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바마', 저렇게 울다간 김태희 진짜 죽겠어요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20. 4. 2. 11:11728x90
‘하바마’ 김태희의 눈물의 씻김굿, 그 위로와 위안
“계속 날 보고 있었어.” 차유리(김태희)는 딸 서우(서우진)가 자신을 계속 보고 있었다는 사실에 눈물을 흘렸다. 그건 서우가 자신의 존재를 알고 기억한다는 사실에 대한 고마움도 있지만, 자신을 보는 줄도 모르게 계속 옆에 있어서 귀신을 보게 된 딸에 대한 자책감도 있었다. 차유리는 서우에게 “그런 줄도 모르고 계속 옆에 있어서 미안. 우리 서우 너무 무서웠겠다”라 말하며 울었다.
tvN 토일드라마 <하이바이 마마>에서 차유리는 이제 등장할 때마다 눈물을 흘린다. 흘릴 수밖에 없다. 귀신으로 5년 간 가족들의 주변을 맴 돌았던 그였으니 다시 만난 엄마 앞에서 어찌 울지 않을 수 있을까. 49일 후 다시 돌아가겠다 마음먹은 그는 애써 엄마와 가족을 만나지 않으려 피했지만 결국 만나게 된 자리에서 오열했다.
물론 49일 간 유예된 삶이지만, 5년 간 귀신으로 살아오며 가족들의 슬픔을 봐온 차유리의 소회가 없을 수 없다. 장례식장에서 통곡했던 아버지와 표정 자체를 잃어버린 남편 강화(이규형), 그 누구보다 괴로워했던 절친 언니 고현정(신동미)... 그들을 다시 만났을 때 복받쳤던 감정을 터져버릴 수밖에 없었다.
그 누구보다 가족을 사랑하고 그래서 서우 옆에서 더 오래도록 있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그럴 수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는 걸 알고 있어 차유리는 운다. 자신이 없던 사이 서우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 엄마가 됐고 그 엄마는 자신이 아닌 오민정(고보결)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차유리는 서우에게 자신의 빈자리를 살뜰하게 채워준 오민정이 너무나 고마워 눈물이 난다. 그러니 그 자리를 빼앗는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차유리의 처지를 아는 강화의 마음도 메어진다. 딸이 뻔히 보고 싶을 걸 알면서도 엄마라는 걸 밝히지 못하고 뒤에서 발만 종종대고 눈물만 훔치는 차유리가 그는 못내 안쓰럽다. 그래서 괜스레 거짓 핑계를 대면서까지 서우를 차유리와 처가댁에 맡긴다. 강화는 아내 오민정에게 죄를 짓는 것만 같아 미안하고 차유리에게도 다가갈 수 없어 안타깝다.
하지만 차유리가 사실 귀신이었고 지난 5년 간 그의 옆에 있었다는 걸 알고는 차유리에게 달려간다. “죽 내 옆에 있었어. 그거를 그거를 다 봤어? 그거를...어떻게 봤어?” 차유리가 자신과 오민정을 만나 사랑하게 되고 다시 결혼하게 되는 그 과정을 계속 봐왔다는 걸 안 강화는 오열한다. 그런 강화 앞에서 차유리도 울 수밖에 없다.
<하이바이 마마>는 죽은 자와 산 자의 경계를 허물어뜨리는 판타지 설정을 가져옴으로써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드라마가 되었다. 산 자 옆을 잊지 못하고 맴돌며 그가 잘 되기만을 기원하는 망자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이 그렇다. 차유리는 그 눈물의 중심에 설 수밖에 없다. 망자가 되어서야 산 자들의 눈물 앞에서 그들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이었는가를 깨달으며 눈물 흘리고, 소중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돌아와서도 다가갈 수 없는 그 처지에 눈물 흘린다.
아마도 망자를 겪은 분들이라면 이 드라마를 보며 그 절절한 마음이 더더욱 클 수밖에 없을 게다. 하지만 저렇게 울다가 진짜 죽을 것 같은 김태희의 눈물이 망자들을 위한 씻김굿 같은 느낌을 준다는 건 이 드라마가 가진 미덕이 아닐까 싶다. 삶과 죽음으로 갈라져 눈물 흘리는 유족을 저 세상으로 떠난 망자가 꼭 안아주는 그런 장면만으로도 충분한 위로와 위안이 느껴져서다.(사진:tvN)
'옛글들 > 드라마 곱씹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날씨가' 은빛눈썹 서강준에게도 따뜻한 봄이 찾아온다는 건 (0) 2020.04.02 이혼해도 괜찮아.. '한번 다녀왔습니다'가 제시한 색다른 풍경 (0) 2020.04.02 적나라한 민낯 드러낸 '부부의 세계', 시청률 폭등할 수밖에 (0) 2020.04.02 '부부의 세계' 섬세한 김희애, 이번에도 그의 선택은 옳았다 (0) 2020.04.02 '슬의생', 낭만닥터만큼 매력적인 조정석·정경호의 슬기로움 (0) 2020.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