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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99억의 여자’, 어쩌다 조여정은 돈만이 삶의 기회가 됐을까 어째서 100억이 아니고 99억이었을까. KBS 수목드라마 에서 이 수치는 정서연(조여정)이 공범이 된 이재훈(이지훈)의 의심을 사는 이유가 된다. 사고차량으로부터 정서연과 이재훈이 함께 훔친 현금다발. 그 현금을 일일이 다 세서 99억이라고 말하며 안전할 때까지 이 돈에 손을 대지 말자고 한 정서연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이재훈은 5억을 빼내 급전에 사용한다. 그러면서 말한다. “당신도 그런 말할 처지가 아니라고.” 그는 왜 100억이 아닌 99억이냐며 정서연이 1억을 빼돌렸다고 생각한다. 이재훈에게 99억은 그런 의미다. 그저 거액의 돈이 아니라, 1억이 왜 모자란가를 그는 생각한다. 그의 욕망은 끝이 없다. 처음에는 반씩 나누기로 했다가 그..
가 갖고 있는 흥미로운 심청전의 재해석 심하게 멍청해서 심청이다? SBS 에서 인간세상으로 나온 인어에게 허준재(이민호)는 그렇게 반 농담을 섞어 ‘심청’이란 이름을 붙여준다. 사실 바다와 관련 있는 심청이란 고전소설의 인물이 인어의 이름으로 떡하니 붙여진다는 건 흥미로운 접근방식이다.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공양미 삼백 석에 팔려 바다로 뛰어든 효녀. 하지만 용왕에 의해 죽지 않고 살아 돌아온 인물. 인어란 가상의 존재가 결국은 그렇게 바다로 사라져버린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수많은 그리움들이 만들어낸 것이라면, 심청 역시 그 부활의 기저에는 비슷한 맥락이 깔려 있지 않았을까. 그저 코미디의 하나로 농담 반 진담 반 ‘심청’이란 이름이 붙여진 것이 아니라는 게 명확해진 건 그녀가 사랑하는 허준재..
, 그저 인어판타지로 치부할 수 없는 기억 모티브 도대체 이 인어라는 존재의 진짜 능력은 무엇일까. SBS 수목드라마 을 보다 보면 슬쩍 드는 의문이다. 인간보다 오래 산다? 인간을 사랑하게 되고 사랑받지 못하게 되면 심장이 서서히 굳어 먼저 죽을 수 있는 존재로 인어가 그려지고 있는 마당에 이런 삶의 길이는 그다지 중요한 능력이 아닌 것 같다. 물에서도 살 수 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인어의 관점으로 보면 뭍에서 잘 살 수 없다는 이야기일 수 있다. 역시 능력이라 부르긴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힘이 세다? 이건 능력일 수 있다. 하지만 에서 이 능력을 발휘하는 장면은 스페인 바닷가 마을에서의 추격전 정도다. 그것도 코미디로 처리된. 조금씩 드러나고 있는 것이지만 이 인어의 진짜 능력은 ‘기억’과 관..
가 인어를 통해 말하는 기억, 가족, 사랑 “우리 예은이 너무 착해서 엄마 돕겠다고 수학여행도 안 간 애예요. 정말 간단한 수술이라고 했는데 다시 못 깨어날 줄 알았으면... 다 해줄걸. 수학여행도 억지로 보내고 예쁜 옷도 많이 사줄 걸.... 엄마가 못해준 것만 생각나니까. 잠을 잘 수도 밥을 먹을 수도 없다 예은아..” SBS 수목드라마 에서 인어 심청(전지현)은 병원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예은 엄마를 만난다. 그녀는 ‘의료사고의 진실을 요구합니다. 우리 딸이 왜 죽었는지 알려주세요.’라는 피켓을 들고 있었다. 왜 그렇게 슬픈 눈을 하고 있냐고 청이 묻자 예은 엄마는 예은이에 대한 아픈 기억과 살았을 적 해주지 못한 것들에 대한 후회를 털어놓는다. “내 비밀 들어볼래요? 난 사람의 기억을 지울 ..
어른 같은 아이가 전하는 애들 같은 어른 세상 “이 숟가락 무겁다. 무거워서 좋아요. 이모랑 살 때는 즉석밥 많이 먹었거든요. 설거지거리 안 생기게 일회용 숟가락으로. 밥을 거의 다 먹으면 숟가락으로 그릇 바닥을 긁게 되잖아요. 플라스틱 숟가락으로 플라스틱 바닥을 긁게 되면 너무 가벼워서 튕겨나가기도 하고 그냥 기분이 이상해져. 먹은 밥도 날아가 버릴 것 같고.” 이제 열 살짜리 아이 금비(허정은)가 이런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던져 놓는다. 이 아이는 곧 자신이 보육원에 가게 될 것이라는 걸 안다. 애써 아이를 보살피려 노력했지만 부모도 친족도 아닌 강희(박진희)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고작 마지막으로 따뜻한 밥 한 끼를 내주는 것뿐. 밥그릇을 숟가락으로 툭툭 치는 금비는 그 소리가 좋다고 말..
, 왜 하필 저주받은 청춘일까 왜 하필 저주받은 청춘일까. JTBC 은 저주받고 태어나 버림받고 마녀가 되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연희(김새론)의 이야기를 판타지로 그리고 있다. 그녀가 사랑하는 이들은 모두가 죽는다. 따라서 그녀는 저주를 피하기 위해 결계가 처진 공간을 벗어나지 못한 채 살아간다. 바깥세상으로 나가지 못하고 없는 듯 살아가야 하는 존재. 연희라는 마녀는 이 드라마가 기획의도에서도 밝혀놓은 바대로 ‘꿈 없고 살아가기 팍팍한 현 시대의 20대’를 그대로 표징한다. 그런데 어느 날 그 결계를 넘어 또 다른 아픔을 갖고 있는 청춘 허준(윤시윤)이 들어온다. 그는 서자로 태어나 노비 신분인 어머니를 면천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그의 어머니는 결국 이복 형인 적자 허윤(조달환)에 의해 죽음을 ..
에서 떠오르는 헬조선과 탈조선 “장영실은 별에 미친 조선의 노비 놈이다.” 장영실(송일국)은 하늘에 가득한 별들을 바라보며 그렇게 소리친다. 그 자조 섞인 목소리에는 절망감이 가득하다. 조선에서 별을 본다는 것. 아니 조선에서 노비로 태어나 별을 본다는 것은 참으로 허망한 일이다. 그의 사촌인 양반 장희제(이지훈)는 일찍이 이 현실을 장영실에게 뼛속까지 느끼게 해준 바 있다. “노비는 아무 것도 몰라야 한다. 시키는 것만 하면 되는 것이야.” 그것이 ‘별에 미친 조선의 노비 놈’의 운명이다. 하늘에는 귀천이 없다. 별에도 귀천이 있을 리 없다. 그리고 그 움직임은 그저 자연의 법칙일 뿐 그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 별을 바라보는 이들은 거기에 의미를 부여한다. 때론 그 의미는 과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