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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라디오스타'의 멤버들은 서로 한 마디라도 더 하기 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심지어 남의 말허리를 자르고 들어와 자기 얘기를 하거나, 상대방의 얘기를 재미없다며 면박을 줘 말 꺼내기가 무색하게 만들어버리죠. '무릎팍 도사'의 강호동은 소리를 버럭버럭 질러가며 게스트의 혼을 빼고, 어리둥절한 틈을 건방진 도사 유세윤이 차고 들어와 연실 깐죽대면서 자기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토크를 끌어갑니다. 리얼 바람을 타고온 강호동의 입 이것은 작년 리얼 바람을 타고 온 토크쇼의 새로운 경향이죠. 토크쇼가 가진 홍보적 성향에 식상한 시청자들은 게스트가 하고픈 얘기를 하는 걸 보는 것보다는 시청자들이 듣고싶은 걸 얘기해주는 토크쇼를 바라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토크쇼에서 MC는 그냥 듣는 귀로만 앉아있어서는 안되었죠. 게스트가..
쇼가 게스트에 전전할 때 '박중훈쇼'에 소녀시대가 출연한다고 합니다. 어쩌다 이처럼 기대감을 갖게 만드는 게스트와 기대감이 전무한 쇼 프로그램이 만나게 되었을까요. '박중훈쇼'의 이같은 사정은 첫 회에서부터 시작된 것입니다. TV쇼에서 좀체 보기 힘들다는, 장동건, 정우성, 김태희, 안성기, 주진모, 차태현, 최양락, 김혜수 같은 쟁쟁한 게스트들을 모셔놓고도 이렇다할 존재감을 보이지 않았죠. 만약 이들이 '황금어장'이나 '해피투게더' 같은 프로그램에 나왔다면 어땠을까요. 아마도 상황은 달라졌을 것입니다. 이것은 '박중훈쇼'라는 토크쇼가 가진 화법이 작금의 달라진 토크쇼들의 화법을 따라오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 같습니다. '박중훈쇼'는 여전히 게스트를 홍보하려는 태도를 견지하면서 그것을 '예의'라고 말..
김구라의 시대 저물고, 최양락의 시대 오다 김구라로 대변되는 독설의 토크쇼가 점점 저물어가고 있다. 이 변화의 진원지는 토크쇼의 주 시청층으로 자리한 중년 시청층의 달라진 기호에서 비롯된다. 젊은 세대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예능 프로그램을 중년들이 애청하기 시작하면서, 토크쇼들은 그들의 존재를 의식하기 시작했다. ‘세바퀴’가 만든 줌마테이너와 아저씨돌의 공간은 정확하게 그 중년들을 TV 앞에 끌어 모았고, 토크쇼들은 일제히 이미 기억에서 사라져버렸다 생각되었던 옛 스타들을 게스트로 끌어들였다. 옛 스타들의 경륜이 묻어나는 진솔함은 굳이 독설 같은 직설어법을 불필요한 것으로 인식되게 만들었고, 귀환한 그들은 그 자체로 살아있는 복고가 되었다. 이제는 최양락으로 대변되는 향수의 토크쇼가 서서히 떠오르고 있..
‘무릎팍 도사’, 그 새로운 화법 지난 10월29일 밤 11시. MBC ‘황금어장’의 ‘무릎팍 도사’에서는 시청자들이 지금까지 토크쇼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장면들이 연출되고 있었다. 천하장사에서 개그맨으로 전향해 최고의 위치에 올라 있는 강호동의 앞에는 황석영이라는 우리 시대의 대문호이자 현대사의 산증인이 앉아 있었던 것. 강호동과 황석영, 이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조합은 보는 이에게 심지어 불편한 마음까지 들게 만들었다. 하지만 쇼가 진행되고 몇 분도 채 지나지 않아 그 불편함이 그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들은 너무나 죽이 잘 맞았고, 격의가 없었다. 황석영은 이 프로그램에서 심지어 이런 이야기까지 해주었다. “작가는 시정배라고 생각을 해요. 시정 사람들 속에 있는 거야, 같이...
