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따라>, 우리네 가요계 현실과 판타지의 조화
SBS 새 수목드라마 <딴따라>는 그 인물들의 관계 구조만 보면 영화 <비긴 어게인>이 떠오른다. 물론 미국의 상황과 우리가 같을 수는 없다. 그래서 그 정서적인 느낌이나 드라마가 가져올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이야기들도 완전히 다른 건 사실이다. 하지만 최고로 잘 나가던 매니저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그 밑바닥에서 가능성 있는 가수의 목소리를 듣고는 마치 구원을 받은 듯한 표정을 짓는 장면은 <비긴 어게인>에서 프로듀서 댄이 절망적인 상황에서 그레타의 노래로 구원받는 장면과 그리 다르지 않다.
'딴따라(사진출처:SBS)'
사실 이건 음악이라는 소재가 동일하기 때문에 생겨나는 유사성일 수 있다. 즉 음악이란 실로 기적 같은 것이어서 진정 절망의 벼랑 끝에 선 이들을 다시 구원할 수도 있는 마력을 발휘한다. 그것이 미국이든 우리나라든 상관없이. <딴따라>라는 드라마에 대한 기대감 역시 바로 이 음악이 만들어내는 기적 같은 순간들에서 나온다는 점에서 그 유사성들은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중요한 건 그 이야기가 그려내는 현실들이 우리 것이어야 공감대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일 게다.
그런 점에서 보면 <딴따라>는 첫 회에 꽤 많은 우리네 가요계의 문제들을 들춰냈다. 신석호(지성)라는 매니저의 뒤를 따라가 보면 연예 매니지먼트 사업과 파파라치 매체의 비즈니스가 슬쩍 드러나기도 하도, 아이돌 그룹의 자작곡의 이면에서 눈물 흘리는 실제 원작곡자들과 기획사 사이의 은밀한 거래가 보이기도 하며, 또 음원 차트 1위를 기록하기 위해 이른바 ‘공장’이 동원되어 ‘음원사재기’가 횡행하는 우리네 가요계의 어두운 면들이 폭로되기도 한다.
여기에 방송사와 기획사의 관계, 나아가 기획사 내부에서도 오너와 매니저들의 관계까지 비교적 자세하게 가요계의 네트워크들이 <딴따라>에는 잘 그려져 있다. 이러한 현실적인 밑그림들은 이 드라마가 궁극적으로 그리려는 ‘기적 같은 음악의 순간들’과 잘 대비되어 드라마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최고의 위치에 있다가 하루아침에 밑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매니저들의 이야기는 가요계 나아가 연예계에 넘치고 넘친다. 물론 그들이 다시 부활하는 기적 같은 이야기들도.
하지만 <비긴 어게인>에서도 이미 시스템화 되어 있는 팝 시장에서 댄이 상업적일 것 같지 않은 보석 같은 그레타의 목소리를 찾아내 상업적인 성공까지 거두게 되는 판타지를 통해 천편일률적인 팝 음악 산업의 대안 같은 걸 보여줬듯이, <딴따라> 역시 거대 기획사와 아이돌로 대변되는 우리네 가요계 시장의 어떤 대안들을 보여줄 것인가가 관건이다. 하늘(강민혁)은 그 원석이 되어줄 것이고, 신석호와 그린(혜리)은 그 원석이 빛날 수 있게 기존 가요계의 흐름과는 다른 새로운 그림을 그려줄 것이다.
결국 신석호의 추락을 통해 보여진 우리네 가요계의 부조리한 현실들을 하나하나 깨치고 나가는 과정들이 <딴따라>의 판타지이며 성공 스토리가 된다는 점이다. 물론 이런 이야기들은 이미 그 많은 가요계의 대안으로 제시됐던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많이들 들고 나왔던 것들이긴 하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이 대안으로 제시되는 스토리와 거기 얹어진 음악들이 시너지를 이루며 대중들을 매료시켰던 형식이다.
<딴따라>는 이 오디션 프로그램이 했던 방식을 드라마타이즈하고 있다. 음악은 그래서 이 드라마에 스토리만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인물들의 이야기와 성장은 어쩌면 이 드라마가 제시하는 음악들을 통해 감동적으로 전해질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딴따라>는 겨우 원석인 하늘과 밑바닥으로 내려온 신석호가 노래를 통해 만나는 지점에 서 있다. 그들이 함께 현실과 판타지를 뒤섞어 그려갈 가요계의 대안들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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