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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꽃파당’, 졸지에 왕이 됐지만 개똥이를 그리워한다는 건 사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로맨스 사극은 이제 익숙해졌다. 에서부터 , 게다가 최근에는 까지. 이들 사극들은 구체적인 역사적 사료를 바탕으로 하지 않고 다만 조선이라는 배경만을 활용한다. 그 위에서 벌어지는 로맨스는 그래서 다분히 현대적인 관점을 담아내기 마련이다. 그 현대적인 관점이란 현재의 청춘들이 겪고 있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무언가 열심히 노력하려 해도 바뀌지 않고 공고한 어른들의 세상은 그래서 이들 조선시대 배경의 로맨스 사극이 사랑이야기를 통해 담아내려는 주요 메시지이기도 하다. 이들은 사랑하려 한다. 하지만 조선이라는 배경은 사적인 사랑의 선택을 좀체 용납하지 않는다. 신분이 다르고 정파와 얽혀 있다면 더더욱 그렇다. JTBC에서..
'킹덤'이 열어놓은 조선판 좀비세상, 시즌1은 시작일 뿐(본문 중 드라마 내용에 대한 누설이 있습니다. 드라마를 시청하실 분들은 참고 바랍니다.) 죽은 왕을 되살리려는 욕망에서부터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죽은 자를 살릴 수도 있다는 생사초. 그걸로 살아난 왕은 그러나 괴물이 되어버린다. 죽었지만 살아난 왕. 그리고 살아났지만 죽은 왕. 의 전제가 되는 이 설정은 그 자체가 상징적이다. 한 나라의 운명을 쥐고 있는 자가 살아있어도 산 자의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그 나라 전체를 얼마나 피폐하게 만드는가 하는 건 굳이 조선이 아니어도, 또 좀비라는 특이한 존재들이 아니어도 우리는 근현대사를 통해 알고 있지 않은가.좀비는 ‘죽었지만 살아 움직이는 존재’라고 볼 수도 있지만 반대로..
‘왕이 된 남자’는 여진구에게 제대로 연기의 판을 깔아줬다영화 로 연기력 확장을 입증했던 이병헌을 보는 듯하다. tvN 월화드라마 의 여진구 이야기다. 그런데 이렇게 된 것이 그저 우연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그것은 가 가진 이야기가 여진구라는 연기자의 잠재력을 끄집어내는 특별한 힘을 발휘하고 있어서다. 그건 바로 여진구가 연기하는 하선이라는 광대 캐릭터에서 비롯된다. 하선(여진구)은 가면을 쓰고 당대의 시국을 연기로 풍자하곤 하던 광대다. 얼굴이 왕 이헌(여진구)과 같다는 이유로 암살위협을 받는 왕 대신 왕좌에 앉아 왕을 연기한다. 하선을 그 자리에 앉힌 건, 점점 잔혹해지고 정신을 놓고 있는 이헌에게 그래도 충성하던 이규(김상경)다. 이규는 이헌을 모처에 옮겨 놓고 마약에 중독되고 환청에 시달리는 그를..
지난 정권의 비선실세, ‘왕이 된 남자’가 새롭게 보이네“이놈! 제대로 놀지 못하겠느냐?” 폭군 이헌(여진구)이 내리는 불호령에 광대 하선(여진구)은 마치 진짜 왕이 된 듯한 목소리로 “이놈! 제대로 놀지 못하겠느냐?”라고 똑같이 외친다. 그 순간 이헌은 광기와 희열이 교차하는 웃음을 터트린다. 마치 거울을 앞에 두고 있는 것처럼 똑같은 얼굴을 한 두 사람. 하지만 둘의 표정은 사뭇 다르다. 하나는 웃고 있지만 다른 하나는 당혹스런 얼굴이다. 이 한 장면은 tvN 새 월화드라마 가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담을 것인가를 압축해 보여준다. 자객의 습격으로 언제 죽을지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인 채 용상을 지키고 있는 이헌은 도승지 이규(김상경)에게 자신이 살 방도를 찾아 달라 요청하고, 이규는 우연히 마주하..
