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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화양연화’, 청춘은 유지태와 이보영을 구원할 수 있을까 “찾았다. 윤지수. 내가 더 일찍 찾았어야 됐는데 너무 늦었다.” 눈이 소복소복 쌓이는 기차역. 막차가 끊겨 어디로 가야할지 막막해하는 윤지수(이보영)에게 한재현(유지태)은 그렇게 말했다. 윤지수는 말을 잇지 못하고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애써 눌렀다. 항상 가슴 한 편에 두고 있던 그가 아니었던가. 하지만 너무나 긴 시간이 흘렀고 그들은 그 시간 동안 너무나 다른 길을 걸어왔다. 그래서 윤지수는 도망치듯 역사를 빠져나오지만, 역시 어디로 가야할지 알 수 없다. 그런 그에게 다시 한재현이 다가와 말한다. “기억 나는 거 별로 없는 선배라도 길잡이로는 쓸 만 할 거야.” 소리도 없이 쏟아지는 눈 길 위를 한재현이 앞서 걸아가고 윤지수는 그 시간의 거리..
‘사냥의 시간’, 도망칠 것인가 맞서 싸울 것인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영화 은 정확한 시간적 배경을 드러내지 않는다. 다만 머지않은 미래라는 것이고, 또다시 벌어진 금융위기로 인해 일상이 처절하게 파괴된 상황이라는 걸 황량한 거리를 통해 보여줄 뿐이다. 특정한 시공간을 적지하지 않고 있어서인지 이 영화는 암울한 미래의 청춘들이 겪는 현실을 은유한 가상처럼 여겨지는 면이 있다. 윤성현 감독은 어떻게 그런 공간들을 헌팅하고 축조한 것인지 현재의 공간이면서도 동시에 디스토피아적인 근미래의 공간 같은 그 느낌을 포착해낸다. 분명히 우리가 어디선가 봤던 공간이지만, 영화가 연출하고 편집해낸 영상 속 그 공간은 그 현실과 살짝 뒤틀려 있어 보는 이들을 긴장하게 만든다. 사실상 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지점은 바로 ..
‘유퀴즈’, 이토록 의젓한 20학번 새내기들이라니 tvN 예능 에 나온 이준서는 함안에서 이제 갓 올라온 대학 신입생이었다. 학창시절 수학여행 정도로만 와봤다는 서울살이가 낯설어 보이는 준서는 스무 살 다운 밝은 모습이었다. 고등학교 배치고사에서 전교 124등으로 성적이 수직 하강했다가 1학기 때 전교 20위권에 들고 2학기 때 10위권 그리고 2학년 이후에는 전교 1등을 한 성적표에 유재석이 놀라움을 표했지만 준서는 별거 아니라는 듯 자신의 성격을 이야기했다. 청개구리 스타일이라는 거였다. 공부를 하라고 하면 안 하고 또 주위에서 포기하면 자극 받아서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라는 것. 그래서 처음 성적이 뚝 떨어졌을 때부터 스스로 열심히 했다는 거였다. 학원은 안 다녔냐는 유재석의 질문에도 그저 담담히 학..
당당하고 소신 지키며 자기 삶에 충실한 청춘들의 등장 청춘들이 달라졌다. 드라마에서 청춘들은 주로 두 부류의 캐릭터로 소비되곤 했다. 그 하나는 청춘멜로의 대상. 청춘들의 풋풋한 사랑이야기는 시대가 바뀌어도 변함없이 사랑받는 소재 중 하나다. 다른 하나는 사회 현실의 어려움에 직면한 청춘들이다. 현재의 사회 현실을 담은 드라마들이 청춘들을 등장시킬 때 그들이 실제로 겪곤 하는 취업 현실이나 만만찮은 조직의 적응기가 그것이다. 최근 드라마 속 청춘들의 초상을 보면 현실을 벗어나 사랑이라는 판타지에 빠져 있거나, 혹은 만만찮은 현실과 사투를 벌이던 청춘들과는 사뭇 다른 면모들이 발견된다. 물론 사랑과 현실 이야기가 빠지진 않지만 이걸 대하는 이들의 면면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드라마는 역시 최근 가장..
