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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양세종, 수지 마음 훔친 다정함과 무해함의 인간화(‘이두나’) “무서웠겠어요. 혼자서. 누나, 겁내도 되요. 다치는 것보단 낫잖아요. 다치지 말라고요. 누구한테든. 사랑받는 게 업이었던 사람이잖아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와 함성 속에서 반짝반짝 빛났지만, 어느 날 갑자기 노래가 나오지 않아 도망치듯 무대를 떠난 이두나(수지). 혼자 사는 집에 누군가 자신을 훔쳐보고 있다는 걸 알아차린 그는 사실 그게 두렵지만 마치 그런 일은 흔한 일이라는 듯 익숙한 척 한다. 하지만 그 치한을 붙잡아 다시는 그런 짓을 못하게 해준 원준(양세종)은 두나의 마음을 알고 있다는 듯 그렇게 말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에서 이 대사는 두나가 원준에게 마음을 열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 한 밤 중 잠에서 깨 홀로 맥주..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안나’가 담은 리플리 증후군의 변주 유미(수지)는 맨발로 23층까지 비상계단을 걸어 오른다. 처음에는 하이힐을 신고 올랐다. 하지만 하이힐을 신고 23층을 오르는 건 힘든 일이다. 결국 하이힐을 벗었고 맨발로 계단을 오르고 또 올랐다. 럭셔리한 최고급 아파트에서 그가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굳이 비상계단을 걸어 오르게 된 건 그 곳 엘리베이터에서 우연히 만난 현주(정은채) 때문이다. 과거 마레 컬렉션에서 일할 때 그는 현주의 개인 수행비서나 다름없었다. 현주는 자신은 도저히 오를 수 없는 어떤 세계에 사는 사람이었고 자신은 그들이 주는 갖은 모욕과 수모 속에서도 고개를 조아리며 “죄송하다” 말해야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사람이었다. 꾹꾹 눌러 참고 또 참던 유미는 결국 폭발했고, 현..
‘안나’, 수지의 천연덕스런 거짓 연기가 좋다 “항상 그랬어요. 난 마음먹은 건 다 해요.”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시리즈 는 유미(수지)의 다소 역설적인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그 목소리는 차분하고 단호하다. 이 내레이션이 역설적이라는 건 바로 이어지는 차량 사고(혹은 사건)으로 드러난다. 거대한 기둥을 받아버린 차가 위태롭게 연기를 뿜어대고 힘겹게 열린 문에서 유미가 피를 흘린 채 내린다. 유미는 스카프를 풀어 백에 얹고 불을 붙여 차량 안으로 집어던진 채 걸어간다. 그러면서 내레이션이 이어진다. “사람은 혼자 보는 일기장에도 거짓말을 씁니다.” 이 첫 시퀀스는 앞으로 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것인가를 말해준다. 항상 마음먹은 건 다 한다는 유미의 말은 그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현실에 놓여 있었고, 그..
'배가본드', 이승기의 액션만으로도 꽉 찬 한 시간 이미 시작 전부터 화제가 됐던 SBS 금토드라마 는 그 기대감만큼 불안감도 컸던 게 사실이다. 여러 차례 국내 드라마들이 이른바 ‘액션 블록버스터’를 시도했지만 대부분이 실패했던 전적들이 있어서다. , , , , 그리고 비교적 최근작인 까지. 이들 이른바 화려한 액션과 볼거리를 내세웠던 블록버스터 드라마들은 엄청난 제작비를 투입하고도 그만한 결과를 가져가지 못했다. 그러니 250억이 투입된 액션 블록버스터 에 대한 우려가 생길 밖에. 하지만 첫 회만 보면 는 꽤 성공적인 액션 블록버스터가 될 거라는 예감이다. 일단 먼저 눈에 띄는 게 주인공 차달건 역할을 연기하는 이승기의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 연기다. 액션 스턴트맨 출신이라는 캐릭터의 옷을 입은 이승..
