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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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왜 눈물 나지? 아이들 목소리로 내놓은 우직한 진심

D.H.Jung 2024. 6. 24.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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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고’, 조폭이 소재인데 뭐 이리 착한 드라마가 다 있나

조폭인 내가 고등학생이 되었습니다

“진짜 어른은 애들을 불행하지 않게 도와주는 게 어른이다.” 웨이브, 티빙, 왓챠에서 공개된 ‘조폭인 내가 고등학생이 되었습니다(이하 조폭고)’에서 송이헌(윤찬영)은 홍재민(주윤찬)에게 그런 말을 한다. 고등학생의 모습이지만 그건 어른의 말투다. 바로 이 지점은 의외의 울림을 준다. 사실 고등학생 송이헌의 몸에 조폭인 어른 김득팔(이서진)의 영혼이 빙의되었다는 설정에서 나오는 광경이지만, 그건 마치 아이들의 모습으로 뒤틀어진 어른들 세상을 꼬집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 상황이 울림을 주는 건, 정작 학교폭력의 피해자이면서도 가해자로 내몰리게 된 송이헌이 그 가해자였던 홍재민을 어른처럼 챙겨주는 상황 때문이다. 김득팔의 영혼이 빙의된 송이헌은 그 어른의 시선으로 그토록 비뚤어진 삶을 살게 된 홍재민을 이해하게 된다. 부모가 모두 부재해 밥 한 끼도 제대로 챙겨먹지 못하는 상황에서 살아가는 홍재민이 더 이상 엇나가지 않게 붙잡아주려 한다. 끝내 홍재민을 가해자로 지목하지 않는 이유를 송이헌은 이렇게 말한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잖냐. 근데 난 니가 변할 수 있을 것 같거든. 그러니까 보여줘라. 달라지는 거.”

 

송이헌이 해주는 따뜻한 위로와 그가 챙겨주는 따뜻한 밥 한 끼는 홍재민의 마음을 움직인다. 자신이 그간 무슨 짓을 저질렀는가를 드디어 깨닫게 되고 한없이 후회의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결국 자신의 가해 사실을 스스로 밝힌 후 죄에 대한 처벌을 자청한다. 그래야 앞으로 제대로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며. 

 

이제 8회로 마무리된 ‘조폭고’를 되돌아보면 애초 조폭과 학교폭력 같은 소재로 하고 있다는 사실이 만들어낸 선입견이 모두 깨지는 느낌이다. 어딘가 뻔할 것 같고 어딘가 자극적인 고구마와 사이다만을 오가는 드라마일 것처럼 여겨졌지만, 실상은 너무나 착한 드라마였다. 고등학생에 빙의된 조폭이라는 설정을 가져와, 아이들의 목소리로 어른들의 세상과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기 때문이다. 

 

끝까지 아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친구들마저 편견어린 시선으로 배척하던 최세경(봉재현)의 아버지는 저 송이헌이 말하는 것처럼 ‘어른답지 못한 어른’의 표상처럼 그려졌다. 하지만 그런 아버지 앞에서도 최세경은 오히려 더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아버진 절 버릴 지 몰라도 전 아버지 안버려요. 어디 내놔도 창피하지 않고 떳떳하고 바른 그런 어른이 될 테니 지켜봐 주세요.”

 

물론 시원시원한 사이다 액션이 들어 있는데다, BL의 느낌마저 주는 최세경과 송이헌 그리고 홍재민의 우정과 송이헌을 두고 벌이는 여자친구들의 풋풋한 연애, 김득팔을 영원한 형님으로 모시며 잊지 못하는 동수(원태민), 종철(고동옥)과의 끈끈한 의리, 또 우울증에 알코올중독까지 빠지게 된 엄마를 회복시키는 이야기까지 ‘조폭고’가 가진 재미요소들은 다채로웠다. 

 

하지만 이러한 재미요소들보다 더 마음을 잡아 끈 건 고등학생 아이의 몸에 들어온 어른의 영혼이 그 몸을 빌어 하나하나 풀어나가는 올바르고 착한 선택들이 주는 울림이었다. 학원액션물이 가진 시원한 펀치만큼, 가슴에 던져지는 묵직한 진심의 강펀치가 더 강력한 울림을 줬달까. 8부작으로 마무리 되었지만, 빙의물이 갖는 의외의 울림이 여실히 느껴진 작품이다. 물론 판타지든 액션이든 그 외적인 화려함보다 우직한 진심이 밑그림으로 깔려 있어서 가능해진 결과지만, 시즌2 혹은 스핀오프가 기대되는 작품이다. (사진:티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