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일상 (55)
주간 정덕현
‘벌새’, 이 작은 영화가 세계를 쏜 까닭 벌새는 현존하는 새 중 가장 작은 새들로 가장 작은 건 몸길이가 5cm에 몸무게는 2.8g에 불과하다고 한다. 가만히 보면 마치 헬리콥터처럼 정지해 서 있는 것처럼도 보이지만, 사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것이 가능한 건 엄청난 속도의 날갯짓 때문이다. 빠른 벌새는 초당 55회의 날갯짓을 하기도 한다고 한다. 영화 에는 벌새가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제목을 단 건 아무래도 여기 등장하는 14살 중학생 은희(박지후)라는 인물과 그 인물을 들여다보는 카메라가 마치 벌새와 그 벌새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시선을 닮아 있기 때문일 게다. 아주 작은 존재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끊임없이 날갯짓을 하며 세계와 대결하고 자신을 성장시켜 나가는 그런 위대한 존재. 가 ..
‘유퀴즈’, 보통사람들이 원하는 건 그저 평범한 일상인데 “해방되던 날은 동네사람들이 다 나와서 춤추고 그랬어요..” 어느덧 1주년이 된 tvN 예능 이 신당동에서 만난 오갑수 할머니는 그렇게 말했다. 연세가 무려 90세였지만 정정한 모습에 귀엽기까지 한 미소를 던지며 “수박이라도 갖고 올까?” 할 정도로 따뜻함이 묻어나는 어르신. 같이 앉아 있는 장남 69세 임공혁씨는 아내에게 미안하다며 “결혼하고 지금까지 40년 동안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다”고 했다. 정작 시어머니는 방값을 마련해 분가하라 했지만 며느리가 같이 산다 했다고 한다. 연세가 많은 어르신들이지만 부모 자식 그리고 며느리 사이에도 끈끈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유재석의 질문이 이어졌지만 할머니는 자식 자랑하기에 바빴다. 특히 미국 사는 둘째 ..
‘봄밤’, 특별한 일도 없었는데 이토록 애틋해진 건 “왜 피하는데요. 우리가 뭘했는데. 지호씨하고 내가 뭐라도 했냐고.” MBC 수목드라마 에서 이정인(한지민)은 유지호(정해인)에게 그렇게 말한다. 연락도 없이 무작정 이정인이 일하는 도서관에 왔던 유지호는 마침 그 곳에 그의 남자친구인 권기석(김준한)이 나타나자 도망치듯 자리를 피했다. 그러자 이정인이 유지호에게 전화를 걸어 그렇게 되물었다. 그런데 이 질문은 새삼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기는 했는가를 생각하게 한다. 이정인의 말대로 그들은 우연히 약국에서 지갑을 안 가져와 돈도 지불하지 않고 숙취해소약을 먹은 게 인연이 되어 알게 됐고, 마침 권기석의 후배인 유지호가 그와 농구경기를 하는 걸 이정인이 보러오면서 함께 술자리를 하게 됐다. 그러면서 두 ..
'나 혼자 산다'가 만드는 독특한 관계망, 그 끈끈함일주일 내내 전현무와 한혜진의 결별 이야기와 MBC 예능 동시 잠정하차 이야기가 끊이질 않는다. 하지만 성인 남녀가 만나 사귈 수도 있고, 또 헤어질 수도 있는 일에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이렇게 계속 회자되고 있는 건 어딘가 좀 과한 느낌이다. 물론 의 주축이었던 두 사람의 하차가 이 프로그램에 영향을 미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심각한 수준의 파장을 일으킬 것 같지는 않다. 윤균상이 게스트로 출연했던 방영분은 향후 잠정적으로 전현무와 한혜진이 하차한다고 해도 이 프로그램이 끄떡없을 거라는 걸 보여주는 것만 같다. 에서 홍길동 역할로 선 굵은 카리스마를 보여줬던 윤균상. 하지만 일상에서는 전혀 다른 고양이들의 윤집사가 그의 진짜 모습이었다..
