는 초반에 흑주술로 인해 생긴 끔찍한 운명을 비장하게 그려냈다. 연출과 미술에 들인 공은 확실히 느껴진다. 심도를 느끼게 해주는 장면들은 영화처럼 완성도가 높았다. 여기에 호랑이나 늑대가 등장하는 CG 부분도 무리 없이 잘 처리되어 드라마를 참신하게 해주었다. 하지만 이렇게 연출과 미술을 통해 들인 공이 시청자들에게도 제대로 전해졌는지는 의문이다. 아마도 조선시대의 실감나는 밤 장면들을 그대로 보여주며 동시에 CG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낮..
과 황정수씨의 일갈 “ 채널 서핑하다 가끔 봤는데 전반적으로 ‘어쩐지 애들’ 수준이더군요...전문가들이 침묵하면 그냥 재방송과 다시보기로 계속 돈 많이 벌겠지요.” 황정수씨가 쓴 ‘tvN 미술 강의로 본 인문학 열풍의 그늘’이란 정신이 번쩍 들게 만드는 글에는 또한 이런 날카로운 댓글이 달려 있다. 황정수씨는 인문학이라는 포장 하에 제대로 된 전문적 식견을 갖지도 못한 채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는 ‘미술 장사’를 꼬집었고, 그 글에 달린 댓글은 그런 장사를 무분별하게 방송으로 내보낸 프로그램을 꼬집었다. 어쩌다 이런 지경에 이른 걸까. 황정수씨가 지적한 사안들을 보면 이번 tvN 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방영한 최진기 스타강사의 ‘어른들의 인문학, 조선미술을 만나다’라는 강의는 재난 수준이다. 장승업이라는 누구..
, 청춘과 어르신에 대한 위로 나이가 젊다고 다 청춘이 아니듯, 나이 많다고 다 어른이 아니다. 아마도 최근 들어 가장 많은 키워드로 나오는 단어가 ‘청춘’과 ‘어르신’일 게다. ‘청춘’이 원치 않았던 힘겨운 현실 앞에 숨가빠하고 있다면, ‘어르신’들은 꼰대가 될 것인가 어른이 될 것인가를 사이에 두고 갈등한다. 그리고 이 둘은 연결되어 있다. 어른들에 의해 만들어진 세상이 청춘들의 현재 혹은 미래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영화 은 이 서로 다른 두 세대 간의 따뜻한 소통이 느껴지는 영화다. 제목에서 보여지듯 의 배경은 제주도다. 계춘(윤여정)은 이 할망의 이름이다. 어쩌다 손주 혜지를 홀로 키워온 계춘은 어느 날 아이를 잃어버린다. 평생을 아이를 찾아다니는 계춘은 어느 날 나타난 혜지(김고은)로 인..
‘베바스’와 ‘바람의 화원’의 초현실적인 연출력 “눈 뜨지 마세요. 자 어디선가 새소리가 들립니다. 졸졸졸졸 시냇물 소리도 들립니다. 나뭇가지 사이를 파고드는 따스한 햇살도 느껴집니다. 다람쥐가 지나가는 바스락 소리도 들리고 바람도 살랑살랑 불어옵니다. 그 바람에 섞여서 상쾌한 풀잎 향기도 느껴집니다.” 강마에(김명민)의 말소리에 귀 기울이며 눈을 감은 단원들의 모습이 비춰지고 살짝 살짝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그리고 거길 지나가는 새 한 마리가 보이더니 단원들은 어느새 평원에 앉아있다. 이어 들리는 강마에의 목소리. “느껴지세요. 여기는 사람의 때가 묻지 않은 새로운 세계입니다. 넬라 판타지아의 세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보이지 않는 소리를 보이게 하는 연출 MBC 수목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