'이태원' 박서준이 오늘을 사는 청춘들에게 전하는 말 “괜찮아. 옛날에 우리 같은 공방에서 일할 때 내가 했던 말 기억하나? 너는 내가 아는 사람 중에 가장 용감한 사람이야. 누가 뭐래든 가장 용감하고 예쁜 여자야.” 단밤을 나와 장가로 간 장근수(김동희)가 TV 음식 오디션 프로그램인 에서 이기기 위해 단밤의 메인 셰프인 마현이(이주영)가 트랜스젠더라는 걸 폭로하자 쏟아진 차별적 시선에 박새로이(박서준)는 그렇게 위로한다. 에서 우승을 하는 조건으로 부동산 거물이었던 김순례(김미경) 할머니로부터 투자를 받기로 한 단밤으로서는 마현이가 처한 이 상황은 커다른 위기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순간 박새로이가 걱정하는 건 투자가 아니라 사람이다. 전정되면 단밤으로 돌아가자는 말에 마현이는 도망치지 않..
‘김사부2’, 이성경과 안효섭의 성장이 특별히 흐뭇한 건 무엇이 이들을 성장시켰을까. 돌담병원에 오기 전 서우진(안효섭)과 차은재(이성경)는 저마다의 트라우마와 문제들을 안고 있는 인물들이었다. 서우진은 어린 시절 동반자살 시도를 했던 부모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었고 빚에 쫓기는 신세였다. 그래서 갑자기 응급실에 들어온 동반자살 시도 가족에 대한 치료를 하지 않으려 했지만 결국 서우진은 환자를 외면하지 못했다. 그의 트라우마는 환자 앞에 선 의사라는 그 위치가 극복하게 해줬던 것. 차은재는 수술실 울렁증이 있었다. 수술실만 들어가면 압박감에 토하기 일쑤였고 심지어 도망쳐 나오기도 했던 것. 하지만 김사부(한석규)가 처방해준 약을 먹고 차은재는 울렁증을 극복했다. 문제의 근원은 뭐든 엄마가 뜻하는 대로 하고..
‘이태원 클라쓰’, 박서준 지키는 김다미 못하는 게 없다 “넌 나한테 항상 지나치게 빛나.” JTBC 금토드라마 에서 오수아(권나라)는 박새로이(박서준) 앞에 무너졌다. 그는 어떻게든 박새로이를 좋아하는 마음을 숨긴 채 거리를 두려했고 못되게 굴려 했다. 그것이 장가에서 자신이 버틸 수 있는 길이고 나아가 성공할 수 있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오수아 앞에 박새로이는 끄덕도 없었다. “왜 그렇게 힘들어해. 그러지 마. 니가 뭘 하든 난 끄떡없으니까. 넌 네 삶에 최선을 다한 거고 넌 아무 것도 잘못 없어.” 그 말이 자신의 성공과 박새로이에 대한 마음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던 오수아를 무너지게 했다. 하지만 이렇게 절절하고 달달한 멜로로 흘러갈 것 같았던 분위기는 조이서(김다미)의 개입으로 순식간에..
‘이태원 클라쓰’, 복수극이지만 청춘들이 눈에 들어오는 건 “그 친구는 또라이인가 싶으면서 바른생활 사나이였고 3년 간 친구 하나 없었지만 이상하게 외로워보이지는 않았어요.” JTBC 새 금토드라마 는 박새로이(박서준)를 짝사랑하는 한 여학생의 목소리를 빌려 그렇게 설명한다. 또라이처럼 보이지만 바른생활 사나이이고 외톨이처럼 보이지만 외롭지 않다는 그 설명에는 박새로이가 타인의 기준이나 시선 따위에는 휘둘리지 않는 소신 있는 삶을 살아가는 청춘이라는 의미가 담긴다. 그런데 과연 우리가 사는 현실은 이 소신을 지켜줄 수 있을까. 장대희 회장(유재명) 아들이라고 반 친구를 괴롭히고, 선생님조차 그걸 보고도 뭐라 말하지 못하는 상황을 참지 않았던 그 소신으로 인해 박새로이는 전학 간 그 날 퇴학당하고, 공교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