'창궐', 시도는 참신하지만 남는 아쉬움들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NEW)가 내놓은 영화 과 은 닮은 점이 있다. 우리 식으로 해석한 좀비 장르라는 점이 그 첫 번째다. 은 좀비 장르의 마니아적인 특성을 훌쩍 뛰어넘어 1천만 관객을 넘어서는 놀라운 흥행을 기록했다. 두 번째로 비슷한 건 다소 폐쇄적인 특정 공간에 집중된 좀비 장르라는 점이다. 은 영화의 대부분이 부산까지 가는 KTX와 몇몇 역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은 제물포항과 궁이라는 두 공간을 배경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점보다 더 흥미롭게 보이는 유사점은 서구의 좀비 장르와 사뭇 다른 좀비라는 존재에 대한 해석이 들어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좀비가 바로 민초라는 시선이다. 에서는 가족이 좀비로 변화해 결국 어쩔 수 없이 싸우게 되는 그 과정을 ..
‘군주’, 가면과 권력에 대한 중독의 상관관계가면의 주인은 과연 누가 될까. MBC 수목드라마 에서 편수회에 의해 죽을 위기까지 처했지만 가까스로 살아남아 보부상 두령이 된 세자 이선(유승호)은 궁 밖에서 힘을 모아 편수회를 무너뜨리고 자신의 왕좌를 되찾으려 한다. 본래 ‘왕세자’라는 가면의 주인은 그였지만 지금 그는 ‘보부상 두령’이라는 가면의 주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흥미로워지는 지점은 세자 이선의 빈자리에 편수회가 허수아비로 세워놓은 천민 이선(엘)에게 일어나는 변화다. 처음 그는 세자를 위해 기꺼이 자신이 가짜 세자 역할을 하겠다고 나섰지만, 이것이 편수회에 의해 발각되고 세자의 죽음(물론 그건 진짜 죽음이 아니었지만)을 목격하며 대신 세자의 자리에 올라 허수아비 왕이 되자 심경의 ..
‘대립군’, 왕과 백성은 어떻게 소통하고 성장하는가‘남을 대신해 군역을 하는 사람’을 뜻하는 이라는 제목은 두 가지 의미가 담겨져 있다. 그렇게 누군가의 허깨비가 되어 오로지 살아남아야 그 존재가 의미를 갖는 ‘대립질’을 하는 민초들을 뜻하기도 하지만, 임진왜란 시절 선조의 분조에 의해 반쪽짜리 왕으로 추대된 광해를 뜻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군’은 군대를 뜻하기도 하지만 임금을 뜻할 수도 있는 것이니 말이다. 영화 은 그래서 임진왜란이라는 절체절명의 국가위기 상황을 전제하고, 그 안에 왕과 백성이라는 두 존재를 ‘대립군’이라는 하나의 틀로 묶어낸다. 애초에 왕이 되고 싶지 않았던 유약한 왕 광해는 대립군과 함께 하는 여정을 통해 조금씩 백성들의 고단함이 무엇인지 또 그들이 원하는 왕이란 어떤 존재여야 ..
‘역적’ 윤균상, 사적 복수에서 공적 소명으로“성님, 어리니를 봤소. 어리니가 임금님이 무섭다며 울고 있었소. 성님, 나 그동안 못된 짓 많이 하고 살았소. 충원군한테 복수도 하고 금주령 때 술 팔믄서 건달들 제끼느라 손에 피도 많이 묻혔소. 억울한 사람들 도와준답시고 미운 놈들 다리도 숱하게 분질러 줬소. 야, 나는 화 많이 내고 살았소. 그런디 성, 워째 지금은 화가 안 나고 맴이 슬프요. 집 뺐기고 가족 잃은 사람들 눈물이, 우리 어리니 눈물 같고, 가령이 눈물 같고, 소부리 아재 눈물 같소. 나는 툭하면 화가 나는 존재인데, 지금은 어째 화는 안 나고 눈물만 난답니까?”MBC 월화드라마 에서 드디어 길동(윤균상)이 세상에 대한 소명의식을 갖기 시작했다. 지금껏 걸어왔던 길이 가족과 형제들이 뿔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