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들/영화로 세상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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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는 나쁜 이미지와 전쟁 중?옛글들/영화로 세상보기 2006. 8. 23. 12:35
홍상수의 속 이미지의 문제 해변이 주는 이미지는 발랄하다. 그래서일까. 홍상수 감독의 신작, ‘해변의 여인’이란 제목은 우리에게 어떤 이미지를 강요한다. 여름, 바닷가, 사랑과 낭만과 로맨스의 연인들 등등. 그러나 영화가 시작하고 단 몇 분만 지나면 알게될 것이다. 그 제목이 주는 이미지들은 사실 우리들의 해변에 대한 잡다한 기억들이 만든 편견이라는 것을. 홍상수 감독의 역설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다. 흔히 극장 안은 환상의 세계고 극장 밖이 현실의 세계라고 생각하지만, 그의 영화 속에서는 그것이 역전되기 때문이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홍상수 감독이 의도적으로 영화를 통해 우리가 현실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일상적인 이미지들을 배반하는 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여름? 아직까지 황사가 날리는 봄이다. 바닷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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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분 토론 그후, ‘괴물’이 보여준 진짜 괴물옛글들/영화로 세상보기 2006. 8. 18. 12:44
김기덕 vs 괴물 우리나라 사람들은 숫자에 약하다. ‘1000만’ 관객을 ‘단 21일만’에 돌파한 괴물의 괴력에 혀를 내두르며 너도나도 ‘괴물 보자’고 달려가는 지금의 현상은 숫자에 경도된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그것은 괴물을 향해 달려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숫자라는 괴물에게 쫓기는 형국이다. 괴물을 보지 않으면 수준 낮은 사람이 될 것 같은 두려움. 어딜 가도 화제가 되는 그 이야기에서 소외될 것 같은 두려움. 결과적으로는 주류에 편입되지 못하고 비주류가 될 것 같은 두려움이 그 기저에는 존재한다. 그 두려움은 일반관객들만의 것이 아니다. 전문가 집단이라고 하는 기자들이나 평론가들에게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영화가 개봉하기 이전부터 날아온 ‘영화제에서의 호평’이라는 외신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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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만 관객 시대에 고함옛글들/영화로 세상보기 2006. 8. 17. 12:33
내 청춘에게 고함흔히 ‘마이너리티’라고 하면 숫적으로 적은 집단이라고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마이너리티는 양적인 개념이 아니다. 그건 영화계만 봐도 극명히 드러난다. 실제로 영화계 전체를 거의 지배하다시피 하는 ‘메이저’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개봉 21일만에 1천만 관객을 돌파한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전국을 강타한다고 해도 그건 단 한 편의 영화일 뿐이다. 빛의 이면, 즉 그림자 속에는 원하든 원치 않든 마이너리티가 되어버린 수많은 영화들이 있다.인생에 메이저와 마이너가 있다면 ‘청춘’은 어디에 속할까. 사회적 규범과 이해관계 속에 잘 적응되어 그 주류사회에 편입한 노회가 메이저라면, 청춘은 단연 모든 것이 미숙하고, 그래서 좌충우돌할 수밖에 없는 마이너가 될 것이다. 게다가 메이저 사회는 이들 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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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옛글들/영화로 세상보기 2006. 7. 29. 12:21
괴물이 재난영화처럼 보이는 이유개봉 전부터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그 영화가 베일을 벗었다. 괴물의 모습이 궁금한 것은 당연지사. 고질라 만큼 거대하지도 않고, 에일리언처럼 작지도 않은 그저 아담한 크기의 괴물은 무엇이든 삼켜버릴 수 있는 거대한 입과, 손처럼 자유롭게 움직이는 꼬리 그리고 뒤뚱뒤뚱 걸어갈 때나 사용될 법한 다리가 위협적일 뿐이다. 심지어 축축하게 젖은 눈과 조그마한 공간에 벽을 보고 웅크리고 앉아 있는 모습은 슬퍼 보이기까지 한다. 물론 이것은 객관적으로 봤을 때 얘기다. 영화 속으로 빨려 들어가면 그 모습은 관객들을 공포와 경악으로 몰고 가는 영락없는 괴물의 모습으로 돌변한다.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긴장 속에 스크린을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영화가 끝나고 나면 괴물의 정체에 대해 다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