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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프리즌’이 그리고 있는 우리 시대의 아픈 우화(본문 중 영화 내용의 누설이 있습니다. 영화를 관람하실 분들은 참고 바랍니다.) 영화 은 감옥이라는 이제는 하나의 장르가 되어도 될 법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 그런데 이 영화가 그리는 감옥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런 장르물에서 봐왔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사회와 격리시킨 공간으로서의 감옥은 범법자들이 들락날락할 수 없는 공간이어야 하지만 은 그렇지 않다. 어찌된 일인지 이 곳의 죄수들은 필요하면 감옥을 빠져나와 범죄를 저지른다. 그리고 스스로 다시 감옥으로 돌아간다. 그러니 법을 집행하는 형사들의 입장에서는 혼선이 생길 수밖에 없다. 감옥은 범법자를 가두는 곳이 아니라 그들에게 일종의 알리바이를 선사하는 곳이 되기 때문이다. 이 이처럼 감옥을 새롭게 해석할 ..
, 과잉도 설득 시킨 이철민의 연기 조폭이 아니라 아버지였다? SBS 에서 윤서정(서현진) 목에 낫을 들이대고 수술실에 난입한 사내(이철민)는 김사부(한석규)가 수술을 강행하려고 하자 그 수술대 위에 누워 있는 자가 자신의 아내와 딸을 범한 ‘강간범’이라고 말했다. 죽어 마땅한 범죄자와 반드시 살려야 하는 응급환자 사이, 김사부는 짐짓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 역시 마음의 동요를 느꼈다. 사내의 이야기가 너무나 처절했기 때문이다. “내가 한 푼이라도 더 벌어보겠다고 늦게까지 택배 돌리는 사이에 우리 와이프랑 딸애가 있는 집안에 들어와서는... 그 때 우리 와이프는 둘째를 임신 중이었고 내 딸은 내 딸은 겨우 11살이었는데 저 새끼가... 근데 저 새끼 형량이 얼만 줄 알아? 겨우 3년이야 초..
동시 종영하는 수목극들, 이들이 준 위로 이 허전함을 어떻게 메울까. 지상파 수목드라마 3편이 동시에 종영한다. SBS , KBS 그리고 MBC 다. 시청률은 엎치락뒤치락했지만 오랜만에 지상파 3사의 수목드라마가 어느 한쪽으로 완전히 기울어지지 않고 고르게 인기와 화제를 모았던 작품들이다. 색깔은 조금씩 달랐지만 이들 세 드라마는 저마다 각각의 독특한 화법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 패자와 소수의 관점을 담은 SBS 은 코미디와 짠내의 절묘한 결합을 보여준 로맨틱 코미디였다. 질투의 관점으로 풀어낸 사랑이야기는 지금껏 우리가 삼자구도의 멜로드라마에서 봤던 그 상투적인 문법을 깨고 ‘패자의 관점’을 새롭게 보여줬다. 절친인 고정원(고경표)과 사랑하는 여자 표나리(공효진)의 사랑을 지켜봐야 하는 ..
, 거대병원과 돌담병원의 대결구도가 말하는 것 “복수하려면 저들보다 나은 사람이 되라.” SBS 월화드라마 에서 돈 없고 빽 없어 아버지의 죽음을 맞게 된 어린 강동주(윤찬영)에게 다가와 남긴 김사부(한석규)의 그 말 한 마디에는 많은 것이 담겨 있다. 결국 이 드라마는 한 편의 ‘복수극’이라는 것. 하지만 그 ‘복수극’이 여타의 복수극들과는 사뭇 다르리라는 것. 이 예감을 보다 확실하게 만드는 건 이 드라마가 그려내고 있는 거대병원과 돌담병원이라는 대결구도다. 어찌된 일인지 거대병원에서 예사롭지 않은 실력을 가진 외과의였던 김사부는 산 속에 위치해 환자들이 전혀 찾아올 것 같지 않은 돌담병원의 외과과장으로 지내고 있다. 그리고 프로포즈를 받는 날 난 사고로 남자가 죽고 상심한 윤서정(서현진)이 등산을 ..
