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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파친코’의 진가는 단역조차 이런 묵직한 대사를 던진다는 것 오사카에서 전도사로 일하는 이삭(노상현)은 아들이 위험한 일에 빠져 있다며 이를 막아달라는 한 어머니의 부탁을 받고 그 아들을 찾아가 만난다. 얼굴에 잔뜩 흙이 묻은 채 이삭과 함께 거리를 걷는 사내는 설득하러온 이삭에게 오히려 “눈을 뜨라”고 일갈한다. “눈을 뜨실 때가 됐어요. 전도사님. 여기 인부들이나 나나 땅굴 들어가서 철로를 깔아요. 인부들 더 빨리 더 많이 먼 곳으로 실어 나르려고. 그래서 우리처럼 뼈 빠지게 부려 먹으려고요. 그렇다고 우리가 대단한 대우를 해달래요? 최소한 길바닥에 똥 싸지르는 짐승이랑은 다른 꼴로 살게 해줘야 할 거 아니에요.” 애플+ 오리지널 시리즈 에 등장하는 이 사내는 단역이다. 이삭이 우연찮게 만나고 지나치..
‘막 나가는 뉴스쇼’, 이건 김구라에게 최적화된 취재가 아닐 수 없다 이건 김구라가 아니면 할 수 없을 것 같다. JTBC 에서 김구라가 맡은 ‘현장 PLAY’ 이야기다. 김구라는 혐한 발언을 이어가고 있는 일본의 망언 3인방, 다케다 쓰네야스, 햐쿠타 나오키, 사쿠라이 요시코를 만나러 일본을 찾아갔다. 정치평론가라는 다케다 쓰네야스는 “식민지 따위는 한 적 없다”고 주장하는 인물. “지금 한국에서 많이 스스로 응모해서 일본에서 일하고 싶다고 오고 있지 않습니까? 아마도 60~70년 지나면 노예로 취급당했다고 말하고 재판 벌일 거예요.” 이렇게 말하는 다케다 쓰네야스는 일본이 일제강점기 때 도로, 철도 같은 것들을 놔 준 것이라는 말도 안 되는 ‘식민지 역사관’을 떠들어대고 있었다. 그는 오락 방송 등에..
‘녹두꽃’은 우금티 참패를 어떤 가치로 끌어안았나 무려 2만 명의 동학군들이 죽었다. 우금티 전투. 일본군들이 가진 화력 앞에 동학군들은 속절없이 쓰러졌다. 전투라 부르기도 애매할 정도로 그건 학살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들은 죽을 걸 뻔히 알면서도 그 총알이 빗발치듯 쏟아지는 고개를 향해 오르고 또 올랐다. 동학농민혁명이 미완의 혁명으로 남게 된 최후의 전투. SBS 금토드라마 이 재연해낸 우금티 전투는 참혹하기 이를 데 없었다. 드라마로 보고 있는 것도 힘겨운 데, 그 전투에서 실제로 스러져간 이름 모를 동학군들의 참혹함은 어땠을까. 죽은 동료들의 사체들을 보면서도 그 속으로 뛰어 들어가는 이들의 마음은? 일본군들에게 붙잡혀 두 손이 뒤로 결박된 채 사살당한 이들은 또 어떤 마음들이었을까. 실제 상황의..
‘선녀들’, 최희서 울린 일본 시민단체 봉선화 그 먹먹함의 실체“1923년 관동대지진 때 일본의 군대와 경찰, 유언비어를 믿은 민중들에 의해 많은 조선인이 살해당했다. 이 역사를 마음에 새기고 희생자들을... 추도하고... 인권의 회복과 양민족의 화해를 염원하며 이 비를 건립한다.” 어느 조용한 주택가에서 찾은 추도비의 문구를 읽어나가던 최희서는 갑자기 울컥하는 마음에 목소리가 떨리더니 결국은 눈물을 흘렸다. 그 눈물에는 많은 의미들이 담겨있을 터였다. 영화 에서 가네코 후미코의 역할을 연기하며 당시 관동대지진 때 벌어졌던 조선인 학살과 이에 항거했던 청년들의 삶 속으로 들어갔던 그였기에 이 자그마한 공간에 마련된 추도비의 의미는 남달랐을 거였다. 게다가 그건 우리가 아닌 ‘봉선화’라 불리는 뜻이 있는 ..