‘남자친구’의 따뜻한 해피엔딩, 모두가 제 자리로“나만 모르는 내 마음을 봤어요. 진혁씨랑 같이 있던 시간들.. 다 웃고 있어. 내가 그렇게 행복하게 웃는 줄 몰랐어.” 눈 내리는 날 오래된 놀이터에서 진혁(박보검)을 다시 만난 수현(송혜교)은 그렇게 말했다. 진혁이 필름카메라로 찍었던 수현의 일상들. 까르르 웃던 순간들. 수현은 그 사진을 보고 드디어 알았다. 그것이 자신의 진짜 모습이라는 걸. 늘 무표정하게 속마음을 숨긴 채 아무렇지 않은 듯 버텼고, 타인이 아프기보다는 자신이 참는 쪽을 선택해 살아왔지만 그건 진짜 자신이 아니었다. 수현은 어쩌면 진혁을 통해 진짜 자신을 마주하는 것이 두려웠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진혁에게 이별을 통보했지만, 그는 사랑을 선택했다. “당신은 이별을 해요. 난 사랑을 ..
‘남자친구’ 송혜교·박보검 연애담 속 긴장감이 유지된다는 건서점에서 저 멀리 자신의 남자친구 김진혁(박보검)을 바라보는 차수현(송혜교)은 그가 보내는 미소에 미소로 화답한다. 하지만 한참을 쳐다보는 그의 눈에는 마치 샘물이 솟아나듯 조금씩 눈물이 차오른다.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한 눈물. 차수현은 헤어지려 마음먹는다. tvN 수목드라마 의 이 한 장면은 그리 대단한 극적 이야기를 담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차수현의 눈에 조금씩 차오르는 눈물이 먹먹하게 느껴진다. 거기에는 말로는 다 담아내기 어려운 이 비극적인 여인의 아픈 삶의 정체가 담겨져 있어서다. 차수현에게 김진혁의 어머니가 찾아와 눈물로 “미안하다”며 “헤어져 주세요”라고 간곡히 요청할 때 차수현의 눈에 차오르던 눈물은 그 말에 대한 서운함보다 자신..
멜로 틀 뒤집기, ‘남자친구’ 박보검과 송혜교 역할이 바뀌었다는 건처음 입사한 회사에서 첫 회식을 하고 술에 취해 버스정류장에 앉아 있는 진혁(박보검)을 야근을 하고 늦게 퇴근하다 보게 된 대표 차수현(송혜교)이 보고는 차를 돌린다. 그냥 지나치려다 멈춰서 경적을 울리자 깜짝 놀라 깨어난 진혁이 술에 취해 꼬인 혀로 대표를 반가워한다. 대표는 차에 진혁을 태워 데려다주는데, 술 취한 진혁은 혼자 가는데 졸릴 것 같다고 주머니에서 안주로 가져왔던 오징어를 꺼내 굳이 대표의 입에 물려주고 차에서 내린다. 혼자 차를 몰고 가던 대표는 입에 오징어를 문 채 미소를 짓는다.평범한 시퀀스지만 tvN 수목드라마 의 이 장면은 익숙한 듯 낯설다. 익숙한 건 우리가 그토록 멜로드라마에서 많이 봐왔던 신데렐라, 캔디와 실..
그래서 ‘남자친구’가 박보검과 송혜교의 멜로로 말하려는 건캐스팅만으로 드라마가 이만한 화제가 됐다는 건 박보검과 송혜교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큰가를 잘 말해준다. tvN 수목드라마 는 첫 방송으로 8.7% 시청률(닐슨 코리아)을 기록하며 역대 tvN 수목극 첫 회 최고 기록을 만들었다. 실제로 의 첫 회 방송은 온전히 쿠바의 이국적인 풍광과 그 속에서 돋보이는 송혜교와 박보검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시선을 잡아끌었다. 워낙 햇볕이 좋고 색감이 좋은 쿠바의 말레콘 비치에서 바라보는 석양 속에, 나란히 앉아 있는 송혜교와 박보검의 모습은 한 장의 화보처럼 보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비주얼 뒤에는 이들이 엮어갈 이야기가 어떤 것인가를 예감케 하는 포석들이 존재했다. 차수현(송혜교)이 재벌가 자제와 결혼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