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미디어 (9)
주간 정덕현
‘좋아하면 울리는’, 우리가 ‘좋아요’ 시대를 살아간다는 것 천계영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은, 좋아하는 사람이 반경 10미터 안에 들어오면 알람이 울리는 이른바 ‘좋알람’이라는 어플이 개발되면서 생기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시즌1에 해당하는 8부작 중 5부까지 학교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김조조(김소현), 이혜영(정가람), 황선오(송강) 같은 풋풋한 청춘들의 달달하면서도 아프고 가슴시린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어 이 드라마가 ‘청춘 멜로’라는 분명한 색깔을 드러낸다. 하지만 우리네 드라마에서 청춘 멜로라고 하면 어딘가 얕고 낮게 보는 경향이 있다. 폄하까지는 아니지만 소품 정도로 여기는 면이 있는 것. 하지만 은 그런 선입견을 기분 좋게 깨주는 청춘멜로다. 그것은 ‘좋알람’..
뉴스의 존재가치, 의혹에 대한 정당한 질문 사실 뉴스는 요즘 같은 미디어 환경에서는 더 이상 과거 같은 위치를 갖기는 힘들다. 인터넷과 모바일이라는 새로운 미디어가 뉴스의 속보성을 거의 가져가는 상황이고, 방송 기자들조차 시민들이 현장에서 모바일로 즉시 찍어 올리는 그 자료들에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TV에서 뉴스의 무게감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뉴스 자체가 가치 없다는 것이 아니라, 달라지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뉴스 역시 어떤 변화를 추구하지 못했다는 반증에 불과하다. 최근 최순실씨 관련 단독 보도를 연일 쏟아내며 그 어떤 방송 콘텐츠보다 화제의 중심에 오른 JTBC뉴스는 그런 점에서 보면 이 시대에 뉴스의 새로운 존재가치를 증명하는 사례가 아닐 수 없..
, 납치극의 모성애보다 강한 다른 미끼들 SBS 수목드라마 는 본격 장르물이다. 이 드라마를 소개하는 문구를 보면 ‘국내 최고 여배우가 납치된 아들을 찾기 위해 생방송 리얼리티 쇼에서 범인의 요구에 따라 미션을 수행하는 고군분투기를 담은 리얼리티 스릴러 장르의 드라마’라고 되어 있다. 이 드라마에는 그 흔한 멜로의 기미조차 잘 보이지 않는다. 정혜인(김아중)은 남편 송정호(박해준)와는 거의 남남이나 마찬가지 관계를 보여주고 있고, 함께 방송을 해야 하는 신동욱 PD(엄태웅)와는 그 비정한 성격 때문에 남녀로 얽힐 가능성은 전혀 없어 보인다. 아들을 찾기 위해 함께 고군분투할 형사 차승인(지현우)도 마찬가지다. 그는 그 어떤 것들에도 휘둘리지 않고 오로지 범인을 추적하고 납치된 이들을 구하는 것이 우선인 ..
, 납치극보다 중요한 리얼리티쇼의 양상들 잘 나가던 여배우 정혜인(김아중)의 은퇴 선언. 그리고 곧바로 이어진 여배우 아들의 유괴와 유괴범의 요구. 그 요구 사항이 라이브 방송을 하고 그 속에서 미션을 수행하며 20% 이상의 시청률을 달성하는 것이란 점은 SBS 수목극 가 어떤 드라마인가를 명확히 보여준다. 물론 첫 회에 아이가 유괴되는 그 상황이 워낙 충격적이기 때문에 그토록 많이 시도되었던 유괴된 아이를 구하기 위한 추격전이 아닐까 선입견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라이브 방송’이다. 아이를 구출해내기 위해 그녀는 신동욱 PD(엄태웅)를 찾아가 말한다. “웃으라면 웃고 벗으라면 벗고 당신이 시키는 거 다 할께.” 물론 아이를 구하기 위해 절박한 엄마의 의지를 드러내는 말이지만..
