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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연인’, 존버 시대 안은진이라는 독보적 캐릭터의 탄생 “내가 살고 싶다는데 부모님이 무슨 상관이야? 종종아 일전에 강화도 때 다 뛰어내리는데도 우린 살았어. 난 살아서 좋았어.” 노예 사냥꾼들에게 쫓기다 벼랑 끝에 몰린 조선인 여성들은 그 곳에서 치마로 얼굴을 감싼 채 뛰어내린다. 더럽혀진 몸으로 돌아가면 부모님께 죄를 짓는 거라며. 그러자 길채(안은진)는 그렇게 말한다. 살고 싶은데 부모님은 상관없다고. 사는 것이 좋은 것이라고. MBC 금토드라마 은 ‘생존’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사극이다. 병자호란이라는 극단적인 전쟁 상황을 가져와 그 곳에서도 끈질기게 살아남는 민초들의 반짝반짝 빛나는 삶을 담았다. 파트1이 병자호란 상황 속에서의 살아남기라면, 파트2는 전쟁은 끝났지만 그 배경을 중국 심양으로 옮..
‘썸바디’, 이 괴물은 왜 살벌한데 쓸쓸할까 “무슨 소리일까요? 이 소리는 여기 직경 20미터 높이 50미터의 사일로 내부의 소리입니다. 여기 사일로 내부에 들어가면 아주 작은 숨소리조차 녹슨 철판에 난반사되어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본인의 숨소리까지 느껴보실 수 있습니다. 이 사일로 내부에 있는 녹슨 철판이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버텨왔을까요? 50년입니다. 50년 동안 여러분들의 목소리, 숨소리를 기다리고 있던 겁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에서 성윤오(김영광)는 나포시청 도시재생 사업 공모전에서 바닷가 옆에 세워진 오래된 사일로에 대해 그렇게 브리핑한다. 거대한 괴물처럼 서 있는 사일로. 바닷가 옆 흉물처럼 보이지만, 성윤오는 그 내부에 들어가 자신이 내는 숨소리, 목소리를 온 몸으로 듣는다...
시간여행을 다루는 '앨리스', 김희선이기에 가능해진 것들 김희선 아니면 저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굴까 싶다. SBS 금토드라마 에서 40대에 죽음을 맞이한 박선영에서, 30대의 괴짜 교수 윤태이를 넘나드는 김희선의 변신은 그다지 이물감이 없다. 단 몇 회 만에 세대를 뛰어넘는 캐릭터를 한 배우가 연기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연기력도 연기력이지만 그런 변신을 맡은 배우에 대한 대중들의 허용(?)이 요구되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는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다. 그래서 미래의 인물들이 과거로 넘어 들어오는 설정이 되어 있다. 미래의 인물은 과거의 자신을 만나기도 하고, 심지어 과거의 자신을 죽이고 그 자리를 차지하기도 한다. 물론 여기서 떠오르는 건 '타임 패러독스'다. 미래의 내가 과거의..
'부부의 세계', 김희애는 늘 놀랍지만 박해준은 더 놀랍다 JTBC 금토드라마 가 종영했다. 마지막회는 28.3%(닐슨 코리아)라는 놀라운 시청률로 비지상파 드라마 역대 최고기록을 세웠다. 남편의 불륜으로 시작해 질깃질깃하게 이어지는 한 가족의 파국을 보여주는 작품인지라, 결말에 대한 반응들은 분분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뭔가 주인공 지선우(김희애)의 해피엔딩과 이태오(박해준)의 파멸이라는 권선징악적 결말을 기대했던 시청자라면 결국 모두가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채 끝나버린 결말에 아쉬움이 남을 수 있다. 또 지긋지긋한 애증을 옆에서 보며 결국 참지 못하고 가출해버린 아들을 두고도 1년 후 그럭저럭 버티며 살아가는 지선우의 모습에서 개연성 부족을 느끼는 분들도 적지 않을 게다. 하지만 그럼에도 파국을 통해..
