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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빙고게임으로 사건 해결? ‘천원짜리 변호사’가 풍자하는 것 엉뚱하고 다소 유치하기까지 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속이 시원하다. SBS 금토드라마 가 가진 이상한 관전 포인트다. 단 돈 천 원에 변호를 맡아주는 이상한 변호사가 등장하고 뭔가 대단한 법 조항을 들어 반전의 승소를 이끌어내는 그런 드라마가 아닐까 싶지만 이 변호사가 풀어내는 의뢰인 변호는 엉뚱하기 이를 데 없다. 천영배(김형묵)의 갑질사건이 결국은 천지훈(남궁민)이 제안한 빙고게임으로 해결된다는 에피소드는 단적인 사례다. 아파트 경비아저씨는 물론이고 개인 운전기사, 회사 내 직원들에게 툭하면 폭행, 폭언 같은 갑질을 해온 천영배. 천지훈은 경비아저씨가 차에 스크래치를 냈다고 생떼를 쓰는 천영배의 차를 모두가 보는 앞에서 손수레로 밀어버리고, ..
현빈과 박신혜라 더 믿게 되는 '알함브라'의 가상현실송재정 작가의 전작 드라마인 를 본 시청자라면 tvN 주말드라마 이 이와 비슷한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이라는 걸 일찌감치 감지했을 게다. 가 만화와 현실 세계의 경계를 넘나든다면, 은 게임과 현실 세계의 경계를 넘나든다. 하지만 쉬워 보여도 게임이라는 가상과 현실 세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그것을 시청자들에게 믿게 만들고 나아가 빠져들게 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도대체 송재정 작가는 어떤 마법을 부린 걸까.게임과 현실 세계를 넘나들 것이란 암시는 이미 첫 회에 잠깐 등장해 누군가에게 쫓기다 사라져버린 AR게임을 개발한 정세주(찬열)의 이야기로 전해진 바 있다. 그래서 그의 게임에 투자하기 위해 스페인 그라나다에 왔다가 놀라울 정..
, 과잉도 설득 시킨 이철민의 연기 조폭이 아니라 아버지였다? SBS 에서 윤서정(서현진) 목에 낫을 들이대고 수술실에 난입한 사내(이철민)는 김사부(한석규)가 수술을 강행하려고 하자 그 수술대 위에 누워 있는 자가 자신의 아내와 딸을 범한 ‘강간범’이라고 말했다. 죽어 마땅한 범죄자와 반드시 살려야 하는 응급환자 사이, 김사부는 짐짓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 역시 마음의 동요를 느꼈다. 사내의 이야기가 너무나 처절했기 때문이다. “내가 한 푼이라도 더 벌어보겠다고 늦게까지 택배 돌리는 사이에 우리 와이프랑 딸애가 있는 집안에 들어와서는... 그 때 우리 와이프는 둘째를 임신 중이었고 내 딸은 내 딸은 겨우 11살이었는데 저 새끼가... 근데 저 새끼 형량이 얼만 줄 알아? 겨우 3년이야 초..
잘 나가던 , 과도한 비현실이 복병 낭만이 과했던 걸까. SBS 가 의학드라마에 ‘낭만’을 들고 나온 건 이 드라마가 일정 부분 ‘비현실’을 담겠다는 뜻이다. 실제로 산 속에 자리한 돌담병원이라는 병원이나 그 곳에서 살아가는 전설적인 외과의 김사부(한석규)라는 존재 역시 비현실적이다. 그 비현실이 ‘낭만’이라고 긍정될 수 있었던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현실의 병원들이 갖고 있는 자본화되어 생명보다 이익을 우선시하게 된 그 부조리한 상황을 이 ‘비현실’이 에둘러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그것이 가짜임을 알면서도 받아들인다. ‘저런 게 어딨어’ 하면서도 ‘저래야 맞는데’ 하고 생각한다는 것. 하지만 그 비현실도 어느 정도 수준이어야 하지 않을까. 응급실에 조폭이 들어와 수술 중인 환자를 죽이려..