‘알쓸신잡3’가 담은 악의 평범성에서 우리의 모습이 떠올랐다면2차 세계 대전을 일으킨 나치 독일의 이야기지만 어쩐지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는다. 전후 그 때의 잘못된 역사를 반성하고 잊지 않으려는 독일의 노력에서, 그와는 정반대로 반성은커녕 그 역사를 덮으려고만 하는 일본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그것보다 더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건 우리네 개발시대의 잔상들이 이 이야기에서 연상된다는 점이다. tvN 가 독일 프라이부르크에서 나눈 나치 독일과 히틀러 그리고 ‘악의 평범성’에 대한 이야기가 의미심장하게 다가온 이유다. 먼저 인상적으로 다가온 건 프라이부르크 길거리 곳곳에 남겨진 ‘슈톨터스타인’이라는 당시의 아픈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해 만들어진 일종의 ‘걸림돌’이었다. 당시 희생된 유대인들이 마지막으로 살..
'스푸파', 식욕유발자 백종원 특유의 감탄사에 담긴 진정성도쿄의 우에노역 근처 아메요커 시장의 어느 고깃집. 우리에게 ‘야끼니꾸’로 알려진 양념고기를 백종원은 앞뒤로 잘 익혀 밥 위에 얹어 먹는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음식 먹는 법을 이야기한다. 고기의 느끼함을 잡기 위해 밥과 함께 먹어야 한다는 것. 여기에 일본이 고기를 먹기 시작한 건 겨우 150년 정도라며 그 음식에 깔린 역사적 배경이 밑반찬처럼 올라온다. tvN 예능 가 백종원을 통해 보여주는 일본 도쿄의 미식 기행 풍경이다.쓰키지역의 시장에 들어선 백종원의 얼굴은 벌써부터 상기되어 있다. 그는 그 곳을 찾을 때면 가슴이 설렌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단골집이 아직도 그대로 있는가를 걱정하고, 여전히 2대째 영업하는 그 음식점을 발견하고는 ..
‘한끼줍쇼’, 우리에게 김치란 무엇인가우리에게 김치란 어떤 음식일까. 사실 우리나라에서 살면서 김치의 소중함을 느끼는 경우는 거의 없다. 냉장고만 열면 거기 있는 게 김치이고, 식당에 가도 더 달라면 언제나 퍼주는 게 김치니 말이다. 하지만 해외에 나가보면 안다. 우리가 그렇게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대하던 김치가 얼마나 소중한 음식이었던가를.JTBC 예능 프로그램 가 마련한 ‘여름 특집’ 일본편에서 유독 눈에 들어온 것도 그래서 김치다. 요코하마에서 첫 끼니를 함께 한 한인분은 이경규와 강호동에게 김치수제비를 내놓으셨다. 아마도 우리나라에서는 그리 대단하다고는 느끼지 못했을 김치수제비일 수도 있지만, 일본에서 맛보는 그것은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으리라. 고생 끝에 문을 열어준 분의 고마움에 더해져 낯선 ..
‘알쓸신잡’, 삼겹살 하나에도 이런 씁쓸한 역사가...아마도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가 얘기해주지 않았다면 무심코 집어먹고 있는 삼겹살에도 이런 씁쓸한 역사가 담겨 있다는 걸 우리는 잘 몰랐을 지도 모른다. 경주로 간 tvN . 아침에 일어나 베이컨을 굽고 모카커피를 내리면서부터 나온 수다에서 황교익은 베이컨이 우리나라에서 특히 비싼 건 삼겹살이 비싸서라고 밝혔고, 그 이야기는 일본에 수출하기 위해 대량 양돈사업을 했던 시절의 불행한 역사 이야기로 이어졌다. 당시의 양돈사업이 일본 수출을 위해 만들어지면서 돼지의 안심, 등심이 수출되고 나면 남은 부위들을 우리가 소비하면서 삼겹살, 족발, 머릿고기, 내장, 껍데기 같은 것들을 먹게 됐다는 것.김영하는 모카커피로 내린 에스프레소를 함께 나눠 마시며 얼마 전 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