실종된 기획의도, 연예인 신변잡기로 가는 ‘명랑히어로’ ‘명랑히어로’가 처음 방송을 탔을 때, 그것은 토크쇼의 놀라운 진화로 받아들여졌다. 그것은 그저 웃고 떠들고 즐기는 연예인들만의 이야기로 채워지거나 출연자들의 홍보수단으로 활용되던 토크쇼를 넘어서 사회 시사문제를 예능 프로그램 속으로 과감히 끌어들였기 때문이다. 시사문제라면 늘 심각하고 무언가 특정한 사람들만이 거론해야될 것으로 오인되었던 것을 ‘명랑히어로’는 가볍게 씹어줌으로써 그것이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들의 이야기라는 것을 웃고 떠들면서 체화시켰다. ‘명랑히어로’의 형식변화, 진화일까 퇴화일까 하지만 무슨 일인지 이 재미와 의미까지 가질 수 있었던 훌륭한 형식은 오래 가지 못했다. 어느 순간 포맷은 가상장례식을 표방한 ‘두 번 살다’로 ..
‘무릎팍 도사’를 보면 2009 토크쇼가 보인다 올 예능을 단적으로 정리하자면 그 한 축이 리얼 버라이어티쇼이고 다른 한 축은 토크쇼라고 할 수 있다. 그 중 토크쇼에 있어서 올해 가장 두드러지는 것을 고른다면 단연 ‘무릎팍 도사’가 꼽히지 않을까. 그것은 ‘무릎팍 도사’가 얻은 시청률 성적표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기존 토크쇼의 한계를 벗어나고자 때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걸어온 ‘무릎팍 도사’의 실험적인 행보가 전체 토크쇼에 일으킨 영향력을 말하는 것이다. 올 한 해 ‘무릎팍 도사’는 우리네 토크쇼에 어떤 실험을 했고 그것은 내년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탈신비주의, 탈권위주의 바람 ‘무릎팍 도사’의 핵심적인 특징은 배틀 구조의 화법으로 진행되는 토크의 진검 승부라는 점이다. 마치 탐문하듯이 상대방이 ..
‘무릎팍 도사’의 영역을 넘어선 섭외, 토크쇼의 새 방향 토크쇼는 연예인이 나와야 재미있다? 연예인이 나와야 재미있지만 그들의 홍보를 들어줘야 한다? 따라서 홍보를 하되 그것이 드러나지 않도록 숨겨야 한다? 적어도 ‘무릎팍 도사’가 깨려고 했던 것은 바로 이 토크쇼의 불문율처럼 자리잡고 있던 공식들이었다. 초창기 ‘무릎팍 도사’는 이 공식들을 보기 좋게 깨면서 주목받는 토크쇼로 자리하게 되었다. 논란연예인들을 앉혀놓고 대충 덮어주는 것이 아니라 정면에서 그 논란을 끄집어내 조목조목 짚어내는 형식은 연예인 홍보 프로그램으로 전락한 당대 토크쇼에 식상한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어 잡았다. 하지만 어디 논란 연예인들이 그렇게 많은가. 섭외에서 한계를 느낀 제작진들은 차츰 그저 신비주의 전략을 수정하려는 연예인들을..
‘무릎팍 도사’와 ‘라디오스타’의 생존법 대화를 통해 재미를 이끌어내는 토크쇼는 시대에 따라 그 형태를 달리해왔다. 그것은 시대마다 토크의 방식 또한 변화했기 때문이다. 일방향적 미디어 시대에 주조를 이룬 것은 ‘주병진쇼’, ‘자니윤쇼’같은 1인 토크쇼였다. 하지만 쌍방향 미디어 시대에 1인 토크쇼는 시대착오가 되었다. 일방적인 토크가 갖는 홍보성향이 문제가 되었다. 어디서나 토론이 일어나고 중심 없는 지방방송(?)이 대화의 주류가 된 지금 시대에 홍보성향을 버리고 진정성을 담기 위해 토크쇼는 진화해왔다. ‘무릎팍 도사’와 ‘라디오 스타’는 이러한 대화방식의 변화 속에서 지금의 토크쇼가 어떻게 생존하는 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무릎팍 도사’, 대결 토크로 살아남기 대세로 자리한 집단 MC 체제의 토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