, 우리가 몰랐던 천일염의 실체 “예전에 저는 천일염을 저나트륨 소금이고 미네랄이 많고 자연의 조건에 맞춰진 소금이라고 썼습니다. 그 때 제 글을 읽었던 분들한테 저는 죄송하다고 말씀을 드릴게요.” 에 출연한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은 공개적으로 사과의 말을 전했다. 과거 자신이 썼던 천일염에 대한 글이 사실과 달랐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셈이다. 그런데 황교익은 왜 모두가 좋다고 믿고 있던 천일염의 문제들을 조목조목 들고 나온 것일까. 천일염. 우리가 너무나 많이 신문지상을 통해 봐왔던 이 소금에 대한 이미지는 너무나 신화적이다. 하늘과 땅 그리고 바다. 이 자연의 합작품이 천일염이라는 식의 보도들은 천일염에 막연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마치 자연이 스스로 만들어낸 ‘선물’처럼 여겨지게 한다는 것. 여..
리얼리티쇼의 시대➀ 달라지는 TV와 감각 분할 화면 속에서 출연자들은 저마다 각기 다른 쇼를 보여준다. 김구라가 허구연을 게스트로 불러 야구를 소재로 한 구라를 늘어놓는 와중에 옆방에서는 AOA의 초아가 지민과 함께 섹시한 동작의 춤을 추며 노래를 한다. 마성의 백주부가 된 백종원이 고급진(?) 레시피로 시청자들을 끌어 모으고 있을 때 다른 한편에서는 이런 방송이 서툰 예정화 코치가 혼자 할 수 있는 몸만들기 노하우를 보여준다. 따라해 보라는 예정화 코치의 말과는 상반되게 시청자들은 그의 몸매에 더 관심이 많다. 하지만 그렇게 본말이 전도된 관전 포인트는 이 에서는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다. 다른 예능에서는 온갖 성대모사 개인기로 펄펄 날던 강균성이 이 방송에서는 별로 힘을 쓰지 못하자 갑자기 소품을 부..
히틀러와 라디오로 한 판 붙은 말더듬이 왕, '킹스 스피치' 말더듬이가 연설을 했다. 만일 이런 스토리라면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 말더듬이가 한 국가의 왕이라면? 흥미를 느낄만하지만 그다지 확 끌만한 매력적인 스토리라고 말하기는 그렇다. 하지만 그 말더듬이 왕이 전쟁을 맞아 라디오로 대국민 연설을 해야 한다면? 이만큼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없을 듯하다. 말이 가진 힘이 라디오라는 매체를 통해 증폭되기 때문이다. 이미 많은 히틀러를 다룬 저술들이 말해주듯이 라디오는 나치즘을 말해주는 가장 대표적인 매체다. 만일 라디오가 없었다면 히틀러의 나치즘도 없었을 것이라 말해질 정도로. 라디오는 전형적인 일방향적인 매체다. 한쪽에서만 말을 한다. 그것은 당연히 듣는 다수를 상정한다. 한쪽이 입이..
'심야의 FM'은 어떻게 수애의 껍질을 깼나 연기자의 자질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뭘까. 연기력? 외모? 글쎄. 그럴 수도 있겠지만 많은 이들이 목소리를 꼽는다. 신뢰성 있는 목소리는 연기와 외모에 어떤 아우라를 갖게 해준다. 수애는 그런 배우다. 그녀의 착 가라앉은 안정된 목소리는 믿음을 주며 심지어 대단히 분위기 있는 여성의 아우라를 덧씌워준다. 그런 목소리로 커다란 눈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히면 웬만한 사내들은 그걸로 넉다운이다. 수애는 목소리를 타고난 여배우다. 그런 그녀는 왜 자신의 소리를 부정하는 영화를 찍었을까. '심야의 FM'을 말하는 것이다. 이 영화는 스릴러를 장르로 삼고 있지만 소리로 시작해 소리로 끝나는 소리에 관한 영화다. 수애는 '심야의 FM'을 두 시간 동안 진행하는 DJ다. 이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