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들/영화로 세상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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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70’과 대학가요제옛글들/영화로 세상보기 2008. 10. 6. 10:27
왜 노는 것은 나쁜 것이 되었나 왜 ‘고고70’일까. 이 영화의 제목은 70년대로 가자는 뜻일까. 제목으로만 보면 이 영화는 또 하나의 복고풍을 겨냥한 영화 정도로 보인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고고’란 조금 다른 의미로 사용된다. 이병욱(이성민)이라는 팝 칼럼니스트는 닐바나라는 고고클럽을 열면서 이런 말을 한다. “이...밤이 너무 조용해, 좀 시끄러웠으면 좋겠어.” ‘고고 70’의 ‘고고’는 개발의 시대, 피곤한 청춘들의 해방구라는 의미로서도 쓰인다. 영화 속에서 마치 노홍철이 과거로 돌아간 듯이 연거푸 소리치는 “그래 가보는 거야!”하는 대사는 군사정권으로 인해 모든 게 통제 속으로 빨려 들어가던 70년대에서 그래도 ‘한번 저질러보자’는 막가파식 청춘(?)들의 외침이다. 군사정권이 통행금지로 통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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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나이트'가 우리 영화에 시사하는 것옛글들/영화로 세상보기 2008. 8. 30. 10:49
스토리는 블록버스터의 적이 아니다 흔히들 "재미를 위해 스토리를 단순화시켰다"는 말들을 한다. 그렇다면 스토리는 블록버스터가 주는 재미의 적인가. 작년 '디워'논쟁의 중심에 섰던 것도 바로 이 스토리와 블록버스터의 관계에 대한 것이다. '디워'는 블록버스터와 스토리가 마치 물과 기름처럼 따로 떨어진 것처럼 논점을 이어갔다. 이른바 "복잡한 스토리는 시각적인 영화의 몰입을 방해한다"는 논리다. 1년이 지난 이번 여름, 스토리 논쟁이 다시 불거진 것은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에서다. 김치웨스턴이라는 독특한 장르를 발굴해내고 스타일리쉬한 영상을 만들어낸 '놈놈놈'은 그러나 스토리가 빈약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대해 김지운 감독은 "이야기를 최대한 최소화해 캐릭터와 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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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은 먼곳에’... “니 사랑이 뭔지 아나?”옛글들/영화로 세상보기 2008. 7. 27. 14:58
님의 질문이 님에게 다시 되돌아간 이유 [한 장면으로 읽기] 순이(수애)는 자신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는 남편을 꼬박꼬박 면회 갑니다. 달거리에 맞춰 보내는 시어머니의 마음은 아마도 삼대독자의 대를 이어보자는 심산이겠죠. 여인숙에 어색하게 앉은 순이는 상관조차 하지 않고, 남편 상길(엄태웅)은 소주를 마십니다. 상길은 사실 따로 사랑하던 여자가 있었죠. 가만히 앉아있는 순이에게 넌 모를 거라는 식으로 묻습니다. “니 사랑이 뭔지 아나?” 그리고 혼자 돌아 누워버리죠. 사실 이렇게 사랑 받지 못했던 순이가 이역만리 전쟁통인 베트남까지 남편을 찾아 나선다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저 남편이기 때문에? 혹은 남편은 사랑을 주지 않았지만 자신은 깊이 사랑했기 때문에? 시어머니가 시켜서? 시집에서도 쫓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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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적인 ‘놈’, 여성적인 ‘님’옛글들/영화로 세상보기 2008. 7. 24. 08:32
‘놈놈놈’의 남성성 vs ‘님은 먼곳에’의 여성성 여름시장에 등장한 ‘놈’과 ‘님’은 그간의 부진을 씻고 한국영화의 부활을 알릴 것인가. 지금 극장가를 달구고 있는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과 이준익 감독의 ‘님은 먼곳에’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미 ‘놈놈놈’은 개봉 첫 주에만 219만의 관객을 올리면서 벌써부터 올 최고 기록인 550만의 ‘추격자’를 따돌리는 것이 시간문제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어 개봉한 ‘님은 먼곳에’ 역시 여름 극장가의 최대 관심작으로 떠오르며 매년 반복되어왔던 여름시장 쌍끌이 흥행을 기대하게 만들고 있다. 주목해야할 점은 이 두 작품이 모두 대작이지만 완전히 상반된 특징을 가진 영화들이란 점이다. 남성적인 ‘놈놈놈’, 스토리보다는 볼거리 ..