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들/영화로 세상보기
-
영화로 풀어보는 2006년 문화계① 영화계옛글들/영화로 세상보기 2006. 12. 31. 11:33
스크린쿼터, ‘흡혈형사 나도열’ 그리고 ‘괴물’ 올초 영화계를 뒤흔들었던 사건은 뭐니뭐니해도 스크린쿼터 축소. 그 일촉즉발의 긴장감 속에 미국산 수퍼 히어로들이 극장가를 공격했다. 그 장본인은 ‘미션 임파서블3’, ‘다빈치 코드’, ‘엑스맨3’, ‘수퍼맨 리턴즈’다. 그 틈바구니에 우리네 왜소한 히어로, ‘흡혈형사 나도열’이 끼어 있었다. 이 상징적인 장면은 저 박민규의 소설, ‘지구영웅전설’에서 수퍼히어로들 사이에서 ‘시다바리’ 역이라도 하며 히어로를 꿈꾸는 우리네 주인공을 보는 것 같아 마음 아팠다. 그것은 또한 스크린쿼터 축소에 즈음하여 저 덩치 큰 헐리우드 영화 틈바구니에서 가냘프게 서 있는 우리 영화를 보는 것만 같았다. 열 받아야 변신하는 나도열처럼 ‘흡혈형사 나도열’은 열 받아야 비로소 변신..
-
연기자, 망가질수록 아름다운 이유옛글들/영화로 세상보기 2006. 12. 27. 08:53
최근 연기력을 두고 논란이 되는 연예인들이 있다. 이들에 대한 비판은 배역과 연기가 따로 노는 데서 비롯한다. 관객 혹은 시청자 입장에서는 도무지 감정이입이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런 비판받는 연예인들을 우리는 굳이 연기자라 부르기가 꺼려진다. 진정한 연기자라면 자신을 과감히 훌훌 털어 버리고 배역에 자신을 완전히 몰입시킬 수 있어야 한다. 연기자들이 배역 때문에 수없이 망가지면서도 그것으로 인해 오히려 아름답고 박수 받을 수 있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올 한 해도 망가진 만큼 아름다웠던 많은 연기자들이 있었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끼, 류덕환 ‘웰컴 투 동막골’에서 동구 역으로 그 가능성을 보여준 류덕환은 ‘천하장사 마돈나’에서 역시 동구 역으로 확고한 연기자로서 자리매김했다. 이 나이(1987년..
-
‘중천’, 매트릭스급 CG, 은행나무침대식 이야기옛글들/영화로 세상보기 2006. 12. 22. 15:04
상상력이 제작기술 못 미친 '중천'유감 ‘매트릭스’ 약 6백50억 원, ‘반지의 제왕’ 편당 약 1천10억 원. 제작비 규모로 보면 100억 원을 들인 ‘중천’은 영화 ‘매트릭스’에서 키아누 리브스가 가져간 개런티(1편만 약 92억 원)에 불과한 소품이다. 하지만 그 CG만 떼어놓고 보면 결코 소품이라 할 수 없는 놀라운 장면들이 마구 쏟아져 나온다. 이게 진짜 100% 순수 국내 기술력으로 완성된 영화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이 영화는 설정부터 가상공간이다. 하늘과 땅 사이, 삶과 죽음 사이에 놓여진 ‘중천’이라는 중간계가 배경인 것이다. 그러니 거의 대부분을 CG에 의존하면서 만들어야 하는 상황. 미국 같은 경우에 이미 CG를 활용한 작품들이 일상화될 정도로 예술성과 상업성을 두루 갖추고 있..
-
개콘 같은 통쾌함, ‘올미다’옛글들/영화로 세상보기 2006. 12. 20. 18:29
아무 기대 없이 영화관을 찾았던 분들이라면 이 ‘개그콘서트 같은 영화’에 푹 빠져서 배꼽 빠지게 웃다가 눈물을 흘릴 지도 모른다. TV시트콤으로 봤던 사람이라면 영화 속에서 좀더 자유로운 상상을 즐길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거대 블록버스터의 숫자놀음에 질렸던 관객이라면 이 조촐한 잔치에서 풍성한 대접을 받은 기분을 느낄 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크리스마스에 옆구리나 주머니가 허전한 사람이라면 단돈 몇 천 원으로 큰 위안을 받을 지도 모른다. 소박하지만 풍성함을 주는 영화, ‘올드미스다이어리(이하 올미다)’다. 솔로종합선물세트가족이 주는 개콘식 웃음 영화는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나는 최미자(예지원 분)의 꿈으로 시작한다. 꿈속에서 뭔들 못할까마는 그녀는 꿈속에서조차 비행기가 추락하고 벼락을 맞는다. 하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