어른들 마음까지 사로잡은 애니메이션 사실 라는 제목은 너무나 소소해 보인다. 동물원을 뜻하는 주(zoo)와 유토피아(Utopia)가 합쳐진 이 제목에 동물이 주인공이라는 사실은 이 애니메이션이 유치할 것 같은 뉘앙스를 풍긴다. 그런데 아이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슬슬 퍼지더니 아이들 손에 억지로 이끌려 영화관까지 온 어른들까지 이 애니메이션에 마음을 빼앗긴다. 는 육식동물과 초식동물이 함께 공존해 살아가는 주토피아란 공간에서 최초의 토끼 경찰 주디 홉스와 미워할 수 없는 사기꾼 여우 닉 와일드가 육식동물 연쇄실종사건을 수사하는 이야기다. 이야기는 뻔해 보이지만 사실 그렇지는 않다. 어찌 보면 는 그간 아이들용 콘텐츠에서는 잘 다뤄지기 힘든 추리와 범죄 스릴러 장르를 동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과감하게 풀어낸 면..
10주년에 는 왜 무인도를 택했을까 은 왜 10주년을 기념해 무인도로 들어갔을까. 물론 이 아이템은 팬들의 요청에 의한 것이었다. 가장 다시 보고 싶은 특집으로 ‘무인도 특집’이 꼽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10주년을 기념해 무인도로 들어간 이번 특집은 여러 모로 의미심장했다. 그것은 의 의지를 되새기는 시간이면서 동시에 팬들 역시 똑같은 걸 원하고 있었다는 걸 확인한 시간이었다. 잘 차려입은 정장차림은 아마도 현재 멤버들의 위상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이리라. 시절 쫄쫄이를 입고 황소와 줄다리기를 하거나, 포크레인과 삽질 대결을 벌였던 그들은 그렇게 10년이 지나 이제 정장차림이 제법 잘 어울리는 성공한 예능인이 되어 있다. 그들은 더 이상 ‘대한민국 평균 이하’라 부르기 어려울 정도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
'1박2일' 폭포특집, 한 편의 우화 같았던 이유 "5천원 더 갖고 가" 엄태웅은 대표로 제주행 비행기를 타는 이승기에게 5천원을 건네고는 식사라도 하라며 남긴 만 원마저 건네려 한다. "아니요. 만 원은 식사하세요. 사람이 밥은 먹고 살아야죠." 극구 거부하는 이승기에게 이제 은지원은 간절한 자신들의 소원을 새삼 되새긴다. "우리 소원알지?" 그러자 이승기는 날 믿으라며 반드시 소원을 이루겠다고 말한다. 은지원은 거기에 대고 "돈 팍팍 쓰면서 아이스크림 같은 거 사먹으면서" 꼭 일등을 하라고 보챈다. 서로를 꼭 껴안고 떠나는 이승기의 바지주머니에 엄태웅은 슬그머니 만원이 든 꼬깃꼬깃한 봉투를 넣는다. 그리고 출국장을 떠난 이승기에게 전화를 걸어 말한다. "오른쪽 바지 주머니 거기에 만원 넣었다." 이 ..
‘무한도전’ 봉우리 우화가 환기시키는 것들 이것은 하나의 우화다. 높이 90미터의 스키점프대 꼭대기에 깃발이 하나 꽂혀 있고, ‘무한도전’ 멤버들 전원은 그 경사를 올라가야 된다. 지금껏 ‘무한도전’이 제시했던 미션들과 비교해보면 지극히 단순하다. 하지만 이 단순한 미션의 과정이 보여주는 장면들은 너무나 감동적이다. 왜? 그 과정이 자꾸만 다른 현실들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우리가 ‘무한도전’의 이 단순한 미션과정을 보며 느낀 감동의 실체는 바로 여기에 있다. 오르는 길은 하나지만 그 길을 오르는 이들은 천차만별이다. 다리 부상으로 미션에 참가하지 못한 정형돈은 말 그대로 ‘성대투혼’의 응원을 벌여주고, 유재석은 그 특유의 체력과 순발력으로 제일 먼저 정상에 오른다. 하하와 노홍철이 가까스로 정상에 오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