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승패 (6)
주간 정덕현
‘골때녀’, 그녀들의 피, 땀, 눈물에 담긴 스포츠의 진가 스포츠는 어쩔 수 없이 경쟁을 할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승패만이 중요할까. 지금껏 그 많은 스포츠중계들이 보여준 건 경기와 결과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스포츠는 그 이외에도 중요한 가치들이 적지 않다. 함께 공통의 목표를 향해 달리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동료의식이나, 이기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 만들어내는 초인적인 성실함, 결과를 이뤘을 때의 희열과 더불어 좌절했을 때 서로를 토닥이며 또 나갈 수 있게 해주는 끈끈한 연대의 힘 등등 그 진가는 적지 않다. SBS 이 리그전을 통해 4강을 확정짓고 본격 대결을 하기 전 팀들의 훈련과정을 담았다. 최종 4강에 올라간 팀은 FC불나방, FC월드클라쓰, FC국대패밀리, FC구척장신이다. FC개벤져스는 F..
‘라켓소년단’, 변방으로 가 중심 강박을 털어버리다 “저는 내일 어떻게 하면 될까요?” 뉴질랜드에서 열리는 배드민턴 국제대회에 나간 한세윤(이재인)은 코치에게 다음 날 경기를 어떻게 해야 할까를 묻는다. 다른 선수들에게는 일일이 조언을 해주는 코치가 단식대회에 나가는 한세윤에게는 아무런 얘기도 해주지 않아서다. 그러자 코치는 말한다. “하던 대로. 그냥 너 하던 대로. 하고 싶은 대로.” 물론 이런 말은 코치가 한세윤을 무시하거나 무관심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늘 대회에 나가기만 하면 무조건 이기는 선수. 그래서 이기는 게 ‘당연한’ 선수이기 때문에 뭐라 코치를 해줄 게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코치의 말에 한세윤은 어딘지 시무룩한 얼굴이다. 그 ‘당연한 우승’에 대한 기대가 만만찮은 부담이었기 때문..
'강철부대', 김성주도 말문 막히게 만든 해병대수색대의 완주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가 조금 잘못되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사실 승부를 내는 경기, 중계를 많이 했기 때문에 1등이 누가 되느냐가 중요한 중계를 많이 했고 이기는 승부만 했었는데, 군인들의 삶은, 군인들의 승부는 끝까지 하는 게 있네요." 채널A 에서 탈락 팀이 결정되는 데스매치에서 해병대수색대가 끝까지 미션을 완수하고 깃발을 들어 올리는 모습을 보고난 후 김성주는 그렇게 말했다. 그간 미션 대결에서 그 흥미진진한 승패 과정을 보며 환호하던 스튜디오의 출연자들 모습은 볼 수 없었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내는 그 모습에 모두가 말문이 막혀버렸고, 가슴이 먹먹해졌다. IBS(구명보트) 침투 작전 미션에서 패배한 해병대수색대, SDT(군사..
30호와 63호 가수, 이것이 '싱어게인'만의 오디션의 매력 "누가 이기든 지든 패배자를 심사위원분들로 만들자." JTBC 오디션 3라운드인 라이벌전에서 가장 관심을 집중시킨 63호 가수와 30호 가수의 대결무대에서 30호 가수는 무대를 시작하기 전 그렇게 호기롭게 각오를 밝혔다. 그 말은 둘 다 잘 해서 이런 대결을 하게 만든 심사위원들을 오히려 더 곤혹스럽게 만들겠다는 뜻이었다. 사실 3라운드의 대진은 이승기가 한 마디로 표현한 것처럼 '잔인'했다. 2라운드에서 팀을 이뤄 함께 했던 이들을 이제는 라이벌 대결 구도로 세운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63호 가수와 30호 가수는 2라운드에서 남다른 우정과 팀워크로 모두를 감탄하게 만든 팀이었다. 그러니 이 대결이 잔인하게 느..
‘스토브리그’가 야구를 빌어 전한 약자로서 잘 싸우는 법 “그 날 드림즈는 7연패 중이었는데 하필 타이탄즈 투수가 지금 강두기 선수 같은 국가대표 1선발 최소원 선수를 내보낸 거예요. 모든 팀들이 드림즈한테는 3승을 따내려고 오히려 좋은 선발 투수들을 다 내보냈거든요.” 텅빈 야구경기장에서 이세영(박은빈) 운영팀장은 이제 드림즈를 떠나게 된 백승수(남궁민) 단장에게 자신이 어렸을 때 아빠와 드림즈 경기를 보러오던 때의 이야기를 꺼냈다. 그런데 그 이야기는 야구 이야기면서 동시에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했다. 약자에게 더 강한 상대들이 몰리게 되는 현실에 대한 이야기. 백승수는 “약체팀을 확실하게 이기는 건 비겁하긴 해도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그 현실을 수긍했다. 하지만 이세영이 백승수에게 하려는 ..
승패가 아닌 스포츠의 즐거움 알려준 “지는 건 당연한데 어떻게 지느냐가 문제였다.” 이 88 서울올림픽 특집으로 마련한 김기택과 유남규의 재대결에서 손에 땀을 쥐는 경기를 펼친 뒤 패배한 김기택은 이렇게 말했다. 88 서울올림픽 당시의 데자뷰를 느끼게 할 정도로 25년의 시간을 뛰어넘는 명승부를 펼친 그들이었다. 현 탁구 국가대표 감독인 유남규와 현역에서 멀어진 김기택의 경기는 어쩌면 결과가 뻔한 경기일 수 있었다. 그래서 서로가 서로를 챙겨주는 그저 그런 경기에 머무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막상 경기에 들어가자 두 사람은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해졌다. 유남규는 허벅지에 통증을 느낄 정도로 열심히 경기에 임했고 김기택은 명불허전의 과감한 드라이브를 선보이기도 했다. 88 서울올림픽 당시 김기택과 유남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