현실을 꼬집는 비현실, 의 판타지 “출세 만능의 시대. 출세를 위해서라면 양심도 생명도 이해타산에 밀려버리는 시대. 어쩔 수 없다는 변명으로 타인의 희생조차 정당화해버리는 사람들. 힘이 없다는 이유로 힘 있는 자들에게 찍히고 싶지 않아서 반쯤 눈감은 채 진실을 외면하는 사람들. 그러한 이들의 비겁한 결속력이 기득권이란 이름으로 세상에 군림하고 있었으니.” SBS 월화드라마 에 강동주(유연석)의 목소리로 깔리는 이 내레이션은 요즘 같은 시국에 예사롭지 않게 다가온다. 병원을 다루는 의학드라마에서 ‘진실’이니 ‘비겁한 결속력’이니 ‘기득권’이니 또 ‘군림’이니 하는 단어들이 등장한다는 건 이 드라마가 가진 날선 현실 인식을 드러낸다. 는 병원 이야기를 통해 세상을 이야기하려는 것이다. 과거 천재적 외과의사로..
, 어째서 이 만화 같은 이야기에 빠져들까 말도 안 되게 재밌다? 아마도 이 말은 라는 드라마에 딱 어울리는 평가일 듯싶다. 이 드라마의 설정은 한 마디로 ‘만화 같기’ 때문이다. 만화 속 세계로 들어가는 여주인공이나, 현실 세계로 나와 자신을 만든 작가와 한 판 대결을 벌이는 만화 속 주인공이나 현실적으로는 말이 안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말이 안 되는 이야기가 말도 안 되게 재밌다. 한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시청자들을 몰입시킨다. 어떻게 이게 가능할까. 거기에는 송재정 작가의 발칙한 상상력과 그 상상력을 뒷받침해주는 판타지의 욕망이 작용한다. 말도 안 되지만 누구나 한 번쯤은 꿈꿔봤을 상상. 그것을 눈앞에 던져주고 나름의 법칙들을 세워둠으로써 마치 게임 같은 몰입을 만들어낸다. 이..
의 비현실적 판타지, 그 어려운 걸 해낸 원동력은 “그 어려운 걸 자꾸 해내지 말입니다.” 사지에서 돌아온 유시진(송중기)의 대사처럼 KBS 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많은 드라마적 난점들을 신기하게도 봉합시켜나가는 일들을 해냈다. 죽을 위기를 그토록 겪으면서도 죽지 않는 인물들이나, 우르크라는 가상의 분쟁지구에서 벌어졌던 전투상황과 재난, 사고, 전염병까지 꼬리를 물고 이어지던 과한 설정들. 종영한 후 찬찬히 생각해보면 이 드라마가 가진 현실성이나 개연성이 상당히 부족했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런 부족함들이 드러날 때마다 마치 마법처럼 그걸 덮어버리는 보이지 않는 힘들이 등장했다. 사지에서 1년 만에 포로로 있다 탈출해 나온 유시진(송중기)을 본 강모연(송혜교)은 “말도 안돼”라고 말..
, 현실성 사라진 드라마의 문제 만화 같다’는 표현은 하나의 관용구가 되었다. 만화 자체의 가치를 비하하는 얘기가 아니다. 만화처럼 상상력의 나래를 한껏 펴다보니 현실성을 잃었다는 하나의 표현일 뿐이다. 지금 현재 이라는 드라마가 그렇다. SBS 은 도플갱어라는 낯선 설정을 가져와 타인의 삶을 대신 살아가는 한 여인의 사랑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드라마를 보다보면 현실적이라기보다는 만화 같다. 이 타인의 삶을 대신 사는 ‘가면’의 설정을 가져온 건 의미 있는 일이었다. 그것은 태생으로 규정되는 가난한 삶을 벗어나기 위한 안간힘처럼 다가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가면을 쓰고 상류사회에 입성한 여인은 그 정체성의 혼란과 욕망 사이에서 벌어지는 고민을 들여다보기보다는 가면의 부부생활 속에서 피어난 달달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