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케이투>에서 조성하의 여러 얼굴이 차지하는 것
tvN 금토드라마 <더 케이투>에서 조성하는 도대체 몇 개의 얼굴을 연기하고 있는 걸까. 첫 등장에 여성 편력이 심한 정치인의 모습으로 등장했을 때만 해도 이 장세준(조성하)라는 인물이 그저 그런 권력욕에 눈이 먼 전형적인 정치인 캐릭터가 아닐까 선입견을 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인물은 그 속내를 까면 깔수록 또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더 케이투(사진출처:tvN)'
아내인 최유진(송윤아)이 테러를 당하고 병원에 입원하자 병문안을 온 그는 전형적인 쇼윈도 부부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냥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최유진이 그의 옷매무새를 흩트리며 이 정도는 되야 아내 걱정한 남편의 모습이 드러난다고 할 때는 어딘지 이 장세준이란 인물이 아내에게 휘둘리는 꼭두각시 같은 캐릭터가 아닐까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문밖을 나서 기자들 앞에 선 그가 아내를 들먹이며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는 모습은 놀라울 정도로 정치 쇼를 잘 해내는 정치인의 얼굴을 보여줬다.
그가 ‘청춘콘서트’를 하는 도중 마치 젊은 괴한들에게 계란 세례를 받는 것처럼 정치 쇼를 하는 장면이나, 그렇게 단상에서 내려와 출연자 대기실에서 비린내 나는 옷을 벗어던지며 기다리고 있던 여자를 욕실로 부르는 모습에서는 마치 진심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인물처럼 보이지만, 그런 그를 김제하(지창욱)가 자신의 딸인 안나(윤아)에게 데려가려 하자 그는 애써 숨겨온 진심을 드러낸다. 자신이 안나를 만나지 않는 건 그것이 그녀를 위험하게 하기 때문이라는 것. 결국 그가 최고 권력을 향해 폭주하는 것 역시 그래야 그 아이를 지킬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장세준이 안나를 만나는 장면은 그래서 조성하의 다양한 얼굴들이 교차하는 연기의 백미를 보여줬다. 그는 자신을 CCTV로 감시하고 있을 아내를 의식하며 자신의 딸이 딸기 알러지가 있는 것도 모르는 척 하는 무심함을 드러내면서도, 동시에 지켜주고 싶어도 지켜주지 못하는 딸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연기에 담아냈다. 엄마의 죽음에 대한 의혹을 자꾸만 들춰내는 딸 앞에서 “그건 어른들의 세계”라고 말하며 애써 덮으려는 모습에서는 그녀의 생존을 위해 아픈 말들을 해야만 하는 아빠의 진심 같은 것이 묻어났다.
<더 케이투>라는 드라마가 독특한 건 특정한 절대 악을 그리기보다는 저 마다의 입장에 처한 인물들의 서로 다른 관점의 부딪침을 담아낸다는 점이다. 물론 악이라고 볼 수도 있는 건 장세준이 말했듯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다. 처음에는 그저 욕망하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어느 순간 멈출 수 없어 어떤 선을 넘어버리는 어떤 것. 하지만 그 욕망이 만들어내는 탈선을 차치하고 들여다보면 장세준도 최유진도 저마다 그들이 힘겨워도 버텨내려는 이유가 드러난다.
조성하의 여러 가지 얼굴을 보여주는 연기가 <더 케이투>라는 작품에서 중요한 건 그래서다. 그는 여러 입장들을 동시에 끌어안고 있다. 정치인으로서의 권력을 향한 욕망의 얼굴이 있지만, 동시에 딸을 지켜야 한다는 부성애의 얼굴도 있다. 여성 편력이 심한 비뚤어진 얼굴이 있지만 거기에는 동시에 아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그를 쥐고 흔드는 최유진에 대한 반발심 같은 것들도 어른거린다.
정치적으로 뒤얽혀 있어 생겨난 안나의 비극이 바로 이 장세준이라는 인물과 무관하지 않고, 그 더러운 정치판에서 미묘하게 얽혀 있는 아내 최유진과의 갈등이 있어 <더 케이투>라는 드라마의 스토리는 힘을 얻는다. 결국 주인공인 김제하가 두 사람의 갈등 사이에서 안나를 보호하는 이야기는 결국 이 장세준이란 문제적 인간이 있어 가능해지는 일이다. 이 결코 쉽지 않은 여러 얼굴을 연기하는 조성하라는 배우가 주목되는 건 그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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