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깊은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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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여! '뿌리'를 배워라옛글들/네모난 세상 2012. 1. 9. 09:00
사극에서 당대의 현실과 정치가 투영되는 건, 대중들의 요구다. 대중들은 사극을 통해 현실에 부재한 정치적 비전을 발견하고 싶어 한다. 사극이 가진 역사의 재해석은 그래서 마치 '온고지신'처럼 현재의 정치를 일갈하기도 한다. '선덕여왕'에서 덕만(이요원)이 삼한통일에 앞서 그토록 찾으려 했던 '시대정신', '추노'가 보여줬던 역사의 한 줄 아래 수없이 스러져간 수많은 민초들의 고단한 삶이 의미했던 것, '공주의 남자'가 그려낸 혁명을 위해 역사와 대적하는 상상력의 힘 등은 그것을 바라보는 현대인들의 마음 한 구석을 자극한다. '추노'의 천성일 작가가 밝힌, "어떤 시대를 쓰는지 보다 어떤 시대에 쓰는지가 중요하다"는 말은 사극이 과거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현재를 그리고 있다는 것을 잘 말해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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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규 신하균, 대상이 시사하는 것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2. 1. 2. 10:52
드라마 연기의 새 차원 보여준 한석규 신하균 만일 한석규와 신하균이 없었다면? '뿌리 깊은 나무'와 '브레인'은 반쪽 자리 드라마가 됐을 것이다. 그만큼 이 두 사람의 연기는 드라마의 차원을 달리하게 만들었다. 한석규는 짧은 순간에도 계속 해서 변화하는 감정의 선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연기해 세종 이도라는 역사책 속의 박제된 인물을 우리 눈앞에 생생하게 살아있는 인물로 되살려냈다. 신하균은 인간의 내면을 꿰뚫는 깊이 있는 연기로 선악의 차원을 뛰어넘는 욕망과 좌절의 이강훈이란 캐릭터를 창출했다. 사실 TV를 통해, 그 중에서도 드라마를 통해 얼굴을 보기가 어려운 이 두 사람이 2011년 마지막 날, SBS와 KBS에서 각각 연기대상을 받은 것은 드라마계에 상당한 의미를 던져준다. 물론 영화인들이 드라마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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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SBS드라마 왜 유독 강했을까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1. 12. 30. 09:05
'시크릿 가든', '싸인', '뿌리'까지, SBS드라마 선전 이유 올해 지상파 3사의 드라마 성적표를 보면 단연 SBS의 선전이 돋보인다. 과거 '드라마공화국'이라 불렸던 MBC가 특별히 주목할 만한 드라마를 내놓지 못했고 심지어 '짝패'나 '계백' 같은 대형사극에서도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올해 MBC드라마에서 가장 주목받을만한 작품은 사극의 현대판 해석으로 화제를 모았던 '로열패밀리'와 독고진이라는 신드롬을 낳았던 '최고의 사랑' 정도가 될 것이다. KBS 역시 올 한 해 '공주의 남자'와 '브레인' 정도를 빼놓고는 그다지 주목받는 드라마를 선보이지 못했다. 결국 KBS 드라마는 올해도 고정 시청층을 갖고 가는 일일드라마와 주말가족드라마, '광개토태왕' 같은 전통적인 시청자를 겨냥한 사극에 의해 채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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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지랄'로 풀어낸 소통의 사극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1. 12. 24. 09:21
소통에 더 갈급한 세상, '뿌리'의 선택 "지랄하고 자빠졌네." '뿌리 깊은 나무'에서 '지랄'이라는 대사는 극 전개에 있어서 대단히 중요한 화두다. 어린 세종 이도(송중기)가 죽은 아버지 앞에 오열하며 "지랄하지 말라고 그래!"하고 소리칠 때, 그 '지랄'은 이도의 뒤통수를 때렸다. 복잡한 말 장난 같은 이념과 철학의 대결구도 속에서 고뇌하고 힘들어할 때, 이 어린 백성의 한 마디 '지랄'은 오히려 이도에게 속 시원함을 안겨주었을 것이다. 뭐가 그리 복잡한가. 저리 힘들어하는 백성이 있는데. '지랄'. '마구 어수선하게 떠들거나 함부로 분별없이 하는 행동을 속되게 이르는 말'을 뜻한다. 하지만 이 사극의 대사 속에서 사용되는 '지랄'은 이런 사전적 의미보다는 그럴 듯한 논리가 아닌 직관적으로 사태를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