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보고싶다 (7)
주간 정덕현
의 유승호, 아이와 어른 그리고 남자 에서 어린 담덕 역할을 할 때 유승호에게 슬쩍 보인 얼굴이 있다. 그저 가녀리고 순수한 얼굴로만 알았던 그 소년에게서 어떤 섬뜩함이 느껴질 정도의 카리스마가 숨겨져 있다는 것. 그 후로 의 김춘추는 유승호가 소년에서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연기를 통해 보여주었다. 과 은 이 양갈래 길에 서 있는 유승호를 각각의 이미지로 끌어냈다면 는 드디어 유승호가 어른의 얼굴을 드러냈던 작품이었다. 군 제대 후 를 선택했다는 것이 못내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었지만, 은 이제 본격적인 유승호의 연기자로서의 행보가 시작됐다는 걸 알리기에 충분했다. 그간 아이와 어른 사이 그리고 슬쩍 슬쩍 보이던 남자의 얼굴이 에서는 느껴진다. 서진우라는 캐릭터가 그 세 가지 얼굴을 끄집어내 주고 있..
이 보여준 음악이 가진 또 다른 역할, 위로 그들은 모두 검은 정장에 노란 리본을 달고 나와 노래를 불렀다. 관객의 박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관객이 아예 없기 때문이었다. 악기 또한 피아노나 현악기 몇 개만을 사용했다. 자극보다는 편안한 위로와 진심을 담아내기 위함이었다. 화려함과 자극을 떼어내자 오롯이 가사 한 줄 한 줄이 새록새록 가슴에 와 닿았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6주 만에 돌아온 . ‘작은 위로’라고 이름 붙여졌지만 그건 큰 감동이었다. “이러면 안 되지만 죽을 만큼 보고 싶다-” 절제된 피아노 연주로 시작해 반주 없이 시작된 김범수의 ‘보고 싶다’는 남다른 의미로 다가와 가슴을 울렸다. 김범수의 절절한 목소리에 집중된 노래는 가사가 주는 힘을 새삼 느끼게 만들었다. 어쿠스틱 버전으로 불려..
, 멜로가 사회적 메시지를 만날 때 “높은 담장 밖에서 너는 죄도 없이 고개 숙이고 있었어. 하지만 난 아버지 땜에 고개 숙이지 않을 거야. 수연아 사랑하자.. 우린 사랑하자. 더 많이 사랑하자.” 에서 한정우(박유천)가 이수연(윤은혜)에게 키스하며 깔린 이 속 얘기에는 이 드라마가 가진 독특한 결을 잘 보여준다. 이 대사는 한정우와 이수연의 14년에 걸친 사랑을 압축하면서도, 동시에 이 사랑이 개인적 차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이수연이 죄도 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던 것은 그녀의 아버지가 살인자(심지어 실제 살인자도 아니었지만)라는 주변 사람들의 편견 때문이었다. 하지만 14년이 지난 후 그 아버지 세대가 씌우는 주홍글씨는 이제 한정우의 몫으로 다가온다. 이수연이 사망한 것처럼 꾸..
여진구, 김소현, 박유천, 유승호 그리고 윤은혜까지 좋은 작품은 좋은 캐릭터를 만들고, 좋은 캐릭터는 좋은 연기자를 발견한다. 는 딱 그런 작품이다. 주역으로서의 아역(여진구, 김소현)에서부터 성인역(박유천, 유승호, 윤은혜)까지, 그리고 조역이지만 든든한 기둥을 세워주는 중견(송옥숙, 한진희, 전광렬, 김미경)까지 는 말 그대로 연기 보는 맛이 나는 작품이다. 을 통해 시청자들을 품은 여진구는 에 와서 더 단단해진 연기의 무게감을 보여주었다. 누가 그를 보고 아역이라고 하겠는가. 김소현과 함께 보여준 풋풋한 멜로 연기는 물론 에서부터 정평이 나 있었던 것이지만, 그녀를 홀로 버려두고 도망친 후 죄책감과 그리움이 뒤엉켜 울부짖는 모습은 여진구만의 아우라를 만들기에 충분했다. 아이지만 아이 같지 않은 감성..
, 피해자들을 위한 진혼곡 “내 딸이 죽었어요. 그놈들은 성폭행을 한 게 아니라 살인을 했습니다. 내 딸이 죽었어요." 결국 성 폭행범을 제 손으로 죽이고 살인자가 되어버린 의 보라 엄마(김미경)가 던진 이 한 마디는 아마도 자식을 가진 모든 부모라면 누구든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을 게다. 그녀를 찾아와 그녀에게 “내가 이러면 안 되는데.. 이러면 안 되는데 고맙습니다.”라며 통곡한 또 다른 피해자 수연(윤은혜)의 어머니 김명희(송옥숙)의 절절한 말은 또한 이 땅의 모든 부모가 보라 엄마에게 하고픈 말이었을 게다. "나 대신 해준 건 고맙고, 나 대신 벌 받는 거 같아 미안하고.." 라는 제목은 이 드라마를 단순한 멜로처럼 여겨지게 만들지만(또 멜로가 전면에 깔려 있는 게 사실이지만) 그 절절한 그리움 ..
, 주홍글씨와 상처는 어떻게 치유되는가 10cm의 신곡 ‘Fine thank you and you'는 남녀 간의 사랑얘기를 담은 발라드지만 그 가사가 특이하다. ‘너의 얘길 들었어. 너는 벌써 30평에 사는구나. 난 매일 라면만 먹어. 나이를 먹어도 입맛이 안 변해.’ 발라드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가사지만 이렇게 잘사는 너와 가난한 나 사이의 대비는 ‘I'm fine thank you thank you and you’라는 가사와 엮어지면서 절묘한 정조를 그려낸다. 거기에는 양극화에 대한 이야기가 슬픈 발라드 위에 펼쳐진다. 를 보는 느낌 역시 10cm의 이 노래를 듣는 것처럼 슬프고 아프고 아련하다. 살인자 딸이라는 주홍글씨를 쓰고 이웃과 친구들로부터 손가락질 받고 살아가는 이수연(김소현)에게 어느 ..
의 박유천, 갈수록 물건이 되어간다 이건 아역이 아니야. 여진구가 드라마에 나올 때마다 나오는 이야기다. 에서 그가 사라진 연우를 향해 오열할 때 그 감정의 질감은 시청자들의 마음에도 무겁게 내려앉았다. 그리고 의 한정우로 돌아온 여진구. 그 연기는 더 깊었다. 살인자의 딸이라는 주홍글씨로 따돌림을 당하며 살아가는 수연에게 “살인자 딸 이수연. 나랑 친구하자.”고 그가 손을 내밀었을 때 아마도 시청자들은 그 미소에 빠져들었을 것이다. 또 다시는 그녀를 부정하지 않겠다고 맹세했지만 납치범들에게 겁에 질려 그녀를 혼자 놔두고 도망쳤을 때, 그리고 그렇게 그녀가 영영 사라져 버렸을 때 그녀가 남긴 일기장을 보며 눈물을 훔치는 한정우(여진구)의 모습을 보며 똑같이 가슴이 먹먹해졌을 것이다. ‘보고싶다’라고 담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