‘부부의 세계’의 충격·분노, 김희애가 첫 회만에 만들어낸 몰입감 역시 김희애다. 그의 섬세한 연기가 아니었다면 첫 회부터 이런 다양한 감정의 파고를 경험할 수 있었을까. JTBC 새 금토드라마 는 첫 회부터 파격적이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만 보였던 지선우(김희애)의 세계는 남편 이태오(박해준)의 불륜으로 인해 조금씩 흔들리다 금이 가더니 결국 무너져 내렸다. 더 충격적인 건 그 무너지는 그를 부축해줄 이들조차 모두 그 배신의 공모자들이라는 걸 그가 알게 됐다는 사실이다. 완벽해 보였던 부부의 세계에 생겨난 균열은 아주 작은 틈새로부터 시작했다. 남편의 주머니에서 나온 립글로즈는 어딘지 남자들이 쓰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고, 아침에 출근할 때 남편이 매어준 그의 목도리에는 누군가의 머리카락이 붙어 있었다...
‘스토브리그’ 파괴력의 원천은 그 리더십에 있다 매회가 쫀쫀하다. 스토리에 빈 구석이 없고 버릴 것도 없다. 게다가 그 스토리를 200% 몰입하게 만드는 연기와 연출이 있다. SBS 금토드라마 를 보다 보면 작금의 달라진 드라마의 성공방정식이 느껴진다. 무엇보다 성공방정식의 정점은 야구라는 구체적인 세계에서 가져온 리얼한 이야기를 지극히 보편적인 이야기로 풀어내는 바로 그 지점이 아닐까 싶다. 그걸 가능하게 해준 건 백승수(남궁민)라는 개혁가 리더십을 갖춘 인물이다. 가 주목되는 건 현실감이 느껴지는 스토리다. 그 스토리는 당연히 철저한 취재를 통해 가능한 일이다. 실제로 이 작품을 쓴 이신화 작가는 꽤 오래도록 사전 취재를 했다고 한다. 공개된 자문위원만 18명에 이른단다. 물론 실제 자문을 받은 인물..
‘나의 나라’, 양세종의 아픔과 그 아픔을 바라보는 설현 세상에 설현의 연기에 가슴이 울컥해지다니. 어쩌면 JTBC 금토드라마 의 시청자들은 적이 놀랐을 것 같다. 죽은 줄만 알았던 서휘(양세종)가 살아있다는 걸 확인한 한희재(김설현)의 눈은 한껏 커졌다.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아야 한희재가 안전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서휘가 서둘러 그 자리를 벗어나려 할 때, 한희재가 피 묻은 칼을 쥔 서휘의 손을 붙잡는다. 두 손을 꼭 쥔 손에 한희재가 그간 마음에 품어왔던 그리움과 연정, 걱정 같은 감정들이 묻어난다. 그리고 한희재의 눈에 눈물이 차오른다. 이 짧은 장면은 시청자들 또한 울컥하게 만든다. 그건 그 한희재의 시선에 서휘의 참혹한 운명이 담겨지기 때문이다. 서휘가 그간 겪었던 일들을 떠올려 보라..
‘어하루’, 상투적인 스토리에 지쳤다면 이만한 드라마가 없다 마치 작가의 머릿속을 여행하는 기분이다. MBC 수목드라마 는 평범한 학원물처럼 시작한다. 하지만 갑자기 딸깍 하는 소리와 함께 은단오(김혜윤)는 엉뚱한 상황 속에 자신이 옮겨져 있는 걸 발견한다. 여기서부터 이 드라마는 우리가 익숙하게 봐왔던 학원 로맨스물의 틀을 깨기 시작한다. 그 곳이 사실은 현실이 아닌 순정만화 속 세상이라는 게 밝혀지고, 딸깍 소리와 함께 다른 상황에 들어와 있는 걸 자각하게 된 건 은단오(김혜윤)에게 의식이 생겨서란다. 조금은 황당한 설정이지만, ‘비밀’이라는 제목의 만화 속에서 은단오가 주인공이 아니라 조역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드라마는 동력을 갖게 된다. 사실상 만화작가가 그려나가는 남녀주인공인 오남주(김영대)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