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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시청자 홀리는 ‘연모’, 말 안 되는 데 박은빈, 로운에 빠져든다 KBS 월화드라마 는 이상한 드라마다. 말이 안 되는 걸 뻔히 알면서도, 또 이 남장여자 콘셉트의 드라마가 어떤 꼬인 관계를 보여줄 걸 어느 정도 짐작하면서도 빠져든다. 정지운(로운)이 달밤에 이휘를 찾아와 자신의 진심을 고백하는 장면은, 사실상 정지운의 입장에서 보면 남자인 이휘(박은빈)에게 일종의 커밍아웃을 하는 것이지만 이상하게 가슴을 설레게 만든다. “신하의 마음이 아니었습니다. 충심인 줄 알았으나 연심이었습니다. 연모합니다. 저하. 사내이신 저하를 이 나라의 주군이신 저하를 제가 연모합니다.” 물론 이 대사는 에서 최한결(공유)이 남장여자 고은찬(윤은혜)에게 했던 그 대사를 떠올리게 한다. “ 너 좋아해. 네가 남자건 외계인이건 ..
이윤정 PD 연출의 마법 홍설(김고은)이 혼자 사는 자취집은 좁고 허름하다. 한두 사람이 들어가면 꽉 찰 정도다. 그래서인지 유정(박해진)이 홍설의 집에 처음 들어왔을 때 그 공간은 더 좁아 보인다. 홍설이 작은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따라주는 장면은 그래서 꽤 불편해 보인다. 물론 옷을 갈아입기 위해 아마도 욕실 같은 곳으로 나갔다가 들어오는 장면도 그렇다. 그런데 그 좁고 불편해 보이는 공간은 바로 그렇기 때문에 보는 이들을 더 설레게 한다. 바닥에 매트리스 하나 깔려 있고 앉은뱅이책상이 하나, 옷장이 하나 정도 놓여진 공간이지만 이상하게도 그 좁은 공간이 너저분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지극히 현실적인 가난한 여대생의 자취방의 요소들을 갖추고 있지만, 어찌 보면 꽤 아기자기하고 예쁜 느낌마저 든다. 아마..
동성애 편견 깨준 대중문화 콘텐츠의 힘 5월은 결혼의 달인가. 백지영과 정석원, 한혜진과 기성용, 장윤정과 도경완, 그리고 서태지와 이은성의 깜짝 결혼 소식이 발표된 데 이어, 눈에 띄는 것은 그 대열에 김조광수와 동성연인인 김승환과의 결혼발표 기자 회견이 들어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공식 보도 사진 속에서 당당하게 입맞춤을 하고 있었다. 동성애자들이 공식석상에서 결혼발표를 하고 입맞춤을 하는 사진 한 장의 의미는 크다. 1996년 국내 최초로 만들어진 본격 동성애 영화 을 본 관객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이 영화에서는 남자들의 사랑을 서로 주먹을 입에 대고 입을 맞추는 장면으로 대신했다. 영화 속에서마저도 직접적인 표현을 피하려 했던 것. 하지만 이번 김조광수의 결혼발표는 이제 영화도 아닌 실제 현실..
맛좋은 카푸치노 같은 퓨전드라마, '커피하우스' 커피 특유의 진한 맛에 부드러운 우유, 게다가 달콤함을 더하는 계피가루... 표민수 PD의 새 드라마 '커피하우스'는 그 여러 재료들이 잘 섞여 부드럽고 달콤 쌈싸름하면서도 깊은 맛을 내는 한 잔의 카푸치노를 닮았다. 커피 특유의 향을 내는 정극의 분위기는 톡톡 튀는 계피가루 같은 시트콤과 만났고, 탄탄한 쓴맛을 내재한 드라마는 달콤한 맛의 만화를 곁들였다. 과장됨과 진지함이 넘나드는 연출은 깔끔하고 세련된 영상미 위에 코믹함을 덧붙였다. 티아라 함은정의 연기도전과 강지환의 4차원 연기는 가수와 배우가 벌이는 독특한 앙상블을 선보였다. '커피하우스'는 표민수PD와 '거침없이 하이킥'의 송재정 작가가 만났다는 점만 보더라도 시트콤과 정극을 넘나드는 퓨전의 로..