상상 그 이상, ‘당잠사’의 반 발짝 앞선 예측 깨기그저 조금 특별한 예지몽 이야기일 줄 알았다.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이야기는 점입가경이다. 갈수록 변수들이 계속 생겨나고 그래서 어디로 튈지 알 수 없어지며 당연히 이야기는 더 흥미진진해졌다. SBS 수목드라마 는 반 발짝 앞선 예측을 깨는 방식으로 상상 그 이상의 전개를 보여주고 있다. 시작은 홍주(배수지)의 예지몽. 꿈꾼 것이 모두 현실이 되는 걸 알게 된 홍주는 꿈속에서 피를 흘리며 재찬(이종석)과 마주한다. 그런데 여기서 이야기는 재찬 역시 예지몽을 꾸는 전개로 곧바로 이어지며 두 사람만의 특별한 인연을 만들어낸다. 재찬의 예지몽에 등장한 홍주가 유범(이상엽)이 대신 몰다가 벌어진 차사고로 크게 다치고, 혼수상태인 홍주가 차사고로 우탁(정해인)..
이종석과 수지, ‘당잠사’가 깨운 연기자의 매력역시 배우는 작가를 잘 만나야 제 매력을 발휘하게 되는 걸까. 박혜련 작가의 새 수목드라마 SBS 에서 첫 회부터 이종석과 수지의 존재감이 돋보였다. 사실 이 두 배우는 모두 박혜련 작가와 인연이 깊다. 수지는 로 박혜련 작가와 인연을 맺었고, 이종석은 , 로 박혜련 작가의 페르소나가 되었다. 는 판타지와 현실을 엮어내는 박혜련 작가의 필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에서는 타인의 마음을 읽는 능력을 가진 소년이 주인공이었고, 에서는 마치 사진을 찍듯 모든 걸 기억해내는 소년과 거짓말을 하면 딸국질을 하는 소녀가 주인공이었다. 이번 는 예지몽을 꾸는 남녀가 주인공이다. 첫 회에 는 꿈꾼 대로 현실이 되어버리는 홍주(배수지)와 그녀가 일어날 일을 꿈꾸게 된 재찬(이..
준비되지 않은 연기돌에게 유리한 위치란 없다 연기하는 아이돌, 이른바 ‘연기돌’들은 연기에 있어서 훨씬 더 냉정한 평가를 받기 마련이다. 당연한 것이 배우를 지망하는 신인 연기자들이 오랜 시간을 거쳐 차근차근 밟아도 오르기 어려운 자리에 아이돌로서의 인지도가 높다는 이유로 떡하니 캐스팅 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대중들은 훨씬 더 까다로운 잣대를 갖고 이들의 연기를 들여다보게 된다. 그래도 작년부터 연기돌에 대한 평가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tvN 에서 혜리가 덕선이 역할로 괜찮은 평가를 받았고, SBS 에서 민아 역시 그리 큰 이물감을 주지 않는 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특히 tvN 의 나나는 지금껏 예능에서 가졌던 비호감적인 요소마저 김단이라는 컬크러시 캐릭터를 통해 한 방에 일소해버..
달라지고 있는 드라마 트렌드, 로맨틱하거나 발칙하거나 KBS 가 종영했다. 이 드라마는 100% 사전 제작에 김우빈, 수지 주연, 스타작가인 이경희 작가가 참여하는 것으로 KBS 측도 최고의 기대작이라는 말을 아끼지 않던 작품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그리 좋지 못했다. 100% 사전 제작은 오히려 작품을 중도에서라도 수정할 수 없는 한계로 드러났고, 김우빈과 수지라는 최고의 캐스팅은 그럼에도 안 좋은 결과라는 부담으로 다가왔다. 무엇보다 너무 옛날 드라마 같은 설정들과 코드들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물론 가 완성도가 떨어지거나 주제의식이 약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염치없는 세상에 대한 젊은 청춘들의 한판 대결구도가 이경희 작가 특유의 절절한 멜로로 연결됐다는 건 작품의 완결성으로는 나쁘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