동성애 콘텐츠, 어떻게 봐야할까 1996년도에 제작된 국내 최초의 본격적인 동성애 영화, '내일로 흐르는 강'에서는 서로를 사랑하는 남자들이 주먹을 입에 대고 입을 맞추는 장면을 대신 묘사한다. 아마도 직접적인 표현, 즉 남자들이 진짜 딥키스를 하는 장면을 피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그것은 단지 영화적으로 연출하기가 힘들어서 그런 식으로 대신 표현한 것이 아니다. 아마도 당시 대중들에게는 그 직설적인 장면연출이 받아들여지기 어려웠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동성애 코드도 아닌 동성애 자체의 문제를 포착한 이 영화는 당시로서는 대단히 파격적인 것이었지만, 이처럼 표현 수위에 있어서는 여전히 보수적이었다. 하지만 2008년 개봉된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를 보면 말 그대로 격세지감을 느낄 수 있다. 이 영화 속..
멜로가 전문직을 끌어안을 때 동경의 대상이 되는 직업군의 남녀들이 삼각 사각으로 엮이던 전통적인 멜로드라마가 시청자들에게 외면 받으면서 등장한 것이 전문직 장르드라마다. 그만큼 직업에 대한 디테일을 요구하기 시작했던 것. '멜로는 이젠 별로'라는 인식이 자리하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파스타'는 그 하나로서 멜로드라마가 거꾸로 전문직의 요소들을 흡수하면서 나타난 새로운 경향이라고 볼 수 있다. 멜로드라마는 그 오랜 전통으로 볼 때, 드라마가 가진 본질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드라마란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이루어지는 극적인 결과이기 때문에 그 속에 사랑과 이별이 빠질 수는 없다. 즉 전통적인 멜로드라마의 추락은 그 본질적인 요소의 추락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시대에 걸맞게 변화하지 못한 점..
‘파스타’가 일과 사랑을 엮는 방식 ‘파스타’와 ‘커피 프린스 1호점’은 여러 모로 닮았다. 먼저 음식점이 배경이라는 점이다. 커피 전문점과 파스타 전문점은 이 드라마들에 묘한 식욕을 돋우는 애피타이저들다. 그 공간에 포진한 꽃미남들과 그 속에 유일하게 서 있는 홍일점 주인공이라는 설정도 그렇다. 여기서 가능해지는 것은 일과 사랑의 공존이다. 일터라는 공간 속의 남과 여. 그것도 여러 명의 남자들과 여자 한 명이라는 설정은 이 여자 주인공의 일과 사랑이 가진 난관을 더 첨예하게 만든다. 남자들과 경쟁해야 하고, 또 그 남자들 중 하나와 사랑해야 한다. 하지만 ‘파스타’와 ‘커피 프린스 1호점’은 다르다. 가장 다른 점은 남자 주인공이다. ‘커피 프린스 1호점’의 한결(공유)이나 한성(이선균)은 모두 한없..
'미남이시네요', '꽃보다 남자'일까, '커피 프린스 1호점'일까 선망의 대상이 되는 멋진 꽃미남들. 여성들이 들어갈 수 없는 그 금남의 공간에 남장여자로 들어가는 여성. 새로운 수목드라마 '미남이시네요'에서 먼저 떠오르는 건 '커피 프린스 1호점'이다. '커피 프린스 1호점'이 왕자님들이 모여 있는 금남의 커피 전문점으로 성별을 숨긴 채 여자 주인공이 들어갔다면, '미남이시네요'에서는 여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남성 아이들 그룹 속으로 역시 남장여자인 주인공이 들어간다. 여 주인공인 고미남(박신혜)이 본래 수녀였다는 점은 이 아이들 그룹이라는 금남의 공간에서 앞으로 벌어질 우정과 애정을 넘나드는 로맨스를 더욱 강력하게 만든다. '미남이시네요'라는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이 드라마는 이른바 '꽃미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